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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19일

기다림, 인내

by Katherine

사랑하는 죠이야 오늘 하루는 어땠어? 오늘은 비가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우리 죠이가 좋아하는 버스도 기차도 못 탔잖아.


집에서 이것저것 엄마한테 가지고 뛰어오고. 서랍을 열어 허리를 반이나 숙인 채 작은 손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보물 찾기를 하기도 하고. 돌아보니 엄마는 집안일을 하며 죠이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는데 내심 죠이가 심심할까 봐 걱정이 됐던 것 같아.


짜장소스를 오랜만에 먹고는 맛있어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 아빠 덕분에 엄마도 매운 깐풍기를 맛있게 먹었지.


죠이야 요새 넌 무엇이든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 순간에 감정을 펑 터뜨리곤 해. 그 조그만 속이 큰 세상에서 답답한 거지. 엄마도 알아. (엄만 오늘 건강을 위해 PT를 등록했거든.) 요술봉처럼 휘리릭 휘 두르고 나면 고생 없이 짠. 그런 초능력이 있다면 모두가 원할 거야.


그러나 건강이나 음악, 언어, 요리 등등 세상엔 기다림과 인내를 먹고 자라나는 것들이 더 많단다. 엄만 네가 어른이 되어 살아갈 세상, 그 변화무쌍함을 알지 못하기에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말이야.


엄마가 먼저 기다려줄 주 아는 사람이 되어볼게. 하루치의 인내를 아끼지 않아 볼게. 사랑하는 너에게 빈말하지 않도록 내가 삶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매일 방향타를 잡을게.


날이 갈수록 네가 커갈수록

나는 저물어가고 또 여물어갈 수 있도록


너로 인해 평범한 엄마의 내일은 아직 읽지 않은 변화무쌍한 다음 페이지가 되어 가끔은 무겁게 가끔은 두렵게 다가오지만 어떻게 그게 다라고 할 수 있겠어. 엄마가 그 책의 주인공인걸.


다음번엔 머리 더 잘 다듬어 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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