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을지로에 갔다 왔다. 목적지는 다이브 레코드. 레코드 샵이지만 레코드를 사러 간 것은 아니고 스케이트보드 스툴을 사러 갔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물건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파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지. 맘만 먹으면 중동 국가가 숨겨 놓은 핵무기 시설도 찾을 수 있는 게 인터넷 아닌가. 결국 끈질긴 노가다 탐색 전략으로 판매처를 알아냈고, 그곳이 을지로에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가게 된 것이다.
실물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스케이트보드 스툴이 아니었다. 이것은 뭐랄까 일종의 가구이자 예술 작품이었다. 사장님과 대화를 나눠보니 더 확신이 섰다. 비트라 체어 같은 포스가 있다고 하니 실제로 모든 부품을 독일에서 수입하신다고. 하아… 이건 내가 가져가야 하는 물건이구나.
다이브 레코드 대표님은 한량 느낌을 풍기는 분이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대단했다. 한량은 커녕,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특히 문화를 바라보는 태도에 있어서는 내 생각과도 백프로 일치했다.
문화라는 게 뿌리 깊은 나무처럼 천천히 자라 거대한 그늘을 만들고, 그 자체로 상징이 되어 길이 길이 보존되어야 하는 건데, 요즘은 무슨 소모품처럼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걸 안타깝게 여기며 두 늙은이 비주류의 대화는 마무리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깊은 고민을 하며 충무 김밥을 사러 갔다. 종로 근방을 가면 반드시 충무 김밥을 사가지고 가야 한다. 이것은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란님의 룰.
란님은 충무 김밥을 맛있게 먹었고 라임이는 새로 산 예술품을 자기 의자로 찜했다. 모두가 만족했다.
다이브 레코드.
종종 음악 들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