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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관련 대화의 심각성

무식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by HJH

나는 디자인은 잘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의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최소한의 공부의 이유는 디자인 대화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 자체가 취향의 성격이 강하므로 디자인을 잘 볼 줄 모르는 사람이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모든 회의는 산으로 가버린다. 프로젝트는 망한다. 20년 동안 개발자를 하며 수많은 디자이너와 협업을 했는데,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이 간섭하기 시작하고 그 사람이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때 제품은 망한다.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알 수 없는 미각을 가지고 음식에 대해 평을 한다거나 그냥 자기 취향만 좋아하는 음악적 성향으로 모든 음악을 평가한다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 아니라고 해서 디자인 자체를 폄하하는 등의 회의는 정말 수십 년 간 신물 나게 겼은 것 같다. 메타포로 요약해서 이야기했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그냥 쌓이는 것도 아닌데 얼마나 같은 상황을 계속적으로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겪었을까?


별 것 없다. 그냥 하루(그것도 8시간) 투자해서 디자이너와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관심 있게 알아보고, 또 공부한 것이 체화되도록 겸손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 100% 시스템 잘못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요리에서 탑을 찍은 사람이 마치 최고의 의사가 된 마냥,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본다. 기업에서 굳이 자신의 일도 아닌데, 어느 정도 힘이 있으면 모든 부분에 간섭하는 사람을 볼 때 딱 이런 생각이 든다. 특히나 디자인 부분은 더 그렇다.


디자인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대부분의 사람은 예쁘거나 아님을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다.

요리도 마찬가지고, chatGPT에서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모든 시도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프로답지도 못하고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결과물은 혼자만 즐겼으면 좋겠다. 즉, 다 타버린 요리는 혼자 먹지 굳이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


디자인에 대한 최소한의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문가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고,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기본 예의이자 책임이다. 하루 8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시간을 투자하면 디자이너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고, 근거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있게 되며, 무엇보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협업이 가능해진다. 결국 최소한의 공부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은 갖춰야 한다. 그것이 프로로서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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