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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굿북 Dec 05. 2016

01. 부동산, 경험하지 못한 변화가 온다.

<부동산 위기인가, 기회인가>

현금이란 정말 대단한 놈이다. 물건값을 후려쳐서 말도 안 되는 값에 깎아 사면서도 ‘고객님 감사합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면서도 ‘사장님 감사합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금은 그 어떤 투자자산과 비교해서도 가장 안전한 자산이며, 카드가 통하지 않는 위급 상황에서도 비상금으로서 당당하게 빛을 발한다. 

     
그런 현금이 요즘 홀대받고 있다. 마치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당장 커다란 손해를 볼 것인 양 0.5%p 이자를 더 얹어준다면 미친 듯이 현금이 몰린다. 아파트로 상가로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올 법한 투자처가 나타나면 미련 없이 현금을 버린다. 현금은 투자 매력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우리 사회는 현금에 대한 인식이 많이 왜곡되어 있다. 한국전쟁 이후 근 70년간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지속하여 왔기 때문이다. 1970년대 평당 1,000원이면 사던 땅이 지금은 1,000만 원에 육박하니,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바보라고 할 밖에. 인플레이션 시대에 현금은 물가 방어가 안 되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수익률이 3%인 부동산에라도 미련 없이 현금을 던져 버리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저성장-저물가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경기 순환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 구조적인 문제다. 이미 2%대로 주저앉은 잠재성장률은 곧 1%대로 내려갈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성장과 물가를 반영한다. 따라서 저성장-저물가 시대에는 부동산 가격도 느린 속도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래도 2030년까지는 인플레이션 구간이다. 2030년부터, 어쩌면 그보다 일찍 2025년부터,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 구간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현금은 부동산의 반대말이다. 부동산 가격이 내려간다는 말은 현금의 가치가 오른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2억 원짜리 아파트가 1억 원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현금 2억 원으로 두 채를 살 수 있게 된다. 그만큼 현금의 가치가 올라간다. 따라서 부동산의 위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현금이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부동산은 점점 위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투자 패턴은 1970년대 초고속 성장 시대를 답습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현금을 들고 있으면 불안해한다. 현금이 생기는 대로 빨리 부동산이나 수익형 금융자산으로 바꿔놔야 안심이 된다. 세상이 달라졌는데도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불안 심리에 편승해서 아직도 무조건 부동산을 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천의 경험을 답습해서 세종시 아파트를 사라고 한다. 사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불패 신화’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실패 신화’도 염두에 둬야 한다. 책에서도 설명해놨듯이 세종시는 인구 유입이 없어 실패도시가 된다는 것이 도시공학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결론이다. 또 위례를 사라고 마곡을 사라고 부추긴다. 제2, 제3의 강남 개발이라도 되는 듯이. 그러나 정말 돈이 될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결국, 사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의 돈은 깨지지 않는다. 깨지는 것은 내 돈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우리는 이미 저성장-저물가의 새로운 세상에 들어와 있다. 우리 입으로, 머리로 그것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다만 그에 맞는 행동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세상이 그리 녹록한 세상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또 감당하지 못할 세상도 아니다. 제대로 대응만 한다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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