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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젬마 Feb 28. 2016

어쩌면 나도 꼰대였을지 모르겠다.

그 많은 막내의 의무는 누가 지웠을까-

탕비실 빵 부스러기를 치우고, 종이컵을 정돈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버리고, 냉장고에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처리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걸 내가 왜 하고 있지? 나보다 더 후배도 있는데 말이야!' 생각을 함과 동시에 깜짝 놀랐다.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하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닌데... 혹시 나도 꼰대가 되어가는것은 아닐까 두려웠다.회사의 궂은일을 막내가 해야 한다는 '닫힌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토록 되지 말자 다짐했던 꼰대가 사실 나 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나의 닫힌 생각들이 굴비 엮듯이 줄줄이 나왔다.


'회식에서 고기는 당연히 막내가 구워야지!'

사실 고기를 가장 잘 굽는 사람이 고기를 굽는 것이 합리적이다.

'테이블에 수저 세팅은 막내가 해야지!'

수저통에 가까이 앉은 사람이 세팅하면 된다.

'심부름은 막내가 해야지'

개인이 필요한 물품인 경우, 필요한 당사자가 직접 사면된다.


사실 나도 긴 막내 생활을 지나오며 이상하다고 느낄 새 없이 학습되었던 일들이 머리 속을 가득 매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센스'라는 단어로 강요되었던 '의무'였다.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센스'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조직의 약속은 그렇게 막내의 조직 생존을 틀어 쥐어 위협했다.


사실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일이고, 먼저 모범을 보이면 된다. 그러니 나부터 하지 않고, 싫은 일을 막내에게 강요하지 말아야겠다. 더 이상 닫힌 생각에 갖히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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