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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공원 Feb 20. 2017

면접, 오행으로 살짝 들여다 본

조직,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궁합

취업난과 면접

퇴근길 운전대를 잡고 있던 상황.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경력단절 사연에 무심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문득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취업난과 면접’이라는 이슈로 생각이 널뛰기를 했다.

조직의 직책상 면접 자리를 가끔 갖는 편이다. 그래서였을까?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한다’, ‘선택받는다’는 행위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일까? 과연 어떤 기준으로 그 선택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면접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왔던가? 판단 미스로 놓친 인재는 없었을까? 혹여 잘못 선택했던 인원은?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들이 아우성이 되어 몰려왔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어렵다. 특히 성실하고, 정직하고, 책임감도 있고, 한마디로 일 잘하고, 인간성도 좋은 인재를 발견하는 것은 정말이지 하늘에 별따기다.


면접에 임하는 태도

면접에 임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일정기간 동안 여러 단계를 거치는 선발이 아니라면, 면접관은 한정된 시간과 조건에서 조직과 어울릴만한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이럴 때 상대에 관한 정보라고는 이력서 한 장이 거의 전부인 경우도 많다. 매의 눈으로 면접자를 탐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면접장에서 가장 먼저 레이더에 들어오는 것은 복장과 외모다. 그다음이 말투나 대답하는 태도다. 면접관의 역할은 사전에 준비했던 질문과 대답을 통해 치열하게 면접자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은 당연히 복장이나 말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질문에 대답할 때, 자신감이나 패기를 보이면서도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이력서에 구구절절 쓴 내용은 단지 참고 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듯한 스펙으로 과대 포장했더라도 대화가 조금만 깊어지면 순식간에 그 실체가 드러난다. 수년간 경험을 쌓은 이 분야의 날고 기는 전문가들 앞에서 어쭙잖게 밑천 준비를 했다간 바닥이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므로 면접자는 자신과 지원하는 조직과 직위에 맞는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신입 면접: 스토리텔링

신입사원 면접을 보면 대부분 도긴개긴이다. 이력서라고 해 봐야 기실 몇 자 쓸 내용도 없고,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 봉사활동이나 해외연수, 토플/토익 성적, 자격증 등을 거창하게 부풀려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나 들이미는 이런 밑천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취업난에 여기저기 뿌려내는 지원서의 병폐인지는 모르겠으나, 심지어 자신이 면접을 보겠다고 앉아 있는 회사가 정확히 어떤 회사 인지도 잘 모르는 이가 수두룩하다. 이런 얼빠진 태도를 가진 면접 대상자는 애초부터 열외다. 적어도 어떤 회사에 면접을 보겠다면 그 회사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보고 숙지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로 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자신의 역량을 파악하고, 최대한 알릴 수 있도록 힘써라. 왜 내가 이 자리에 왔는지, 조직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왜 나를 선택해야 하는지 등. 면접관에게 지원동기를 분명하게 설득시킬 수 있다면 취업의 기회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면접 시 빼놓지 않는 질문에  "장래의 목표와 어떤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가?”가 있다. 혹자는 “그러기엔 아직 너무 이른 나이가 않은가?”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 대답에서 상대의 심지를 본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이런 대답을 똑 부러지게 한 친구들이 자신의 삶이나 조직생활에 대한 자세가 남달랐다. 설령 그대로 살아 내기가 만만치 않다 하더라도, 적어도 생각을 하며 사는 주체적인 사람인지 여부는 명확히 알 수 있다고 본다.

 

입에 발린 “열심히 하겠습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는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자기소개를 할 때도, 뻔한 호구조사보다는 자기만의 특별한 스토리를 통해 어필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설령 평범한 성장 과정을 겪었다 해도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고 창의성을 곁들이면,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상대방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나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물론 치밀하게 기획해서, 반복 연습하는 준비 과정이 따라야 한다.


경력자의 면접: 줄타기

경력자의 면접이 줄타기라 표현한 이유는 밸런스의 중요성 때문이다. 

경력자로서 이직을 하는 나이는 사실 대중없다. 입사한 지 수개월 내지 1년도 채 되지 않고 새 직장을 찾아 나서는 사람도 있고, 한직장에서 거의 평생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업종과 개인의 능력 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두 부류 모두 새로운 도전이 간단치 않은 케이스다. 조직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온 사람은 면접시 우선적으로 스크리닝에 걸린다. 혹시 적응 부적격자는 아닐까 하는 의심을 당할 수밖에 없으니 주의를 요한다. 구조조정 때문에, 또는 정년이 가까워 새 직장을 찾는 경우 또한 험난한 과정에 놓이게 된다. 그간 부지런히 쌓아놓은 인맥이나 자신만의 갈고닦은 필살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사항이 하나 있다. 조직에 속해 있을 때의 나와 홀로 선 나는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더 이상 지나간 조직의 후광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직이 자주 일어나는 분포도로 살펴보면, 3~5년 차 대리급이나 5~10년 차 과장 내지 차장급도 자주 등장한다. 나이 때로 보면 20대 후반부터 30대 정도인 대리급은 조직에서 업무 역량이 어느 정도 기틀이 잡힌 상태다. 이들의 이직 이유는 변화와 도약이다. 그래도 아직은 입사 때의 패기와 열정이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않았지만, 뭔가 새로운 변화를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해 나가기를 원한다.


그에 비해 40대인 과장, 차장급은 이직을 통해 확실하고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 위함인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인생에 있어 승부수를 띄우는 일이라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게 된다. 지금까지 일궈왔던 나름의 지위나 위치를 섣불리 내팽개치기도 어렵고, 가족 부양에 대한 고민이나 실패에 대한 걱정도 발목을 잡기 일쑤다. 또 새로운 조직에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두려움이다. 실제로 경력자가 새로운 조직으로 옮겼을 때, 기존 조직원들로부터의 은근한 텃세와 반드시 부딪치게 되어 있다. 이 과정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하면 또다시 고민에 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그러므로 이직을 결심했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새로운 조직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최선의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실력’이고, 또 하나는 ‘적응력’이다.


어느 곳에서든 실력이 뛰어난 인재는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필살기를 갖춘 인재는 어디서든 대우를 받게 되어 있다. 다만 무엇이던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너무 잘나서 안하무인 자세를 가진 경력자라면 가슴에 시한폭탄을 품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자신감이 지나쳐 변질된 자만심으로 터져 나오면 조직 전체로 불똥이 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보통 조직의 경영진에 속한 면접관들은 이런 미꾸라지 DNA를 가질만한 면접자들은 애초에 걸러 내거나 설령 잘못 뽑았다 문제를 일으키면 적절한 타이밍에 내보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므로 실력만큼이나 조직의 일원으로 섞여 드는 적응력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통 대기업 출신들이 규모가 좀 작은 조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 다양한 감정과 태도를 보인다. 비록 굳게 마음을 먹고 도전해서 채용이 되었다 해도, 실무에 들어가서 보면 상황이 바뀌기 십상이다. 기본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담당하게 되는 업무의 영역과 역량, 그리고 범위 자체가 다르다. 특정 분야의 업무에 더 집중할 여건이 되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서는 다양한, 심지어 아주 자질구레한 일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말이 좋아 일당백이지 사실 영 폼이 안 난다. 가끔은 구차스럽기까지 하다. “아니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돼?” 라며 그만두는 친구를 본 적도 있다. 또 지나친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막무가내로 상사에게 대들었다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힌 친구도 있었다. 욱하는 성정을 참지 못하고 치기 어린 사표를 던졌다가 여러 직장을 전전하고 있는 친구 소식도 들린다. “아차~!” 하면 이미 늦다. 나만 능력 있고 잘났다고 해서 (물론 그 조차도 자신만의 착각인 경우가 많다) 만사형통하는 게 아니다. 조직의 체계와 심리도 어느 정도 알고 행동하라. 그래야 인정도 받고, 몸도 마음도 편한 법이다.


면접과 오행 특성

오행(五行)으로 보자면, 신입 면접의 경우는 신선함과 패기가 가장 확실한 무기다. 면접에서 도전력(木)과 열정력(火)이 잘 드러나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게 될 확률 또한 높다. 이에 비해 경력자는 도전(木)과 열정(火)을 아우르는 단계에서 차츰 균형과 조화(土)를 중시하는 단계로 옮겨가는 시기라 할 수 있다. 40대 경력자의 역할은 조직을 떠받치는 중추 구실, 즉 중간관리자다. 그러므로 대상자를 뽑을 때도 그 기준에 어울리는 인재를 찾게 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실력은 기본이고, 조직에 잘 섞여들 수 있는지도 선발의 중요 요건이다. 실력은 이른바 금(金)의 영역으로 필살기로 대변된다. 또한 적응력은 오행에서 수(水)의 영역이다. 물처럼 조직 구성원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한 몸처럼 될 때, 조직의 시너지도 더 발생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경력자는 면접 시 자신이 맡게 되는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조직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확실히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아무리 ‘평생직장 보다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여기저기 직장을 옮겨 다니는 철새 경력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검증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경력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조직, 그리고 사람 사이의 궁합

우여곡절 끝에 취업 또는 이직에 성공했다. 그런데 아무리 개인의 성품과 능력이 훌륭하다 해도, 조직이나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수준이 턱없이 미약하거나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면 엄청난 난제다. 궁합은 남녀 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남남 여여의 관계나, 사람과 조직과의 관계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왠지 모르게 끌리거나 챙겨주고 싶은 상대도 있고, 주는 거 없이 미운털 박힌 대상도 항시 존재한다. 도무지 그 이유를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난 그냥 네가 꼴 보기 싫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이 없는가?


오래전 근무했던 직장에서 재미 삼아 같이 일하는 부원들의 사주를 봐준 적이 있다. 이미 함께 한지가 수개월이 지났으니, 상대의 성품과 역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시점이다. 그래서일까? 이는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던 내 느낌을 확인 사살하는 과정이 되어 버렸다. 아무튼 ‘아~! 이 친구는 이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에 이르렀던 기억이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함께 운동하는 클럽에서 나와 죽이 잘 맞는 동생들 사주를 짚어 보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전부터 “아마 얘들 사주는 나와 분명히 합이 많을 거야” 라던 나의 느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지금의 직장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런 과정을 피한다. 상대에 대해 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선입견에 사로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짚어보지 않아도, 느낌 만으로 상대가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 정도는 촉이 온다. 사람은 누구나 이런 느낌 정도는 가지고 있다. 단지 추측과 확신이란 면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직과 내가, 또 조직원 동료들과 내가 좋은 궁합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사람의 운명에는 늘 장난 같은 일들에 벌어진다. 합이 있으면 극도 있는 법이다.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못 잡아 먹어서 으르렁대는 밉상도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말자. 나와 잘 맞는 것도 좋지만 나와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극인 사람도 필요할 수 있다. 조직에서 다 같이 힘을 모아 한 방향을 바라보고 노를 저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이나 반대방향을 주시하는 사람도 있어야 예상치 못한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의 발전 또한 혹독한 난관속에서 자신을 단련해 가는 과정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봄이 성큼 우리 곁에 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가 피어나듯 모든 이들의 도전정신도 새순을 활짝 피우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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