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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불의 도시, 경덕진(景德镇)에서 새해를 맞이 하러

도자기를 좋아해 떠난 여행의 시작

by 우리도 처음이라

경덕진(景德镇, jǐng dé zhèn). 흔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도자기를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회자되던 도시다. 작가들이 머물고, 셀러들이 오가며, 고요하게 불을 다루고 흙을 만지는 손길들이 쌓인 곳. 불과 흙이 머무는 그 조용한 도시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 싶었다.


특히 타오시촨(陶溪川, tàoxī chuān)에서 열리는 타오란지(陶然集, Táo rán jí)를 가보고 싶었다. 타오시촨은 과거 도자기 공장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 공간으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경덕진의 상징 같은 곳이었다. 타오란지는 Taoxichuan Taoran Craft Market이라고도 불리며 지역 도예가부터 젊은 아티스트까지 다양한 작가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와 수공예품을 선보이는 축제였다.


샤오홍슈 이미지
샤오홍슈 공식계정 이미지

연말에는 따티에화(打铁花, dǎ tiě huā)라 불리는 전통 불꽃 퍼포먼스를 비롯해 다양한 공연이 열렸다. 녹인 쇳물을 밤하늘로 흩뿌리는 장면은 강렬했고, 거리 곳곳에선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 퍼포먼스가 이어진다고 했다. 샤오홍슈에서 본 사진과 영상들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화로이자 무대처럼 보이게 했다. 낯선 도시에서 맞이할 새해는, 설렘을 안고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샤오홍슈 이미지

경덕진으로 향하는 길은 의외로 쉬웠다. 상하이 훙차오 공항에서 가까운 훙차오 기차역에서 고속철을 타면 된다. 2023년 12월 개통된 항저우–난창 고속철도 구간을 따라 약 4시간이면 도착한다. 기차표도 과거 외국인에게 까다로웠다고 들었지만, 이제는 Trip.com을 통해 여권 정보만으로 간편하게 예매할 수 있다.

다만 한 번에 가기에는 비행기와 기차 사이 시간이 애매했다. 김포–훙차오 노선은 1 터미널로 도착하지만, 기차역은 2 터미널에 있다. 공항 터미널 간 이동은 셔틀버스나 지하철 10호선을 이용해야 한다. 다행히 지하철은 늦은 시간까지 운행되고, 고덕지도(高德地图, gāo dé dì tú) 앱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입국과 환승 시간, 터미널 이동시간을 고려해 하루 먼저 도착하기로 하고 훙차오 공항 제2터미널과 연결된 보위에(Boyue)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조식을 먹고 느긋하게 고속철에 올랐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차역은 한국과 달리 대합실 입장 전과 개찰구에서 두 차례 여권 확인을 거쳐야 했고, 기차역 대합실에 들어올 때는 보안검색대까지 통과해야 해서 한국처럼 출발 직전 플랫폼으로 달려가는 풍경은 보기 어려웠다.

고속철은 쾌적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처음 타보는 중국 기차라 혹시나 하고 비싼 걸 감안하고 예약한 1등석은 KTX 특실만큼 여유 있었고, 간단한 다과도 제공됐다. 간단히 둘러본 2등석은 3-3 배열로 약간 좁게 느껴졌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해 보였다. 다만, 중국 여행에서 반복적으로 느낀 점 하나—이어폰 없이 영상을 보는 승객이 많다는 것. 이 기차 안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중국 여정의 필수품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경덕진 북역(景德镇北站, jǐng dé zhèn běi zhàn)에 도착했다. 이천 도차기 마을 같은 지방 도시의 소박한 역을 상상했던 우리는, 높고 넓은 대합실을 마주하고 잠시 놀랐다. 역시 대륙이라는 생각이 스쳤고, 그렇게 도착한 이곳에서 우리의 여행은 비로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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