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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웅 May 16. 2022

연속혈당측정기를 2주간 써보다

생활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는 병, 당뇨 

Disclaimer ; 나는 의료전문가가 아닙니다. 이 글에서 의료와 관련하여 어떤 책임있는 말도 하지 못합니다. 짧은 2주간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피부에 붙여 24시간 혈당을 잴 수 있게 해주는 기구다. 이전까지는 손가락을 찔러 나오는 피로 혈당을 재야 했다. 번거로울 뿐더러 24시간 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뇨는 1형 당뇨와 2형 당뇨가 있다. 1형 당뇨는 췌장이 망가져 인슐린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2형 당뇨는 인슐린이 나오긴 하지만 그 양이 적거나, 혹은 어떤 이유로 몸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혈액 속의 당을 제대로 세포에 전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 이것을 분해해 만든 당을 인슐린이 세포로 전달해 준다. 이 과정에서 이상이 생겨 당이 세포로 잘 전달이 되지 못해 혈관 속에 남은 당, 즉 혈당의 비율이 높아져 문제가 생긴 것이 당뇨다. 당뇨(糖尿)는 오줌으로 포도당이 배출된다는 뜻이다. 

 당뇨병학회에서 권장하는 혈당 수치는 다음과 같다. 

 정상치는 공복일 때 99mg/DL, 식후 2시간일 때 140 이하다. 당뇨 전단계에서는 이 수치가 100~125, 140~199로 올라간다. 

 당화혈색소 또는 당화헤모글로빈 수치도 있다. 적혈구에 있는 혈색소가 포도당과 결합해 당화혈색소를 만드는데, 혈관 안에 당이 많이 있을수록 당화혈색소도 함께 많아지기 때문이다. 혈당의 장기간 추이를 볼 때 유용한 지표가 된다. 정상수치는 4~5.9%로 본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당화혈색소를 1%p 줄이면 심근경색 14% 감소, 백내장 19% 감소, 미세혈관 질환 37% 감소, 말초혈관 질환 43% 감소, 당뇨로 인한 사망률이 21%p 감소한다는 발표도 있다.


 연속혈당측정기가 나오면서 이런 수치에 덧붙여 또 다른 지표가 가능해졌다. '혈당 스파이크'가 그것이다. 식사를 한지 20~30분부터 혈당이 오르기 시작한다. 이때 혈당이 높이 치솟는 것을 혈당 스파이크라고 한다. 식후 2시간 혈당과 공복 혈당이 정상범위 안에 있다 하더라도 이 혈당 스파이크가 높이 치솟으면, 그러니까 혈당 그래프가 진폭이 크면 클수록 나중에 당뇨병 환자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24시간 내내 혈당을 체크할 수 있으므로 이런 스파이크의 지속적인 관찰이 가능해진 것이다. 


 2주간 연속혈당측정기를 써보고 알게 된 것을 간단히 정리한다. 


 쌀은 열량을 섭취하는 놀랍도록 효율적인 수단이다. 스치기만 해도 열량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다시 말해 혈당을 놀랍도록 쉽게 올려준다. 오랜 육체노동을 하던 시기에는 이만큼 좋은게 없다. 그러나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성장기도 끝난 어른에게는 '당 폭탄'이 된다. 나같은 경우는 1/4 공기만 먹어도 혈당이 로켓처럼 치솟았다. 흰쌀밥, 떡, 면, 빵이 다 '당 폭탄'이다. 유산균 음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플레인 요구르트에도 당이 많이 들어 있다. 7%쯤 당이 포함된 플레인요구르트도 많고, 플레인이 아닐 경우에는 당이 훨씬 더 들어 있다.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시리얼과 과일주스도 마찬가지로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 당 폭탄이다. 주스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플레인 요구르트와 시리얼을 먹은 다음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를 보고 정말 놀랐다. 성장기가 끝난 어른들은 먹어선 안될 음식이다. 당이 아주 낮은 플레인 요구르트를 찾아서 먹거나 만들어서 먹는게 좋다. 


 운동은 당을 떨어트리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식후 20~30분부터 빠른 걸음으로 20분 이상 걸으면 혈당 스파이크를 많이 낮출 수 있다. 운동을 멈추면 당 수치가 다시 오르는걸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운동하기 전보다는 한결 낮은 수치로 끝난다. 인슐린 기능이 다소 약하더라도 중강도 이상의 운동을 하면 세포에서 당을 더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전거 라이딩을 하던 중간이나, 등산을 하던 중간에는 당을 높이는 음식을 먹어도 된다. 혈당 스파이크가 한결 낮아지는 것을 운동할 때마다 경험했다. 심지어 흰 쌀밥으로 만든 김밥 한줄을 다 먹어도 괜찮았다. 단 음식을 정말로 먹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거나 등산과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는 도중에 먹으면 된다. 


 2주간 연속혈당측정기를 몸에 붙이고 써본 결과 나는 '당뇨병전단계'에 해당했다. 공복혈당과 식후2시간 혈당은 정상범위 안으로 들어올 때가 대부분이었지만, 혈당 스파이크가 200을 쉽게 넘을 때가 많았다. 특히 쌀밥은 스치기만 해도 무섭게 치솟았다.

 다양한 데이터를 뽑아보는게 목표였으므로 평소 먹던 것을 테스트 삼아 먹느라 여러번 아찔한 혈당 스파이크를 경험했다. 특히 단팥빵은 어우!!! 맙소사, 이 정도였어!!! 하지만 기간중 이틀쯤 식이를 제대로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서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식단은 지중해식단이 가장 좋다고 한다. 찾아보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다. 흰쌀밥과 빵, 떡, 면과 같은 강력한 탄수화물과 주스, 시판 요구르트, 과자와 같은 당 덩어리만 피하면 된다. '저탄고지'와 비슷해서 조금 놀랐는데, 야채와 단백질을 함께 많이 먹으면 된다. 토마토와 견과류가 좋다.

 술은 뜻밖에 혈당을 그렇게 높이지 않는다. 간에서도 당을 생산하는데, 알코올이 들어가면 간이 알코올과 맞서 싸우느라 당을 만들 여가가 없기 때문이다. 막걸리처럼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된 경우가 아니라면 혈당은 높아지지 않는다. 이미 당뇨병 환자인 경우에는 술이 위험하다. 외려 '저혈당'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간이 안좋은 경우에도 금물이다.   


 결론. 나는 '당뇨전단계'가 분명했다.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아주 명확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할 때마다 어김없이 혈당이 로켓처럼 치솟았다. 한편으론 식사를 잘 관리하고 운동을 하면 혈당은 즉시 반응을 해왔다. 듣던 것과 달리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당뇨병에 걸리면 먹을게 없다는건 사실과 달랐다. 당뇨전단계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게 당뇨병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도 가끔 연속혈당측정계를 써보려고 한다. 2형당뇨병은 예방할 수 있는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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