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수고로운 길을 고민하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 2021년 2월에 출간된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 디자인의 힘] 출간 회고 글입니다.
강원국 교수님의 한마디 - 출간에 대한 꿈을 키우다
나는 머리가 나쁘다. 중요한 일을 경험하고 나서 금방 잊어버린다. 그래서 내가 경험한 것들을 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내 글쓰기의 시작이다. 처음은 메모에서 시작했다. 작은 메모는 블로그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렇게 글이 쌓이게 되자 어느 순간 출간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연한 꿈이었다. '60살 즈음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하나 낼 수 있을까?'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강원국 교수님의 강연(2019년 7월)을 듣게 되었다.
장담하는데, 여기 있는 누구나 다
자기 책을 갖게 될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미 책 한 권을 출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체 멘트는 이러하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정년 이후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은퇴 후 50년을 뭐 하면서 살래요? 제가 장담하건대 여기 있는 누구나 다 자기 책을 갖게 될 거예요.". 나는 이때부터 출간에 대한 꿈을 선명하게 그리게 되었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2019년 11월 어느 날 이메일이 하나 왔다. "OO북스 편집자 OOO입니다. 디자인 콘텐츠를 기획하던 중 브런치에서 작가님의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된 글들을 보면서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출간 계약 전이시라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출판사에서는 브런치에 올라온 '덜 수고로운 길'을 향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흔적이라는 글을 보고 제안을 검토하게 되었다고 했다. 어려운 방법론이나 뻔한 개념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일상 속 디자인의 이야기를 에세이처럼 쉽게 풀어내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디자인 전문 서적인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기획 방향은 여기에서 나왔다.
10년 정도 모아놓은
생각의 조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꿈꿔왔던 일이 눈앞에 다가왔다.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곧 두려움이 엄습했다. '책 한 권 분량의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블로그 한 편을 작성하는 것과 단행본 한 권을 집필하는 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맥북 메모장을 열었다. 10년 정도 모아놓은 생각의 조각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된 것이다.
출간은 하나의 큰 프로젝트이다
출간은 작가가 글만 잘 쓰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출간은 하나의 큰 프로젝트다. 기획자, 편집자, 마케터 등 여러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때문에 출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책 제목, 표지 디자인, 내용 첨삭 여부 등을 결정하기 위해 수많은 논의 과정을 거쳤다. 참고로 지금의 책 제목은 내가 원한 제목이 아니다. 내가 생각한 제목을 끝까지 관철시키고 싶었으나 출판사의 판단을 존중하기로 했다. 출판사 관계자분들은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판단을 믿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보냈고 치열한 싸움 끝에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UX 디자인의 힘]이라는 책이 완성되었다. 책이 출간되고 콘텐츠 팀장님에게 받은 이메일 내용을 공유한다.
제목을 정하고 표지를 정하는데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작가가 애정할 수 있고, 세상에 나가 크게 부끄럽지 않은 책으로 만드는데 조금은 힘이 되었길 바랍니다.
현장감 넘치는 경험을 충분히 통찰하고 기록하는 성실함이 김동후씨의 큰 힘 같아요. 김동후씨의 원고를 보면서 '디자이너의 글쓰기'라는 부분에서 신선함을 느꼈고, 성실한 글쓰기와 태도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편집자로서 원고를 고치면서는 지나친 세밀함이나 군더더기를 좀 덜어내고, '겸손한 저자의 태도'와 '독자의 입장'이라는 관점에서 조미료를 몇 숟갈 첨가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작가가 자기만이 가진 콘텐츠의 힘과 그걸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긍정적인 힘이 있기에 이렇게 책으로 나오는 것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꾸준히 글 써나가시면 앞으로 앞으로 성장의 폭이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글 쓰는 디자이너로 더 성장하시길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에세이처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UX 책을 쓰고 싶었다
"엄마도 쉽게 읽을 수 있는 UX 디자인 책을 써보자". 책을 처음 집필하기 시작했을 때 세웠던 목표이다. 출판사의 기획 의도도 그러했다.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뻔한 디자인 서적 말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디자인 서적을 출판하는 게 목표였다.
엄마도 쉽게 읽을 수 있는
UX 디자인 책을 써보자
시중에 나와 있는 UX 서적은 어렵다. 공부하듯이 읽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UX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쉬운 책을 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버려야 할 내용들이 많았다. 그 내용을 버렸더니 알맹이가 빠졌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알맹이는 너무나 전문적이고 유행을 타는 지식이었다. 이 책이 소구해야 하는 독자층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강원도에 있는 한 대안학교에 초대를 받아 어린 친구들을 대상으로 책의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때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보고 이 책은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걸 확인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나중에는 이 책이 디자인 섹션이 아니라 인문 서적 코너에 진열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조각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은 평소의 삶의 경험을 조각으로 남기고 있다. 출간이 목표가 아니다. 조각을 남기는 게 목표이다.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을 때, 아이들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었을 때, 특이한 경험을 했을 때 등 일상의 이야기를 조각으로 남기고 있다. 누덕누덕하게 모은 조각이 하나의 열매로 완성되는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성실하게 조각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