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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기 Jan 10. 2017

서른 살에 사춘기가 오는 이유

서른 살의 사춘기라는 제목으로 오랜 기간 글을 써왔다. 덕분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찾아온 뒤늦은 사춘기가 이제야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사춘기는 보통 10대에 많이 겪는다고 한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나는 사춘기를 겪지 않았다. 몸은 성장했지만, 머리와 가슴은 그대로였다. 나는 누군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삶의 의미는 어디에 있는지? 나는 이런 질문들을 서른이 넘어서야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질문들 덕분에 하루하루 회사에 가는 것이 힘겨웠다. 별다른 고민 없이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정말이지 생각이라는 행위 자체가 너무 싫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가 되고 싶었다. 답을 찾을 수 없는 '왜?'라는 질문들이 나를 너무 괴롭혔다.



 그러던 중 육아휴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은 하나씩 해 나갔다. 아이들만 데리고 제주도에 가서 한 달 살기도 해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내 삶을 정리도 해 보고,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 도전도 해 보았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동안 내가 쫒고 있었던 것이 허상인지 진짜인지 조금씩 그 실체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서른 살에 뒤늦게 사춘기가 왔던 이유 말이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나는 '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남들처럼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살았다. 나에게 맞는 대학은 어딘지? 내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어딘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저 남들의 기준으로 남들이 좋다고 하는 그런 곳을 은연중에 나의 꿈이라 생각하고 쫒았던 거 같다.


  그러니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여기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던 거 같다. 내가 학창 시절 '남'이 아닌 '나'라는 존재에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했다면...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했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면... 아마도 서른 살에 마치 독감처럼 찾아온 사춘기를 겪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그나마 서른 살 중반에 육아휴직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기간 동안 조금씩 진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도 나는 허상을 쫒으며 나의 참모습을 점점 잃어 가고 있었을 것이다.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10대와 20대 시절 그 질문조차 하지 않았기에 서른 살에 뒤늦은 사춘기를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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