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없는 워킹맘 에세이
복직준비 3종 세트
복직 이후는 스케줄 싸움이다.
출근해서 퇴근시간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라면, 그날은 운수좋은 날.
만약 엄마가 풀타임 근로자(주40시간)로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조부모가 도와주지 않는 환경이라면 3가지 스케줄표가 가능하다.
01. 어린이집 선택하기
첫 번째 방법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다.
보통 어린이집을 신청 할 때 기준은 ‘국공립이나 시립’ 어린이집을 보낼지, ‘가정’어린이집을 보낼지에 따라 다르다. 국공립이나 시립 어린이집은 규모가 크고, 운영시간이 길다. 연장반의 경우 담당 보육교사가 별도로 있고, 연장반에 있는 아이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0~7세 반까지 운영하는데 가정어린이집에 비해 연령별 아이의 수나 반이 상대적으로 많다.
반면 가정어린이집은 ‘가정’집을 어린이집으로 개조한 것이므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인원수도 적다. 연장반을 운영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는데 운영하더라도 연장반에 있는 아이의 수도 적다.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나의 경우 가정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아서 객관적인 비교가 힘들지만, 주변의 사례를 들어보면 아이가 어릴 때는 너무 큰 규모보단 작은 규모에서 노는 것이 안정감 있고 밀착 케어에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국공립이나 시립, 가정어린이집 모두 1명의 보육교사가 담당하는 아이들 수가 정해져 있으므로 어디를 다니든 연령별로 1명의 교사가 케어하는 아이들 수는 동일하다.
결국 부모의 선택이다.
대부분 맞벌이 부부는 당연히 연장반을 운영하고, 우리아이를 연장반에 보내도 눈치가 덜 보이는 국공립이나 시립 어린이집을 선호한다. 대신 그만큼 대기도 길다.
여기서 하나의 이슈가 나온다. ‘입소대기’ 나도 아이를 낳기 전까진 몰랐는데, 어린이집별로 정원이 있고, 따라서 인기가 높은 어린이집의 경우 입소대기가 길다.
어린이집엔 입소우선순위 관련 규정이 있다.
1순위는 한 부모 가족, 차상위계층, 맞벌이, 다문화가족, 다자녀 가족의 자녀 등이다. 자세한 사항은 아이 돌봄 사이트 어린이집 입소대기 페이지에 들어가면 나와 있다.
우리아이는 입소대기를 걸어뒀다가 가정어린이집에 일주일 정도 다녔는데, 운 좋게 그사이에 대기를 걸어뒀던 시립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와 전원했다.
두 번째로 어린이집을 고르는 기준은 집과의 거리다. 집에서 가까워야 계절, 날씨, 아이의 컨디션 등에 가장 적은 영향을 받고 등하원을 할 수 있다. 결국 집에서 가깝고 부모의 여건에 가장 적합한 운영형태를 가진 어린이집을 찾아야 한다. 나의 경우 아파트 단지 내 시립어린이집이 최선의 선택이었고, 지금도 매우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어린이집을 골랐다면 이제 그 어린이집을 다닐 시간을 정해야 한다.
우리 아이 어린이집(시립) 기준으로, 정규반은 오전9시~오후 4시이고 통합반은 오전 7시 반~9시, 연장반은 오후 4~7시 반이다. 그러니까 아이를 풀타임으로 보낸다면, 아이가 어린이집에 오전7시반~저녁7시반까지 있는 셈. 이때 어린이집 통합반은 모든 연령의 아이들이 말 그대로 한반에 통합되는 시스템이고, 우리 아이가 다닌 어린이집의 경우 오후 4~5시엔 영/유아 별도 통합반이었다가 5시 이후부터 영유아 전체 통합반으로 변경된다. 그리고 오전 통합반 때는 기존 담임 선생님들이 주당 당직을 서고, 오후 통합반은 통합반 담당 선생님이 한분 따로 계신다. 어린이집마다 운영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이 또한 사전에 확인해두면 편하다.
하지만 오전 7시 반~저녁7시반이라는 최대 운영시간을 가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도, 엄마나 아빠의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상 걸린다면 등원과 하원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아이도 엄마도 죽어나는 스케줄이다. 나는 짧은 기간 동안 아이를 오전8시~오후5시까지 통합반(오전)과 연장반(오후) 모두 보내고 직접 등하원도 해봤는데 스케줄상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되다.
TIPS_ 어린이집 신청하기
아이 돌봄 서비스 사이트나 어플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연중 수시로 입소대기 등록은 할 수 있는데 보통 어린이집 별로 2~3월에 신청을 받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경우 최대 3개소 신청 할 수 있고, 재원 중에는 2개소까지 신청 가능하다.
입소대기 대상은 만0세에서 5세 사이다.
지역별로 어린이집을 검색할 수 있는데 몇 군데 어린이집 후보를 고르고 나서 직접 그 어린이집을 방문해보길 권한다. 어린이집별로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다른데 가급적 내부까지 들어가 보면 좋다. 우리 아이가 집보다 더 오래 머물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규 어린이집이 아니라면 여러 후기도 찾아볼 수 있다.
TIPS_어린이집 연장반신청하기
정규 시간외 어린이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복지로’사이트에서 연장반 신청을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자격조건과 증빙서류가 조금씩 다르니 행정복지센터나 복지로 사이트 등을 통해 사전에 확인하자. 나는 복직 후 임금근로자임을 증빙하는 재직증명서를 첨부해 신청했다.
02. 이모님 구하기
두 번째 방법은, 등하원 도우미선생님 구하기.
아이를 어린이집 기본 종일반(9~4시)에 보내고, 전후 타임을 맡아줄 이모님을 구하는 거다.
아이의 간식을 간단히 챙겨주고, 놀아주고, 등하원을 시켜주는 일을 해준다. 엄마가 어떻게 도우미선생님과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 내용에 차이는 있겠지만, 시급은 평균 13000원 정도.
도우미선생님을 구할 때는 크게 세 가지 통로가 있다.
하나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이 돌봄' 서비스에 신청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연락이 안 온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어서 엄마가 도우미선생님에게 간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
대신, 시급이 저렴하고 정부에서 도우미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 정부지원 도우미 선생님이 초반에 운 좋게 구해졌는데 이유도 없이 그만두셨다. 때문에 정부지원도우미라고 무조건 추천하긴 어렵다.
두 번째 방법은 맘시터, 시터넷 등 사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일.
이용권을 구매하면 한 달~세달 정도 도우미들의 이력서를 보고 채팅을 하고 면접을 볼 수 있다.풀pool이 넓기 때문에 면접을 보기 쉬운데 공들여 면접을 보다보면 좋은 시터를 구할 수 있다. 나는 두 번째 도우미 선생님을 여기서 구했는데, 어린이집 교사 출신의 선생님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물론 도우미 선생님의 장기근속을 희망하며 내가 시세보다 시급을 높게 책정한 덕분도 있었다. 그러나 이분 역시 아쉽게도 5개월 만에 몸이 안 좋아지셔서 그만두셨다.
마지막 방법은 '맘카페'나 '맘톡방' 등으로 구하는 방법이다.
도우미선생님은 가장 근거리에 사는 분을 구하는 게 좋고, 추천을 받은 분일 경우 더 좋다. 거주지역의 맘카페나 아파트 단지내 맘톡방 등에 가입돼 있으면 종종 도우미선생님에 대한 정보가 올라온다.
이동거리가 짧을수록 도우미선생님도 엄마도 심리적 부담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나는 이 방법으로 세 번째 도우미선생님의 면접을 봤다. 단지 내에서 다른 엄마의 추천을 받은 선생님을 고용했고, 어쩌다보니 상황상 1달 정도밖에 함께 하지 못했지만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그분이 어디 사시는지 알고, 같은 생활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보험 하나를 들은 기분이기 때문. 누누이 강조하지만, 엄마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환경을 구축해 두는 게 일하는 엄마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03. 육아기 단축근무 신청하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입사 14년 만에 나는 '자발적' 연봉 삭감을 선택하게 됐다.
1번 방법은 내 출퇴근 거리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아무리 생각해도 2~3살짜리를 12시간 어린이집에 맡길 수가 없어서 포기 했다. 2번 방법은 도우미선생님이 그만두는 두 번의 실패 등을 겪으며 도우미선생님의 장기근속이 쉽지 않음을 체감했다.
결국 '육아기 단축근무'라는 선택지를 고르게 됐고, 아래의 현실적 결과들을 받아들였다.
하나는 말 그대로 근무시간을 줄임으로써 근무에 대한 대가, 월급이 준다.
나의 단축근무 시간과 산식에 따라 금액이 주는데, 일정 부분은 정부가 보전해준다.
나는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2~3시간 근무시간을 줄였다. 그러면 월급이 얼마나 줄까.
연봉에 따라 차이는 생기겠지만, 내경우 약 80~100만 원 정도 월급이 삭감됐다.
'헉' 소리 나는 거, 맞다. 다행히 정부보전금이 있다.
육아기 단축근무에 대한 정부지원은 '후불제'인데 회사가 육아기단축근무 확인서를 고용보험 사이트에 등록하면, 매달 초에 지난달 급여에 대한 보전금을 내가 월마다 신청한다.
이과정이 사실 좀 번거로운데, 회사에서 확인서를 등록해놔야 내가 신청이 가능하고 육아기 단축근무 기간마다 내가 받은 급여명세서 등을 증빙으로 첨부해야 한다. 그러고 나면 보름쯤 지나서 내가 입력한 계좌로 약간의 정부보전금이 들어온다.
두 번째로 무형의 눈치싸움을 하게 된다.
월급이 눈에 보이는 물질적 삭감이라면, 회사 내 눈치싸움은 무형의 정신적 삭감이다
아무래도 매일 조퇴하는 기분이 들어 동료들이나 상사 눈치를 처음에는 보게 된다(하지만 차차 괜찮아진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임을 잊지 말자). 또한 만약 내가 승진연차라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회생활은 기브 앤 테이크이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내가 당장 잃을 것보다,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육아기 단축근무는 꽤 괜찮은 선택지이므로, 할 수 있으면 해보고 결정하라고 권한다. 뭐든 실제보다 상상 속에서 최악의 상황을 만나게 될 뿐이고, 케바케이겠지만 내 경우 근무평가에서도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오히려 자발적인 근무시간 선택, 일과 육아의 병행판을 짜놓음으로써 업무집중도와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키울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구체적인 방법 등에 관해선 3부 마지막장에 정리해 뒀다.
뭐든 나쁜 면이 아닌 좋은 면을 보는 게 육아하는 직장인의 필수 정신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