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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K Feb 13. 2023

층간 소음

7시 50분 기상. 기상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이유는 늦게 자서. 일찍 일어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찍 자면 된다. 문제는 일찍 자는 게 쉽지 않다는 것. 사실은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일찍 자는 게 힘든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 잡는다는 말이 있지. 하지만 일찍 일어나는 새는 야행성 벌레 잡기는 포기해야 한다. 이건 선택의 문제다. 소중한 내 시간을 밤에 쓸 것인가 낮에 쓸 것인가.

윗집 층간 소음이 도를 넘고 있다. 2년 전 윗집은 이사 오자마자 우리 집을 찾아와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날 수 있는데 최대한 자제 시키겠다며 미리 미안하다는 인사를 했었다. 과일 한 상자를 건네며 밝게 웃던 이웃은 5살 남자아이와 3살 쌍둥이 여자아이들을 키운다고 했다. 예고대로 층간 소음이 시작됐지만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그보단 세 아이와 전쟁 같은 매일을 사는 누군가의 세계를 난 외려 격려했어 연진아. 아이들 뛰는 소리보다 신경이 쓰였던 건 아내분의 분노에 찬 절규 소리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들리는 그 절규는 안타까움과 오싹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러 층간 소음에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자라고 운동량이 많아져서 그런지 종종 견디기 힘든 수준의 소음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도저히 참기 힘들어 인터폰을 누르기 직전까지 갔지만 참았다. 어차피 오가며 종종 만나기도 하니까 마주치면 정중하게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


이 글을 윗집이 보고 '어이쿠야 우리 집 얘기인가 보다'라며 조심 좀 해주면 좋겠으나 그럴 확률은 내가 당장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뉴욕행 비행기 표를 끊고 대한항공 737 여객기 비즈니스석 21B에 앉으려고 하는데 옆자리에 윗집 아내분이 앉아 있을 확률과 정확히 일치한다. 확률 제로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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