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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찌 Aug 11. 2022

출근 가방엔 수영복을

직장인의 운동 준비

유연근무제 도입과 수영시간 찾기


올해 봄부터 출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가 시작되었다. 8시에서 10시 사이에 출근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출근시간을 앞당길수록 퇴근시간을 그만큼 당길 수 있다. 마침 5일 수영을 꿈꾸며 최적의 수영 시간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라 출근 시간을 어떻게 조정할지 고민이 됐다. 오전에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서 아침 수영을 하고 늦게 출근할지, 일찍 출근하고 퇴근 후 6시 전에 오후 수영을 할지. 


특히 사무실에 출근하는 날이면 일단은 일어나서 씻고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도 고민이 된다. 이날도 마지막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일단은 수영복과 세면도구를 가방에 챙겨서 집을 나선다. 아파트에서 버스정류장과 수영장으로 가는 갈래길이 나올 때까지 약 5분, 치열한 고민이 시작된다. "어차피 오전에 회의도 없는데 동네에서 아침 수영하고 10시에 출근할까?" "아니야 출근 빨리하면 퇴근도 빠르니까 회사 근처에서 밥을 먹고, 동네 근처까지 이동하는 동안 어느 정도 소화시키면 수영하기 딱이려나?" 일단은 회사 근처에도 수영장이 있으니 결정을 유보하고 사당행 버스에 올라탄다.


경기도민의 고달픈 출퇴근 시간


평소보다 고작 15분 정도 늦게 버스를 탔을 뿐인데 사람이 2배는 많은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많은 기업이 재택을 철회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서 그런가, 근래 출근 인파가 상당하다. 아무래도 8시 출근을 계속 사수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럼 수영은 언제 하는 게 가장 좋을지 출근길 내내 머리를 굴려본 결과, 퇴근 후 수영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혹시 몰라 8시부터 2시간 정도 써놨던 휴가를 취소했다. 4시에 칼퇴를 한 다음 대충 끼니를 때우고 바로 동네 수영장으로 가면 늦어도 7시쯤에는 수영을 할 수 있겠지 기대하며.


그리고 드디어 퇴근시간. 4시에 퇴근을 하려고 했지만 역시나 5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에서 나왔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사당역에 내렸는데, 일단 난생처음 보는 엄청난 버스 대기줄에 당황했다. '아... 미쳤네... 5시에 퇴근한 주제에 밥까지 먹고 한창 사람이 몰릴 시간에 퇴근할 생각을 하다니' 그래도 다행히 15분 정도 기다리니 전세버스 2대가 연달아 와 주어 단숨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나중에 몇 번 어쩔 수 없이 또 이 시간대 퇴근을  하게 됐는데, 이런 운 좋은 상황은 자주 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30분의 짧지만 달콤한 수영을 위해


하지만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음, 자유수영 레인이 없다?' 7시에는 수업이 많아서 자유수영 레인이 하나도 없었던 것. 지나가는 강사에게 물어보니 8시부터는 보조풀에 자유수영 레인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그동안 유수풀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예정대로 왔으면 7시쯤 도착했을텐데, 오히려 늦게 도착해서 다행인 상황에 인생 참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8시 반 수업이 시작되고 5분쯤 지났을 때, 눈치껏 자유수영 레인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아침부터 부단히 노력해 '드디어' 어푸어푸 수영을 시작했다. 자유형, 평영, 배영 100m씩 그리고 접영 연습까지. 


지난 주말 동생이 알려준 킥판 잡고 접영의 어깨 누르기 연습을 하면서 한 팔 접영과 양팔 접영을 번갈아 가며 해본다. 동생 말로는 내가 팔과 머리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웨이브를 만들다 보니 머리가 나올 때 부자연스럽게 뻣뻣해지는 거라고 했다. 


어깨 누르기 연습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덧 30분 정도가 지났는데, 50분이 되면 강습 회원들이 샤워실로 몰릴 테니 나는 그전에 씻으러 가기로 한다. 총총총.


운동 습관 근육을 키우려면 : 미리 준비물 챙기기


누군가는 고작 30분 운동할 거면서 아침부터 그리 난리였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하는 습관이 몸에 베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운동을 안 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만 3~4시간 걸리는 직장인이라면 '운동하러 가는 시간'을 정하는 것 자체부터가 힘들다. 운동하는 시간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출근 가방에 수영복 챙기기'이다. 퇴근 후 집에 들어오는 순간 아무 데도 나가고 싶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기 전에 목표한 일들을 모두 끝낼 수 있게 필요한 준비물을 모두 미리 챙겨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뿌듯한 마음으로 푹 쉬는 거다. 


그래서 내 출근 가방은 항상 두툼한 편인데,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이후로는 노트북까지 들고 다녀야 해서 학생 때 마냥 무거운 백팩을 메고 다닌다. 가방이 조금 무거워지기는 해도 확실히 목표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올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출근 가방에 수영복을 챙긴다.


직장인이라면 숙명 같은 다짐 '운동하기'

여러분도 출근길에 수영복을 챙겨 나가시는 거 어떠세요?




Photo by Jose Hernandez-Urib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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