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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모 Oct 10. 2021

남궁인 <차라리 재미라도 없든가>

저자: 남궁인 / 출판: 난다 / 발매: 2017.12.30.

저자가 매일 하루 한 권씩 기록했을까. 매일 한 권에 대한 기록을 적는다는 게 가능할까. 방금 읽은 책이 아니더라도 그걸 그렇게 매일 한 권씩 성실하게 기록할 수 있을까?


처음 몇 권들은 그런가보다 하고 봤다. 출근하는 버스가 횡단보도에 설 때마다, 이 책은 나중에 봐야지 하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이내 포기했다. 너무 많았다. 이쯤 되니 정말 그 책이 재미있는 건지 아니면 그 책들을 자신이 읽었고 골랐다는 애정 하에 재미있게 포장해놓은 건지 모르겠더라. 간혹 감흥이 없다는 식으로 기록해놓은 책들도 있었는데, 청개구리 같은 심보를 가진 내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더라.


고전을 읽을 때는 확신했다. 이 사람은 이 책들을 다 읽지 못했을 거야. 이 방대한 분량을 어떻게 다 읽지? 삶은 살아가나? 하루에 한 권은 아니고 옛날에 읽은 걸 반추한다는 걸 거야. 그럼 그걸 다 기억한다고? 하면서 읽었다. 보통 책을 읽으면 책이 가진 문체나 세계에 흠뻑 빠진 다음 그 책을 닮아가고자 하는 무언의 흔적이 몸에 남기 마련인데, 이 책은 물론 알고 봤지만 책 한 권 한 권에 대한 서평이 그 책들과도 닮아있고 그걸 읽는 나 역시 그럼 수많은 책들을 간접 경험한 다음이어서 어릴 적 봤던 크레파스 색보다도 더 많은 색이 묻은 채 이 책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밝고 긍정적인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읽은 책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건 언젠가 나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다른 사람의 기록을 보는 일을 마치고 나니, 어서 좋은 책 한 권을 읽어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언젠가 연애 에세이를 쓰고 싶다는 작가의 기록은 이미 지난 기록이 되었고, 나는 작가가 쓴 사랑 이야기(에세이 일지 소설일지 모르지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깊이는 많이 읽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저 읽기만을 좋아하고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는 소통을 하기 위한 축적이 먼저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기도 했다.


기록을 남기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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