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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 Sep 20. 2018

오키나와 외국인 주택가의 변신

미군들이 살았던 외국인 주택가에 찾아온 변화


미나토가와 외국인 주택가, 港川外人住宅街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72년까지 미군의 통치를 받았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오키나와 전투로 점령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주일미군의 70%가 오키나와에 집중 배치되어 있다. 이렇게 오키나와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그들이 살기 위한 외국인 주택이 많이 지어졌다. 


기존 오키나와식 주택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가진 외국인 주택은 단층 구조로 된 콘크리트 건물이다. 지붕은 태풍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평평하게 설계되었고, 작은 마당과 차고가 갖추어진 아주 단조로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1950~60년대부터 오키나와 곳곳에 이런 외국인 주택들이 많이 지어졌는데, 현재는 집이 오래되고 낡아 미군들은 다른 곳으로 떠난 상태다. 미군이 떠나고 남은 주택은 일본 본토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의 눈에 띄어 거주 공간이 아닌 상업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우라소에 시에 있는 미나토가와 외국인 주택가가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되었다. 1960~70년대 미군들이 살던 주택을 개조해 셀렉트 숍, 베이커리, 타르트 가게, 카페, 식당 등으로 탈바꿈 시켰고, 하나의 외국인 주택가 마을을 형성했다. 외국인 주택가 느낌을 살리기 위해 각 주택 사이에 있는 거리는 미국의 50개 주(states) 이름을 가져와 오리건(OREGON), 애리조나(ARIZONA), 미시간(MICHIGAN), 캔자스(KANSAS), 버지니아(VIRGINIA), 네바다(NEVADA), 플로리다(FLORIDA) 등으로 부르고 있다. 


▲ 오키나와 중부 우라소에 시에 있는 외국인 주택가.
▲ 미군들이 떠나고 빈 외국인 주택을 개조해 예쁜 카페와 상점으로 변신했다.


미나토가와 외국인 주택가에는 약 60~70여 채의 외국인 주택이 남아 있고, 그 주택 중 60~70%가 상점 및 개인사무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각 상점마다 저마다의 색깔로 외벽을 페인트칠 해 알록달록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가게와 디저트 카페가 많아 여성들이 좋아하는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미나토가와 외국인 주택가 내에서도 특히 인기가 높은 가게가 몇 곳 있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열대 과일이 듬뿍 올라간 과일 타르트를 파는 오하코르테다. 오키나와 최고의 타르트를 맛볼 수 있는 가게로 명성이 자자한 곳. 오키나와 전역에 다섯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이 1호 매장이다. 오하코르테 외에도 천연 효모를 넣은 식빵 가게 이페코페, 원두를 직접 볶아 커피를 내리는 세라도 커피, 토종닭으로 만든 오키나와 소바 전문점 이시구후, 독특한 잡화가 가득한 포트리버 마켓(PORTRIVER MARKET), 원목 장난감을 파는 카사 마틸다(Casa Machilda) 등도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가게로 꼽힌다. 각 거리마다 옷가게, 셀렉트 숍, 잡화점 등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상점들이 있다. 찬찬히 거리를 돌아보며 이국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외국인 주택가를 즐겨보자. 대부분의 상점들이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므로 점심시간 쯤부터 오후 시간까지가 즐기기 좋은 시간이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C57W94EXDox



오하코르테 미나토가와점, オハコルテ 港川店


플로리다 거리 No.18 주택에 자리 잡고 있는 오하코르테 미나토가와점은 외국인 주택가 내에서 가장 유명한 가게다. 오하코르테는 2009년 4월에 1호점인 미나토가와점을 시작했고, 현재 오키나와 전역에 다섯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오키나와 대표 디저트 가게다. 오하코르테에서는 열대 과일이 듬뿍 올라간 바삭한 과일 타르트를 선보이는데, 총 네 번에 걸쳐 구워낸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에는 과일 타르트를 맛보는 손님들로 가득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따스한 분위기로 가득 찬 내부 모습이 펼쳐진다. 카운터 옆에는 화려하게 빛나는 과일 타르트가 한가득 진열되어 있다. 신선한 과일이 듬뿍 올라간 10여 종의 타르트가 눈을 사로잡는다. 오하코르테에서는 약 7cm 높이의 타르트를 선보이는데, 7cm는 되야 타르트 반죽과 크림, 과일이 충분히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타르트의 종류는 계절마다 바뀐다. 봄과 여름보다는 가을, 겨울에 더 다양한 타르트를 판매한다. 구매한 타르트는 가게 내 테이블 또는 야외 정원에서 맛볼 수 있다. 먹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예쁜 오하코르테의 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하게 구운 빵과 달달한 열대 과일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 외국인 주택가에서 가장 유명한 오하코르테
▲ 열대 과일이 듬뿍 올라간 타르트를 맛볼 수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tzg2cpYqUjJ2



프루츠, Proots


외국인 주택가의 플로리다 거리(Florida) No.20 건물에 잡화점 겸 카페인 프루츠가 자리 잡고 있다. 프루츠는 류큐 왕국의 전통과 미국식 문화가 합쳐진 독특한 오키나와만의 문화에 반해 오키나와로 이주한 효고 현 출신의 이주민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오키나와만의 색깔과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게를 시작했다. 


가게 내에는 오키나와 전통 도자기부터 전통 문양이 들어간 책갈피, 컵 받침, 가방 등 다양한 수공예품이 진열되어 있다. 또한 오키나와 본섬에서 멀리 떨어진 야에야마 제도에서 생산된 흑설탕과 녹차, 과일 잼 등도 보인다. 가게 안쪽에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 테이블도 있다. 주인장이 자신만의 취향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왠지 계속 머물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곳이다.


▲ 오키나와만의 잡화를 판매하는 프루츠, 주인장의 개성이 돋보인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vmww8TPps8Q2



이페코페, ippe coppe


2008년에 문을 연 이페코페는 미나토가와 스테이츠 사이드 타운의 터줏대감과 같은 빵집이다. 천연 효모와 농약을 치지 않은 밀가루 그리고 오키나와 천연 소금을 넣은 건강한 빵을 만들고 있다. 여러 빵 중에서 식빵이 가장 유명한데, 유제품, 설탕, 달걀, 보존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천연 효모와 밀가루, 물, 소금만을 사용해 만든다. 이렇게 간단한 재료로 식빵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20시간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오랜 정성과 시간을 들여 만든 식빵은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대부분의 식빵이 문을 열자마자 팔린다. 식빵 외에도 쉬폰 케이크, 스콘, 수제 잼 등 다양한 빵이 준비되어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TGJjDBscRFR2



킷사 니와토리, 喫茶ニワトリ


이페코페 옆 작은 정원에 오키나와의 무더운 더위를 식혀주는 수제 빙수 가게가 있다. 태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4월부터 문을 열어 여름이 끝나는 9월에 문을 닫는 킷사 니와토리다. 이페코페 만큼이나 인기 있는 빙수 가게로 문을 여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이페코페 가게 벽면을 따라 긴 줄이 늘어선다. 빙수 가게를 뜻하는 얼음 빙(氷)자가 가게 앞에 붙어 있고, 가게 안에서는 연신 빙수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 


킷사 니와토리에서는 다양한 오키나와산 열대 과일 시럽을 올린 빙수를 선보이는데, 모든 시럽은 재료를 농장으로부터 공수해 직접 만든다고 한다. 빙수 종류는 그날그날 준비된 시럽에 따라 달라지는데, 드래곤프루츠&시콰사 빙수 (ドラゴンフルーツシークワーサー氷, 530엔), 파인애플&바닐라 빙수 (パイナップルバニラ氷, 590엔), 패션프루츠 빙수(パッションフルーツ氷, 590엔), 뽕잎 녹차 빙수(桑の葉氷, 580엔) 등이 있다. 


빙수는 오키나와 전통 도자기에 담겨 나온다. 하얀 얼음에 형형색색의 시럽이 예쁘게 뿌려져 있다. 별도의 추가 시럽도 담아준다. 작은 정원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빙수를 먹고 있으면 오키나와의 무더운 날씨가 한 풀 꺾이는 것 같다.


▲ 열대 과일 시럽이 올라간 시원한 빙수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vfQWQ3LFDfH2

 


세라도 커피, Cerrado Coffee


외국인 주택가를 거닐다 구수한 커피향이 코끝에 닿는다면 근처에 세라도 커피가 가까이 있다는 말이다. 1988년 원두를 볶기 시작해 오키나와 전역의 유명 카페와 식당에 원두를 공급해 온 세라도 커피는 오키나와에서 알아주는 원두 판매점이다. 2015년부터는 원두 판매뿐만 아니라 직접 볶은 신선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를 열었다. 단순히 좋은 원두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제대로 된 커피의 맛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귀여운 앵무새 그림을 마스코트로 사용하고 있는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향긋한 커피향이 느껴진다. 카페 중앙에는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주인장의 모습이 보이고, 손님들은 창가를 따라 마련된 벤치에서 커피를 즐기고 있다. 세라도 커피에서는 핸드드립 커피(430엔), 프렌치 프레스 커피(400엔), 아이스커피(450엔), 에스프레소(300엔)를 판매한다. 더운 날씨 때문에 아이스커피가 가장 인기다. 커피의 맛은 누가 마셔도 인정할 만큼 뛰어나다. 특히 신맛, 단맛, 쓴맛이 잘 균형 잡혀 있다.


▲ 직접 볶은 신선한 원두로 커피를 내려주는 세라도 커피.
▲ 앵무개가 마스코트. 원두를 사갈 수도 있다.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6u7Rnci2UZo



토리소바야 이시구후, 鶏そば屋いしぐふー


2016년 오키나와 소바 평가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한 토리소바야 이시구후는 오키나와 소바를 재해석해 맛을 한 단계 끌어올린 가게로 평가 받는다. 외국인 주택가 내 식당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으로 점심시간에는 빈자리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아침 9시부터 영업을 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도 많다. 


흔히 오키나와 소바라고 하면 가다랑어를 우린 국물에 딱딱한 면과 삶은 돼지고기를 올린 요리를 말하는데, 이시구후에서는 가다랑어와 돼지고기가 아닌 닭고기를 이용한 오키나와 소바를 선보인다. 오키나와 토종닭인 얀바루 닭을 고아 국물을 내고, 닭 가슴살을 잘라 면 위에 올려준다. 그리고 닭 육수에 삶은 야채를 토핑처럼 올려 먹는데, 마치 우리나라 삼계탕 국물에 칼국수를 넣은 것 같은 맛을 낸다. 우동처럼 쫄깃한 면발, 담백한 닭고기, 그리고 닭 육수에 샤브샤브처럼 익힌 신선한 채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특선 닭고기 소바(特選鶏そば, 800엔)로 야채(100엔)를 추가해서 먹으면 된다.


▲ 토종닭을 고아 낸 국물에 오키나와 소바면을 넣어 먹는 닭고기 소바.
▲ 100엔을 추가하면 야채를 올려 먹을 수 있다.
▲ 닭곰탕 같은 시원하면서 담백한 국물.

구글 지도 - https://goo.gl/maps/vHyF6TNvY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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