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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젬마 Mar 27. 2016

연봉 인상을 거절했다

회사 마케팅을 전적으로 담당하게 됐다

연봉 인상을 거절했다.


"연봉 올려줄까?"
"아니요(단호)"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훅 들어오셔서 나도 모르게 훅 쳐버렸다. 내심 연봉 인상을 바라고 또 내가 먼저 말씀드릴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봉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순간에 나도 모르게 단호하게 거절했다. 대답하고 나서 5분도 지나지 않아 스스로가 경솔하지 않았나 후회도 했지만.

"필요한게 있으면 다 말해봐"
"연봉보다는 책이나 강의같은걸 들을 수 있게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택시비, 밥값, 책, 수강료 등 뭐든 필요하면 얼마든지 사용하세요"
"네^^"

이 이야기가 나오기 20분 전에 대표님께서 "회사 마케팅을 앞으로 내가 다 담당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마케터 출신인 대표님께서 본인은 앞으로 실무에 직접 투입이 어려우니 내가 빠르게 성장해서 그 역할을 전적으로 책임졌으면 좋겠다며 회사 마케팅을 책임지는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뭐든지 말해보라고, 다 들어주시겠다고 말씀하시며 나온 대화였다.

문제는 내가 마케팅에 특화된 커리어를 밟지 않아 새롭게 배우며 실무에 적용하는 단계라는 것. 전담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외부인사를 영입 보다 내가 충분히 빠르게 성장해주길 믿고 또 바란다고 하셨다. 대표님 본인은 광고 회사 출신이어서 깐깐하고 이 분야에 대해 나보다 훨씬 많은 통찰력을 갖고 계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어서 빨리 능가하길 바라락 또 대표님 본인이 모르는 것들을 내가 알고 알려드리기 시작하는 단계가 오면 그 때부터는 걱정없이 믿고 맡길 수 있을것이라 하셨다.

회사 구조를 생각해보면 내가 그 역할을 해야함을 잘 알고 있는데, 막상 그 이야기를 대표님 입으로 듣고 나니 부담감에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일일이 보고하며 진행할 필요도 없고 전적으로 모든 일정, 우선순위를 관리하여 진행하라는 말까지. 대표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회사 구조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내가 내 역할을 해야지만 대표님도 걱정없이 외부로 열심히 활동하시며 본인의 일에 집중할 수 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마케팅을 받쳐주지 않을 경우 매출이 빠르게 늘지 못하고 어쩌면 자금이 말라서 직원들이 월급을 못 가져갈 수도 있다! 그 동안 잘해왔던 일을 조금 더 큰 권한을 갖고 한다면 모르겠는데,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하며 동시에 성과까지 내랴...  아 사람 관리도 추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관리도 내가 맡는다.


두통을 이겨내며 열심히 마케팅을 이리저리 구상하는 중



내가 충분히 버텨준다면 연말에는 그 어떤 마케팅이든 씹어 먹을 수 있는(?) 초인이 될것이다. 주어진 시간 동안 남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해야하는 일은 늘 즐겁다. 또 해냈을 내 모습을 생각하니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투지까지 끓어 올랐다. 연봉을 올려달라는 말에 '예'라고 대답하지 않아 참 다행이었다. 받은 만큼* 일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더욱 나를 몰아 부쳤을 테니까. 성과를 낸 다음에 급여를 올려달라고 말해도 늦지 않는다.

덕분에 올해는 작년보다 더 친구들에게 소홀한 한해가 될것 같다. '마케팅 고시'에 반드시 합격해야겠다.


*받은 만큼 일한다?
사실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직원은 받은 월급에 3배 만큼의 가치를 창출해야 회사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받은 만큼만 하면 되지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 회사는 인건비만 있으면 굴러가지 않는다. 당장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 임대료, 4대보험료, 세금, 컴퓨터, 커피 등 운영비가 무지막지하게 소요된다. 회사 입출금 내역을 보면 회사는 늘 직원들의 상상을 초월하여 지출한다. 직원 급여와 운영비만 있으면 현상유지 정도는 할 수 있지만 회사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또 직원의 급여 만큼이 회사 발전에 쓰여야 한다. 마케팅 비용, 사세확장 등 회사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서 받은 만큼만 일하는 직원을 대표들이 좋아하지 않다. ㅜ

직원 급여 : 운영비 : 회사 = 1 :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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