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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Jul 15. 2018

외국에서 숫자 7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

쿠알라룸푸르 탐험대 ep.05

아저씨 저는 7번 밥을 시켰는데 왜 1번 국수를 주신 거죠?


한 입도 못 넘기겠는데요? ㅠㅠ 인종차별 아니죠?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 가아요~

어젯밤엔 맥주를 마셨으니, 오늘은 반드시 아침에 밥을 먹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말레이시아 음식 중 겁나게 JMT인 나시레막(aka 땅콩밥)을 먹으러 올드타운 화이트 커피(말레이시아에서 유명한 프랜차이즈 음식점)에 갔다.


아침은 밥이니까 밥!


올드타운 화이트 커피는 주문할 때 이렇게 주문 쪽지에 글로 써서 주문한다.

HS7: 나시레막 7번

WC1: 화이트 커피 1번

세트를 주문했다.


그 런 데.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음식이 나와버렸다. 이런 고동색 국수가...

국수를 보자마자 내 의지는 내 마음을 이렇게 위로했다.


그래 여행을 다니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거야. 새로운 문화체험 꺄올!


하고 먹어보기로 했다.


생긴 게 짜장면 같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역시 음식문화 차이 극복은 쉽지 않았다.


저 분홍색 맛살같이 생긴 건 내 입맛엔 지나치게 비렸고, 까만 소스는 간장 비슷한 맛이었으나 역시 비렸다. 회, 굴, 홍어 3 콤비와는 절교한 지 오래된 나에게 이런 해물맛 국수는 입을 망치로 퇑 때리는 충격이었다.


여행 다니면 24시간 웃으면서 살리라 결심했지만 인생은 결심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선생님들 이게 무엇입니까? 이게 바로 나시레막이라는 것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투머치 현지음식은 여행자에게 고역이란 말입니다. 노력해봤으나 안되겠습니다.


간신히 밀가루를 씹으며 한참을 고민했다. 왜 난 이런 국수를 받은 거지?


1. 아시아 여자라 인종차별당한 걸까?

2. 음식을 시킬 때 의사소통이 잘못됐나?


정답은 2였다.(아니어도 2라고 생각하고 싶다)



대체 어디부터 잘못됐나 싶어 영수증을 확인했더니

HS1로 돼 있었다.


내가 쓴 HS7를 HS1로 읽은 거다.


억울했다. 대체 왜 내가 쓴 정갈한 7을 1로 읽은 것인가. 인생 선배님 네이버를 찾아가 설명을 들었다.


1과 7 외국... 검색 엔터! 선생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요?

대체로 북미나 유럽에서는 7을 쓸 때 가운데 선을 하나 긋습니다
그 이유는 1과 7을 혼동하지 않기 위해섭니다

숫자 표기도 외국어라고 할 수 있죠

-네이버 선생님들 종합 답변
(클리앙에서 가져옴)

그러니까 내가 쓴 앞꼬리 긴 7을 그 사람(인도계처럼 보였다)이 1로 읽은 것이었다.


외국인은 왜 7 가운데에 선을 그을까?가 궁금해서 더 찾아봤다.

아라비아 숫자의 기원이다. 꺾인 각이 몇 개인지에 따라 만든 숫자라고 한다.


1은 한번 꺾였고, 2는 두 번, 3은 세 번, 이렇게 숫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7을 보면 가운데 선이 추가돼 있다. 문화에 따라 7을 저런 식으로 가운데 선을 유지한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는 게 아닐까(하는 명탐정의 추측이 있었습니다).


외국에서 7을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걸 전혀 몰랐다.


단지 북한 김정은이 7을 이렇게 쓰는 걸 보고 특이하다...라고만 생각할 줄 알았지.

문화에 따른 숫자 표기법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소심한 관종*을 소개합니다.

권귤의 사생활 -> https://www.instagram.com/soooyeon.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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