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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ya Nov 05. 2024

엄마와의 거리

나는 유난히도 가족이 어려웠다. 아니 어렵다

그건 어렸을 때도 사회에 발을 딛고 걸어가는 지금 까지도 여전하다.

가족 중에서도 엄마와의 거리는 측정하기가 참 어렵다고 항상 생각하곤 한다.

 가까운 거 같기도 하고 참 멀구나 싶기도 한 엄마와의 그 거리가 나만 그런 건지 엄마도 그런 건지 항상  궁금하곤 하다.

하루는 불안한 미래에 기껏 가꿔온 꿈이 날아가버려 펑펑 운 적이 있었는데.. 그날 내가 바란 엄마는 아마도 자상하고 다정한 그리고 기댈 수 있는 그런 엄마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강하셨다.

아이 둘을 혼자 힘으로 오롯이 키우신 그 강함.

여린 여성인 엄마였음에도 엄마가 내게 바란 것은 안락하고 따뜻한 가정의 주부보다도 혼자힘으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강한 여성이었기에 엄마는 내게 위로보다도 다정한 손길보다도 실망의 눈빛과 다시 다른 꿈을 꾸면 된다는 말을 하셨을 뿐이었다.

모두가 실패는 하는 거고 모두가 세상을 힘들게 산다고 너만 그러는 게 아니라고 안 되는 걸 알면 포기하고 새로운 걸 찾으라고, 그러게 왜 되지도 않을 그런 꿈을 꾸었냐고 질책하셨다.

그때 아마도 나는 상처를 받았던듯하다.

밉다는 상처가 아닌.. 속상하고 서운하다는 상처.

내가 여태고생한걸 누구보다 잘 아시니.. 하루 두세 시간 자며 노력해 온 모습도 낯선 곳에서 꿋꿋이 버텨가던 모습, 그리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오직 하나만을 바라보며 걸어간 내 삶을 그 누구보다 잘 아시니.. 위로해 줄 거라.. 많은 노력을 했지만 더 이상 노력과 상관없이 꿈꾸지 못하는 꿈, 내가 바란 인생, 모두를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불안과 막막함을 그래서 너무나 두렵고, 슬프고 무서움을 알아주길 그리고 달래주길 바랐던 마음에 그저 어리광에 토닥여주길바란마음에 서운함이란 상처가 자리 잡은 것은 그날이었다.

무뚝뚝하신 건 알았다.

그 맘속에 날 걱정하지 않으실리 없다는 것도 안다.

꿈을 버려야 하는 딸이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주저앉아버릴까 봐 더 다그치신 거겠지....

모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나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놀며 혼자 상처가 나버렸다...

세상이 험한 것도 꿈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닌 것도 쓰러지고 아프고 힘든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도 잘 알지만 그래도 아팠다.

남의 아픔보다 그저 내가, 나 자신이 너무 아파서... 어리광 부리고 울고 싶었던 내 아픔은 그저 벽에 부딪혀 다시 내게 돌아와 깊숙이 박혀버렸다.

그래도 그전까지는 조금 어렵다 정도.. 우릴 위해 고생하시는 엄마에게 서운하단 감정까진 아니었는데...

그 이후로 엄마에게 서운한 것들이, 바라는 게 것들이 많아져 버렸다.

나도 남들처럼 엄마와 나의 연애이야기도 해보고 싶고, 친구와 싸웠다며 투정도 부려보고 싶고, 엄마랑 친구처럼 자매처럼, 다정하고 가까운 모녀처럼 지내보고 싶다는 그런 감정들.

생각해 보면 엄마와 가장 가까웠던 기억은 중학생 때쯤 엄마의 일이 끝나면 함께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던 여름날의  기억이었다.

해가 진 밤 함께 자전거를 타고 공원 벤치에서 윗몸일으키기도 해 보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으며 웃던 기억.

아주 옛날의 기억..

지금도 여전히 안부전화를 드리고 웃으며 이야기를 하지만 난 점점 더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데 망설임이 늘어갔고 걸지 않을 때도 잦아졌다.

엄마도 나와의 거리를 느끼시는 걸까.   

엄마의 전화는 용건이 있으실 때만 걸려왔다.    

물어보실 때, 무언가 필요하실 때...      

점점 멀어져 가는 이 거리.     

하지만 가끔 엄마와 단둘이 이야기를 할 때면... 느껴지고는 한다, 우리는 엄마와 딸이고 여자이구나.       

연약하고 연약하지만 강한 그런 존재.        

그럴 때면 엄마와 난 가까운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 감정과 엄마가 내게 기대하는 마음의 그 거리감은 여전히 날 가로막고 있다.

왠지 그 감정들이 내가 엄마에게 느끼듯이 고스란히 엄마가 내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아닐까? 그렇기에 서로의 거리가 줄지 않는 걸까? 그렇다면 결국 계속된다면 엄마와 나의 거리는 점점 늘어나는 걸까..

여전히 엄마와의 거리은 측정불가.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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