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를 하다 보면 수년을 고민해서 쓴 책도 순식간에 유행이 지나버린다.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은 리셋 증후군이 있다고 한 때 말이 돌았고 그게 싫어 리셋이 힘들게 환경을 조성했다. 어차피 인생은 되돌릴 수 없는 속성이기도 해서
빠름과 새로운의 필드에서 정말 그와 같은 인생을 살았고 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먹는 건 대부분 동일하다. 먹거리에 대한 평가도 실로 단순하다.
맛있는가?
글도 마찬가지다. 맛을 위해 재료의 본질도 꿰뚫어야겠지만 다양한 조미료의 조합도 필수다.
나는 이과, 공대 그리고 컴퓨터가 인생의 대부분이었다. 나는 글을 잘 못 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엄마의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것을 안다. 그다음은 양평 해장국이라고 하는데, 사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음식이겠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내가 싫어하는 실험 카메라에서 그런 장면을 목격한다. 실험 카메라 자체는 싫지만 그렇게 뜬 영상 속 이야기가 싫지 않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누군가를 테스트하는 것이 싫지만, 그 영상 제작자가 이 따뜻함이 누군가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마음을 가졌다면 좋겠다. 단순히 "조회수 빨기"가 아니라...
글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담겨야 맛이 난다. 기술서가 금방 낡아버리는 이유는 기술이 변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 사람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글을 잘 쓰지 못한다. 하지만 엄마의 음식처럼, 서툴러도 진심이 담긴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IT 분야에서 수십 년을 달려왔지만, 결국 남는 건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기술이 아니라 천천히 익어가는 이야기다. 리셋할 수 없는 인생에서, 나는 오늘도 서툰 글을 쓴다.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