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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밀레니얼 세대에 태어났다.

프롤로그

by Jin

*우선 이 브런치북은 마음의 온도 작가님의 게시글 '아님 말고'의 정신을 빌려오고 소리글 작가님의 '동전이 희미해진다.'의 댓글에서 대롱대롱, 빠빠오를 거론하였으나 모르시는 분이 계셔서 알려드리고 싶은 이내 마음 이 담긴, 어린 시절 기억에 관한 기록을 위한 브런치 북이다. 기존 브런치 북과 다르게 윤문, 퇴고 없는 그냥 써본다의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나의 기억 한 자락에 놓인 추억을 소환해 기록하고자 한다. 그러려면, 내가 어떤 세대인지부터 알아야 하니까. 짧게 퉁쳐보자면, 나는 그놈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Z세대를 아우르는 말—그중에서도 M 포지션,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다.


M세대는 오렌지족이라 불리던 ‘X세대’(1960년대 중반~1970년대 말 출생)의 다음 세대로, ‘Y세대’라 불렸고, 2000년대에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밀레니엄 세대’라고도 했다. (참고로 2020년 국립국어원에서는 이걸 우리말로 ‘새천년 세대’를 선정했다. 세월의 흐름.. 작렬.)


그 외에도 별명은 셀 수 없이 많다. 시사 주간지 타임(TIME)에서는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이라 불렀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세대라나 뭐라나. 하지만 글쎄? 나는 그 단어가 좀 억울했다. 우리는 이기적인 ‘나만 아는 세대’가 아니라,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배운 세대’ 라 생각한다.


아, 어!

말 한 끗 차이인데..

세상을 구성하는 기준이

달라져버린다.


다른 세대와 특이한 다른 점은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장면을 몸으로 겪은 세대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지간한 사람들은 기기에 익숙하고, 대부분의 컴퓨터 프로그램(워드, 포토샵, 플래시, MSN 메신저 등)을 한 번쯤은 다뤄보지 않았을까. 이 덕분에 ‘테크세대’라는 별명도 붙었는데, 이건 인정. 지금도 우리 부모님 세대보다 키오스크 등 신기술을 훨씬 빠르게 받아들이는 걸 보면, 꽤 정확한 별명으로 여겨진다.


나의 어린 시절 이런 세상을 상상이나 했을까. 나의 대답은 전혀! 다. 핸드폰으로 어지간한 사진기 보다 좋은 화질의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스트리밍을 이용해 노래를 듣고, 유튜브로 영상을 본다. 어린 나는 부모님께 겨우 졸라 산 휴대용 카세트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음악을 듣고, 늘어진 테이프를 냉동실에 넣으면 다시 원상 복귀된다는 그런 말에 각종 해괴한 일도 마다하지 않던 세대였다.


그 속설은 비디오테이프에서도 똑같이 반복되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즘 친구들은 비디오 테이프이라는 단어를 알까? 싶다. 좋아하는 가수의 모습을 계속해 보고 싶어 본방송과 재방송 시간을 수첩에 적어가며 시청하던 그 시절을 알까 모르겠다. 그것도 모자라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서 돌려보았다. 무한 반복. 아는 사람만 아는. 되감기라는 단어가 주는 그 조급함이란.


녹화 버튼을 잠시 멍 때리다 늦게 누르면, 그날은 망했다. 진짜 망했다. 오프닝이 잘려 나갔던 그날의 슬픔. 요즘 아이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OTT로 보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OTT가 다 뭐야. 우리는 정말 아날로그 식으로 덕질부터 시작했다. 덕질 해본 이들 치고 홈페이지 안 만들어본이 있을까. 그래서 요즘 아이돌 팬들 보면, “참 좋은 세대구나~” 하다가도 스스로 ‘아, 나 좀 꼰대 같다…’ 싶고 돌이켜 보면 그 시절 어른들이 우리에게 좋은 세대라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이건, 나의 부모님도 모르는 고등학교 때 추억이다. 지금이야 기사도 많고, 어지간한 홈마들이 뿌리는 전문가 못지않은 현장 사진들이 천지지만, 그 시절은 내가 좋아하던 연예인 현장 사진 한 장을 그때 단어로 찍사라 불렀었는데, 그 찍사가 가지고 싶었던 나는... 스스로 눈을 찔러 ‘아폴로 눈병’이라 담임 선생님을 속이고 지역 대학 축제에 갔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필름 카메라로 무대 위 모습을 겨우 찍어 인화해 얼굴도 보이지 않는 사진을 바라보며 좋아하며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이없고, 웃기지만, 그땐 진심이었다. 누굴 보려고 내 눈까지 찔렀냐고? 신화다. 주황공주님들, 그대들이여… (아, 내 손발이 ‘ㅁ’ 오글오글.) 기억나는가! 주황색 봉! 신! 화! 창! 조! ㅋㅋㅋㅋㅋ 아옼 유치해.


선인장처럼 가시가 잔뜩 난 그 시절, 나는 신화 덕분에 사춘기를 무난히 넘겼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돌려준 게 바로 덕질이었으니까.(사실 신화 말고도 좋아하는 그룹은 천지빼까리였다.) 그 시간을 그렇게 보냈기 때문에 지금 이 세상에서 살아내고 있는 것 아닐까. 이런 마음이 나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 덕의 시절을 겪고 부모가 된 일부 M세대들은 아이가 “콘서트 가고 싶어” 하면, 군말 없이 티켓팅을 도와주고 웃으며 공연장 밖에서 아이를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나도 내 아이가 “이 연예인 좋아!”라고 말한다면, 기꺼이 밀어주리! 그리고 웃으며 말할 수 있다. “싸게 먹히는 성장통이다.”라고.


물론, 나의 어린 시절의 어른들은 그걸 이해 못 했다. “연예인 좇아 다니지 말고, 세상 좀 똑바로 살아라.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냐”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 말은 나쁜 뜻이 아니라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지 않나 싶다. (나는 신화 사진 오리고 꾸미다 옆집 아주머니에게 뺨도 맞음. 정신 차리고 살라고.)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감정. 지금 우리 윗 세대 분들이 충실히 삶을 살다 자신이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들 보러 원정 다니며 덕질하시는 걸 보면 늦바람이 무섭다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다. 게다가 우리는 IMF 구제금융 사태(1997년 12월~2001년 8월)를 온몸으로 겪으며, 세상의 무정함도 따뜻함을 함께 느낀 세대였다.


그럼에도 우리 세대는 속된 말로 미친 듯이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소화를 시키며 살아남았다. 그게 바로 MZ세대의 M 세대다. 그게 우리다. 밀레니얼 세대. 나는 그 시절의 기억을 써보려 한다. 내가 겪은 그 시절을.


내 이야기를 읽고 누군가는 “아닌데?”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기억이란 건 개인적인 거니까. ‘아니면 말고’ 정신으로 적어보는 “헐”, “설마”, “진짜?”가 절로 나오는 브런치북, 〈나는 밀레니얼 세대다〉지금 시작합니다.



P.S.
니들이~

초록색 걸상과 가시로

가득한 나무 의자를 알아?



불과 30년 전 일인데,

어쩐지 100년은

훌쩍 지난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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