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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웅 May 05. 2021

'따릉이' 적자 논란, '이름 붙이기'는 왜 위험한가!

5월 5일 뉴스공장 인터뷰

뉴스공장에 나갔습니다. 

https://youtu.be/ops4lrsUNR4


인터뷰 전문은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ttp://tbs.seoul.kr/cont/FM/NewsFactory/interview/interview.do?programId=PG2061299A

제가 준비했던 원고는 아래와 같습니다. 


경제신문사들이 그저께 서울시의 공공자전거인 ‘따릉이’가 한해 1백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아주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보도라 한번 짚어보자고 들고 나왔습니다.  

여기에는 3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첫번째, 셈이 틀렸습니다.  

서울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현황을 보면 2017년 2,932억원, 2018년 5,402억원, 2019년 2,915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여기에는 마을버스 지원금은 빠져 있는데, 2019년에 192억원을 지원했습니다. 합하면 한해 3천억 원이 넘는 돈이 대중교통으로서의 버스에 지원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인데 택시에도 지원금이 있습니다. 유류비, 카드 수수료, 감차지원금 등 다양한 항목으로 매년 1천억~1천5백억 원대의 보조금이 나갑니다.

서울지하철공사는 지난해 1조 원대의 적자를 냈습니다.  

따릉이 회원수는 2015년 3만 4천 명, 이용건수 11만 건에 그쳤지만, 2020년 연간 회원수 106만 명, 이용건수는 2,370만 건으로 각각 30배, 200배 늘었습니다. 지난 6년간 누적 이용건수는 5,960만 건으로, 서울시민(2020년 말 기준 약 967만 명) 10명 중 3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1인당 평균 6건 정도 이용한 셈입니다. 그래서 따릉이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으로 '시민들이 공감하는 서울시 정책순위' 1위로 뽑혔고, 지난 2018년 서울시 공유 정책 사업들 가운데 만족도도 93.9%로 가장 높았습니다.

 서울시는 따릉이 건당 운영비도 2016년 2,123원에서 2020년 917원으로 무려 58%나 줄였습니다. 지하철이 1조, 버스가 3천억 원, 택시가 1천억 이상의 적자를 냈는데, 따릉이는 겨우 1백억 원으로 그 일을 해낸 겁니다.  


두 번째, 개념이 틀렸습니다.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이 있습니다. 거주이전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같은 것들인데요, 이건 헌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서민들에게 충분히 싼 값으로 대중교통을 제공하지 않으면 이 기본권을 지킬 수가 없게 됩니다. 대중교통이 없이 모두 자가용으로만 다녀야 한다면 거주이전과 직업선택의 자유는 바로 굉장한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동권은 현대사회 시민의 기본 인권에 속하는 일이 됩니다. 비슷한 것으로 통신권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네트워크에 대한 접속권이 없다면 곧 세상으로부터, 수많은 기회들로부터 단절이 되게 됩니다. 그래서 네트워크 접속권이 현대 사회의 기본권이 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사례를 자주 들게 되는데요, 일본의 철도들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쿄에서 오사카 왕복 기차 값이 28만원이 넘습니다. Ktx의 두배가 넘는 요금입니다. 일본은 전철도 민영화가 돼 있지요, 도쿄 안에서도 선을 갈아탈 때마다 요금을 새로 내야 합니다. 도쿄에 사시는 박철현 씨가 알려준 내용인데, 미타카역에서 우에노로 가고 있는데, 순수하게 JR동일본노선만 타는데도 왕복 요금이 8천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선을 갈아탔으면 더 나왔겠지요. 그러니까 일본에선 지하철만 타도 한국의 택시 값이 나옵니다. 지하철 적자를 해결하는 쉬운 방법이 있어요. 요금을 일본처럼 올리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서민의 기본권이 크게 침해를 받게 됩니다.   


세번째, 이게 아주 중요한데요, 이름을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가 동사무소나 구청에 가서 여기 운영하면서 한해 적자를 얼마나 내느냐?라고 묻지 않지요.  돈벌라고 만든 조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종류의 일을 우리가 Public Service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자기들이 돈을 쓸 때는 '적자' 대신에 다른 이름으로 부릅니다. 예를 들면 ‘경제유발효과’.  


MB때 4대강에 돈을 수십조를 쏟아부었지요. 그때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이런 리포트를 내놓습니다“4대강 살리기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38조 4600억원취업유발 효과는 35만 6000명으로 나타났다.” 


 또 이런 이름도 있습니다. ‘낙수효과’ 이건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거나 대기업을 지원할 때 쓰는 이름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취임 뒤 첫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약 4조달러 규모의 초대형 투자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낙수효과는 결코 작동한 적 없다. 경제를 바닥에서 위로,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성장시킬 때가 됐다.” 


실제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낙수효과’를 구체적인 통계로 입증하는 논문은 나온 적이 없습니다. 그 반대는 무수히 많지요. 심지어 2014년에 OECD는‘불평등과 성장’이라는 이름의 리포트를 내면서 낙수효과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힙니다. OECD 회원국의 1985년부터 2005년까지의 지니계수(소득 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0’은 완전 평등 ‘1’은 완전 불평등)와 1990년부터 2010년까지의 누적성장률을 분석 틀로 사용해 분석을 했더니, 지니계수가 0.03포인트 악화되면 경제성장률이 무려 0.35% 포인트씩 떨어졌다는게 확인이 된겁니다. OECD는 “낙수효과가 아니라 불평등 해소가 성장의 지름길이란 사실이 명백해졌다”면서 “불평등을 빨리 해소하는 국가가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브라질의 전 대통령 룰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부자들에게 돈을 쓰는 것은 투자라고 부르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비용이라고 부르나?” '이름'에 걸려 넘어져서는 안된다.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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