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없는 워킹맘 에세이
감당할 수 있겠어?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두 번째 도우미선생님의 코로나 확진.
지금껏 한 번도 코로나가 안 걸리셨던 운 좋은 선생님이 이번만큼은 지나가지 못하셨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열이 올라 새벽에 갑자기 못 오신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급하게 시간제 휴가를 쓰고, 아이를 9시에 등원시키고 출근을 했다.
또 오후 시간제 휴가 1시간을 쓰고, 아이를 5시쯤 하원 시켰다.
금요일에 원래 쉬는 날이었던 남편은, 목요일까지 연차를 써서 아이를 케어했다.
그렇게 도우미선생님의 일주일간의 공백은 다행히도(?) 연착륙 한 듯 보였다.
일요일 오후 5시. 도우미선생님의 부재중 전화 한통.
아, 왠지 불길했다.
첫 코로나에 걸린 선생님은 열이 쉬이 내리지 않고 주말에도 병원 링거를 맞을 정도로 몸살이 나셨다고 했다.
결국 한주 더 쉬셔야 할 거 같다는 말씀.
"애기 엄마한테 너무 미안해서, 다른 선생님 구하라고 해야 하나 생각했어요."
"어머머 아니에요~아니에요 선생님~ 한주 더 푹 쉬시고 봬요!!!"
일주일 공백이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채우겠지만, 새로운 선생님을 구하는 건 완전 급이 다른 일. 일요일 저녁 나는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대응방법을 강구했다.
결국 내가 일주일간 매일 2시간씩 <가족돌봄휴가>를 쓰고 아이를 좀 더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다행히 시립이라, 오전 8시에 문을 여는데 이때는 당직 선생님 한분이 아이들을 돌본다. 우선 어린이집 알림장에 8시 등원이 가능한지 여쭤봤고, 보내도 된다는 선생님의 답변을 보고 부랴부랴 직장 상사를 비롯한 팀 단톡에 나의 신변 변화를 보고했다.
자..이제 일단락 된 건가?
8시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9시까지 출근 하려면 약 50분 안에 회사에 도착해야 한다.
단 1~2분의 지체가 지각을 만든다.
그만큼 워낙에도 막히는 길을 뚫고 가야했다.
전날 저녁 아이의 옷, 준비물, 아침재료(최대한 잘게 미리 잘라서 한 번에 볶을 수 있도록 시간절약)를 준비하고 아이에게도 여러 번 "내일은 엄마랑 조금 일찍 가서 친구랑 놀고 있자"를 말해줬다.
긴장되는 마음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아침이 밝았다.
6시에 일어난 아이의 눈치를 봐가며 아이가 잘 먹는 재료로만 엄선한 아침을 먹이고 나니 7시 20분. 나는 아이 양치를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7시 45분쯤 집에서 나섰다.
주륵주륵. 하필, 월요일 아침에 비라니. 안 그래도 막히는 월요일 출근길에 비는 악재였다.
아무튼 그 모든 것은 아이를 등원 시킨 이후의 걱정.
다행히 8시 등원하는 같은 반 아이가 있어서 그 아이를 기다렸다가 함께 등원을 했다.
신발장을 보니, 그 아이와 우리아이 2명뿐. 아이의 친구마저 없었으면 출근길이 얼마나 더 심란했을까. 그렇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엑셀을 밟았다.
하지만 역시나 밟히지 않는 비오는 월요일 출근길이었다.
때마침 즐겨듣던 김영철의 라디오에선 “감당할 수 있겠어?가 영어로 뭔가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Think you can you handle it?"
"No"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대답한 나의 대답.
변수가 상수만큼 많은 게 육아인지라 조부모 도움 없는 풀타임 맞벌이 부부가 애를 키우는 환경은 상상 이상으로 절박하다. 해보지 않으면 체감 못할 이 세계의 매운맛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확신 없는 핸들을 잡고 차를 몰아 겨우 8시57분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래도 비온 월요일보다야 내일은 조금 더 수월하겠지 희망회로를 돌렸고, 아이가 도우미선생님께 코로나에 전염되지 않은 게 어디냐고 긍정회로도 열심히 돌렸다. 마지막으로 내가 아프지 않아 이 모든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감사회로로 마무리.
그렇게 내가 쓸 수 있는 긍정회로를 총동원하여 상황에 적응해갔다.
TIPS_가족돌봄휴가
법적으로 보장된 ‘가족돌봄휴가’는 무급이다. 다만 사내 규정에 따라 일부 일수는 ‘유급’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상위법을 기본으로, 사규를 잘 살펴봐야 한다. 사규에 없더라도 상위법(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보장된 권리는 근로자 입장에서 사용을 신청할 수 있다.
상위법을 넘어서는 규정, 예를 들어 무급10일의 가족돌봄 휴가 중 2~3일을 유급화한 경우 이를 개인연차보다 우선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1자녀는 2일, 2자년 이상은 3일의 유급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일’단위가 아닌 ‘시간’단위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정당한 사용임을 입증하는 증빙자료는 필수.
휴가를 사용할 때 ‘무급’이냐 ‘유급’이냐, 최소 사용일수나 시간이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