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5년 9월 기준 [책 읽다 ㅇㅈㄹ] 올해의 책 TOP 2!

by ㅇㅈㄹ

2025년 9월 기준

[책 읽다 ㅇㅈㄹ]

올해의 책 TOP 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 읽다 ㅇㅈㄹ] 선정 2025년 올해의 책 대망의 2위에 오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 읽다 ㅇㅈㄹ]에 의하면, 현재까지 불변의 1위는 <사람, 장소, 환대>이며 ㅇㅈㄹ이 연말까지 읽을 나머지 책들에 따라 변수는 존재할 것으로 보이나 큰 이변이 없는 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2위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3위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로 2026년 영화화를 기다리는 중이다. 좋음 좋음 좋음!


여전히 '책은 종이책이지!'를 시전 하는 아날로그 좋아 인간이지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로 처음 전자책 완독의 경험도 함께 얻은 것이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부분! 역시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좋은 책은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읽을 때 '그동안 내가 책을 안 읽은 건 내 탓이 아니라 책 탓이었어!'를 외쳐댔는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서는 '역시나 내가 전자책을 못 읽었던 이유도 내 탓이 아니라 책 탓이었다'는 또 하나의 탄탄한 근거가 생겼다(?). 역시 '그건 아마 우리 잘못은 아닐 거야. 네 잘못 일거야.' 마인드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


처음에는 사실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일단 책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는 않고 그저 제목이 매우 흥미진진해서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냥 과학전문기자가 바라본 과학자에 대한 일대기... 같은 건 줄 알고 읽기 시작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탄 조던의 일대기를 쭉 따라가다가 ’ 결국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아요~‘로 끝나는 책인 줄 알았다. 그래도 약간의 교훈 한 방울로 ‘우리 서로를 다르다고 하지 말고 우리 자체로 소중해요~’ 정도로 끝나는 과학 에세이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중반이 지나며 저자는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냥 달려가는 것도 아니고 미칠듯한 속도로 달린다. 그러면서 드러나는 아주 대단한 과학자라 생각했던 그 주인공 데이티브 스탄 조던에 대한 충격적인 반전까지. 막판에는 뒷얘기가 너무 궁금해서 마치 소설책을 읽는 것처럼 결말부터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논외로 잡소리를 한 번 하자면, 이럴 때 전자책의 단점이 드러난다. "아니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하며 책을 펄럭펄럭!!!!펄럭!!!!!!! 하면서 책을 덮었다가 열었다가 한숨도 쉬었다가 충격적인 페이지를 넘겼다가 돌아왔다가 펄럭펄럭!을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


그래서 그런가 총체적인 책 읽는 경험이 다소 줄어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 많이 읽으시는 분들이 들으면 코웃음 칠 얘기지만) 그저 아이패드를 들고 허거덩!!!!! 하는 것뿐이다. 아니면 아이패드를 내려놓고 이마 짚고 한숨 잠깐 쉬기 정도?


마치 우리 어릴 때는 폴더폰을 탁!!! 소리 내서 닫으며 아주 불편한 대화였다는 것을 표출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화가 나도 스마트폰 종료 버튼을 에잇! 클릭! 할 수밖에 없어 아쉬운 그런 종류의 무엇.



책 읽다 ㅇㅈㄹ 선정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키워드 3가지


키워드 1

질서 vs 혼돈 그리고 사다리


인간은 무질서한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싶어 하지만, 그 질서가 꼭 진실은 아니었다. 혼돈 속의 질서를 찾고자 했던 데이비드가 결국에는 사다리에 집착하게 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도 결국엔 이 혼돈 속에서 '나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까?


밀리의 서재에서 처음 써본 하이라이트 이미지 공유 기능.. 나쁘지 않은데?
데이비드가 손에 꽃을 들고 해 왔던 일들은 “무의미”하거나 “소모적”이거나 “야심 없는” 일이 아니었다. 바로 그 저명한 아가시가 정의한바 “가장 높은 수준의 선교 활동”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신의 계획, 생명의 의미, 어쩌면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길까지 해독해 내는 작업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연에서 발견하는 것들을 분류하고 이름 붙이기를 좋아했던 데이비드는 아가시의 연구실에 들어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 모든 일의 허망함에 짓눌려 으스러지지 않기 위
해 그는 정확히 어떤 말을 자신에게 들려주었을까?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그의 30년 작업을 물고기 유리 파편 조각으로 만들었을 때 그는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그가 말년에는 결국 우생학자가 되어 그 끔찍한 주장들을 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을 다시 훑어볼 때 이 부분에서 멈칫했다. 그를 그렇게 뚜벅뚜벅 나아가게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조그만 테라리움 안에 들어온 아주 작은 물방울에도 홍수가 나버린 나 같은 아이에게 데이비드는 어떤 말을 해줬을까?


‘너만의 ‘의미’를 찾기 위해 다시 물고기를 꿰매고, 이것을 반면교사 삼아 꼭 물고기에 이름표를 달면 돼’라고 했을까?


다시 물고기를 분류하면 돼. 다시 하면 돼. 이제는 아니까. 다시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돼.


사다리가 데이비드에게 준 것은 바로 이것이다. 하나의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비드는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을 얻기 위해 결국 사다리에 집착하게 된다. 우리는 가끔 나에게 너무나 중요한 그 ‘의미’를 찾기 위해 그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것만이 옳다고 믿어버리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확증편향’.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가 찾다가 찾다가 결국엔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 준 그 만을 위한 해독제. 1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어떠한 해독제, 내가 맞다는 해독제, 하나의 거점, 중요성이라는 사랑스럽고 따스한 느낌을 찾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한다. 100년 전과 다르게 이제는 모두가 인터넷이라는 것을 갖게 돼서 그것이 모두를 향한 화살이 되고 있을 뿐.


그런데 - 평생을 물고기를 분류하는 데에 집착했던 데이비드가 애초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뚜벅뚜벅 나아갔을까?



키워드 2

언어와 분류의 한계 / 범주화


어류는 없다는 것을 통해 우리가 쓰는 단어와 범주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적으로 ‘물고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격이다. 물고기가 물고기가 아니라는 것 자체가 참으로 많은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가. 그럴듯한가? 그렇지 않다면, 과학적으로 좀 더 논리적인 일은 어류란 내내 우리의 망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던 그 생물의 범주, 그가 역경의 시간이 닥쳐올 때마다 의지했던 범주, 그가 명료히 보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그 범주는 결코,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특히나 해외에서 외노자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1인으로서 범주화에 경계하게 되기도 하면서도 범주화는 곧 나를 지키는 길이 되기도 한다. 나와 같은 사람, 비슷한 사람을 찾아내고, 내가 조금 더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일.


우리가 어류에 대해 해온 일이 바로 이와 똑같다.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다.


어쩌면 나도 지금까지 우리가 물고기에게 해온 일을 사람들에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내가 정한 그 “선”에 몰아넣고, 너는 그런 아이 쟤는 저런 아이 그러니까 선 그어야지, 그러니까 아웃.


그러다가 물고기에 관해 생각한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빛 물고기 한 마리가 내 머릿속에서 녹아 사라지는 모습을 그려본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 우리가 자연 위에 그은 선들 너머에 또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어떤 범주들이 무너질 참일까?


그러다가 나도 물고기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편하기 위해 선 그었던 그 많은 범주들. 그 너머에 어떤 진실을 나는 모르고 있을까? 내가 그은 그 범주들이 과연 맞기는 한 것 인가? 내가 그은 이 범주들은 언제 무너질 참일까?




키워드 3

나는 중요해!

아니 나는 안 중요해?!

아니 나는 중요해!


이 브런치에서도 맨날 하는 소리가 있다. 나는 좆밥이다. 그래서 나는 자유롭다. 근데 내가 좆밥이라는 게 가끔 나는 여전히 너무 괴롭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정말 시의적절하게 필요했다.


저자의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저자에게 “이 모든 것은 의미 없어,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 말한다.

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열렬히 기다려왔다는 듯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 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우린 중요하지 않아”

이 물음은 평생에 걸쳐 저자를 괴롭혔을까? 나는 가끔 괴롭다. 내가 중요하지 않고 내가 좆밥이라서 괴롭고, 우리 다 중요하지 않은데 자기 혼자 중요한 사람인 것처럼 구는 사람들을 볼 때 괴롭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 것처럼 살아야 할 때 괴롭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이 일이 무엇인가 의미가 있을 거야라며 물고기에 집착하는 데이비드처럼 굴 때 괴롭다. 물고기들에 꾸역꾸역 이름표를 붙이고 있을 때 괴롭다. 사실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나의 모습이 100년 후 우리가 데이비드를 보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는 것도 너무나 잘 안다. 내가 하는 이 모든 것들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 나는 여전히 중요한가?


그것은 혼돈이었을 것이다. 그것은―내가 어려서부터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써왔던 바로 그 세계관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이, 개미들과 별들과 함께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느낌.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내부에서 바라본, 차마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눈부시고 가차 없고 뚜렷한 진실. 너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진실을 흘낏 엿본 바로 그 느낌일 것이다.


저자도 괴로웠던 것 같다. 게다가 세상의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했던 데이비드의 삶을 따라가며 결국 그는 내가 중요하다고 말해 줄줄 알았는데, 사다리 위만 중요하다고 하다니!! 이 작가의 절망감이 나도 느껴졌다. 난 이제 뭘 믿고 살아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꽉 막힌 느낌.


그러다가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저자가 원한 그 답은 데이비드 기준 사다리의 가장 아래, 국가가 나서 유전자를 남기면 안 되는 종으로 분류되었던, 중요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알려준다. 우리는 중요하다고.


아 - 이 아이러니한 세상. 참 이 책은 에세이지만, 극적인 모먼트들이 꽤나 있어서 마치 소설처럼 읽게 된다.


바로 그때 그 깨달음이 내 머리를 때렸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깨달음. 애나가 중요하다는, 메리가 중요하다는 말. 혹은 이 책을 읽는 당신(넘어지지 않게 꼭 붙잡으시라)이 중요하다는 말.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것이 민들레 법칙이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이 책은 과학과 철학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 경험을 뒤섞어 결국 “나는 중요한가?”라는 물음으로 귀결된다. 우주의 시각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인간의 시각에서는 내가 부여하는 만큼 중요하다고 말한다. 애나가 메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메리가 애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저자가 와이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그물망이 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하다.


아주, 아름답고 동화적인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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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는 진짜 중요한가?



*책 읽다 ㅇㅈㄹ 이란?

책 읽다 ㅇㅈㄹ

ㅇㅈㄹ ㅇㅈㄹ 하는 이야기의 새로운 도서 섹션!

양주란 책 읽다! 양주란 책도 읽네? 양주란 책 읽다가 또 이 지랄!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후훗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