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2025.11.22
샤미엔의 건축물들이
유난히 멋진 건축 박물관처럼
느껴졌던 이유를
나는 한참을 걸은 뒤에야 깨달았다.
석재로 쌓은 기둥과 발코니,
서양의 질서로 설계된 파사드는
이미 다른 도시에도
충분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곳 샤미엔에서는
그 건축 위로
시간이 자라 있었다.
웅장한 반얀트리.
수형이 아름답게 펼쳐진 나무들이
거추장스럽게 건물을 가리면서도,
압도하지도 않는 나무, 그리고 숲.
은은하게 가리는가 하면,
부드럽게 연결하기도 한다.
기둥 위로 뻗은 가지는
마치 백오십 년의 시간을
한 번 더 감싸 안고 지키는
시간이란 신의 손이 아닐까?
이 섬의 건축물들은
19세기 후반,
무역과 식민의 언어로
지어졌다고 한다.
외교관의 숙소였고,
은행이었고,
권력의 공간이었다.
건축의 출처를 따지지 않는
반얀트리.
누가 지었는지,
어떤 목적이었는지
따지지 않는다.
그저 그 위에서 자라고,
그늘을 만들고,
시간을 느리게 흘려보낸다.
그래서 이곳의 건물들은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예술처럼 당당할까?
이 공간은 모두
저마다의 시간을 두르고 살아낸 가치로운 존재들이다.
건물은 건물의 시간으로,
나무는 나무의 시간으로,
사람은 잠시 머무는 시간으로.
그 겹침이 만든 박물관.
유리 진열장 안이 아니라,
햇빛과 그늘 사이에서
천천히 걸으며 읽어야 하는
시간의 박물관.
샤미엔에서
건축은 더 이상
구조물이 아니다.
시간을 견딘 흔적이고,
자연과 화해한 기록이며,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예술이다.
나는 반얀트리 아래에서
나무의 키까지 고개를 들었다가
뿌리가까이까지 머리를 숙였다.
이곳이 그만큼 아름다운 이유는
건물이 아니라
함께 늙어온
시간들에 있다는 경외감이 시킨
인사였다.
천정과 복도 디테일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섬세함이란 이런 챙김일 것이다.
/추억방면, 광저우 샤미엔 편.
/김수경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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