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그리고 일기의 시작
죠이야. 이제 몇 개월만 있음 너는 두 살이 될 거야.
엄마가 너에게 이 일기를 더 늦지 않고 쓰기 시작한 것이 참 감사해.
엄마는 며칠 전 또 한 번의 생일을 지났단다. 케이크도, 아빠가 일 마치고 사온 일식도 저녁 9시가 다돼서야 겨우 받았던 평범한 하루였어. 감사할 조건이 많았는데도 하루 종일 바쁘게 육아와 집안일만 하느라 또 나 자신은 어디 있었나 하고. 그냥 조금 울적했단다.
엄마는 요 며칠 마음과 생각이 조금 복잡했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죠이를 낳고 아니 죠이를 엄마 배속에 품기 시작한 순간부터 엄마는 엄마의 모든 것보다 죠이 너를 더 우선적으로 생각해오고 있었거든.
이제는 우리 죠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과 이해하는 것이 점점 많아지면서 엄마가 너에게 우선권을 주고 기다려주고 싶은 (그래야만 하고) 삶의 순간들이 많아지는데 이 순서를 조율해 나가는 것에 지혜가 없어 쉽지가 않더라. 예를 들어 네 가 밥을 다 바닥에 버려도 ‘한 끼 정도는 조금 덜 먹어도 괜찮을 거야.’라고 엄마 스스로를 다독이기가 그렇게 어렵더라고.
너무 사랑해서 너무 힘들다는 말을 우리 죠이도 이해할 날이 오겠지? 그날, 엄마의 일기가 너에게 안식처가 되길 바라. 너의 엄마도 이렇게 휘청이고 있었다고 위로받길 바라.
죠이야, 지금 너는 무엇을 가장 사랑하고 있니? 그것이 일이든, 물건이든, 사람이든 그렇게 열렬히 사랑할 수 있는 우리 아들을 엄만 응원해. 대견하고. 그렇지만 자신을 아프고 힘들게 하면서까지 하는 건 사랑하는 방법이 잘 못된 거야. 너를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그 사랑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야. 그러니 하루하루 꼭 너의 내면을 돌보렴. 너를, 너의 마음을 아끼렴.
이 것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에게 2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밥 한 숟갈, 너의 모든 종종걸음에 마음이 애달팠던 나, 스스로를 돌볼 줄 몰랐던 지친 내가 너를 향한 사랑을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고민하며 직면한 진실이야.
그래, 엄마는 엄마를 돌볼 줄 모르더라. 그걸 너를 낳고 너를 통해 알았지 뭐. 근데 그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더라고.
건강한 자기 돌봄을 중한 가치관으로, 삶의 습관 혹은 오랜 취미로 작은 자리를 마련해두길. 많이 걷고 또 걸어서 어느 날은 길 양옆의 잡초도 솎아내고 어느 날은 꽃과 흙에 가까워져도 보고 그러다 어느 날은 그곳에 누워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 속에서 세상이 줄 수 없는 힘과 에너지를 충전하는 그런 네가 되길 바랄게. 그런 엄마가 될게.
자는 동안 네가 가장 좋아하는 기차와 버스를 타고 즐거운 여행을 하길. 어서 너와 책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일은 피망 잘 먹자!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