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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Sep 24. 2024

말이 씨앗이 되다

빽없는 워킹맘 에세이

말이 씨앗이 되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내 말은 진짜 씨앗이 됐다.


이 씨앗은 미래에 대한 긍정의 기운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그 씨앗을 키우는 건 결국 내 몫.내 말이 내 씨앗이 된 이야기는 이렇다


01. 문이 닫혔을 때창문이 열린다!


나의 육아기 단축근무 기간이 3월로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두 번째 도우미선생님이 그만두신 후, 4개월 단축근무를 신청했고 결국 이어서 3개월 단축근무를 연장했다. 

복직 후 약 10개월의 기간 동안 단축근무를 했고, 지난해 원천징수영수증 기준 약 1천만 원 정도의 월급을 자진 반납했다. 그리고 4월부터 등하원 도우미선생님이 다시 필요했기에 3월부터 미리 면접을 통해 구한 이모님과 적응기를 가졌다. 이 과정에서 내게는 두 가지 스트레스가 발생했다.


첫 번째, 매일 또 울고불고 출근길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아이는 여전히 엄마가 출근할 때면 도우미선생님을 거부하고 울어재꼈다.

두 번째, 내 아이를 맡기는 도우미선생님은 내가 돈을 드리지만 눈치를 봐야 할 존재다. 

따라서 상관이 한 명 더 생기는 셈이므로 대인관계에서 오는 긴장도가 높아졌다. 집에 설치한 CCTV도 다시 가동.


그렇게 단축근무라는 문이 닫히는 순간이었다. 육아기 단축근무는 최대 1년까지 쓸 수 있으니 어차피 예정된 수순이긴 했다. 그나마 하나 희망이 있었다면, 육아시간 특별휴가라는 새로운 제도. 작년 말부터 노사협의회를 통해 안건으로 상부됐지만 이사회와 담당 공무원 부서와 협의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 터라 언제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담당자가 누구냐에 따라 내부 도입 시기가 정해지다 보니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기는 더 멀었다. 


그런데, 3월 1일부터 조직개편이 단행돼 육아시간 특별휴가 관련업무 담당부서와 담당자가 일괄 변경됐다. 바로 우리부서로. 3월 중순쯤 해당 안건을 상부한 이사회가 열렸고, 이에 대한 상위 담당부서의‘확정통보’공문만 오면 내부 제도 도입이 가능했다. 


문이 닫혔다고 생각할 때, 숨 쉴 창문이 열린다더니. 

새로 도입된 육아시간은 기존의 육아기 단축근무와 달리 무급이 아닌 유급제도였으니 오히려 문보다도 더 큰 창문이 열린 셈이었다.


02. 네 말이 내 귀에 들린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자, 그럼 이걸 누구의 손을 통해 도입할 것인가. 나는 감감무소식인 이사회 결과를 기다리며 이렇게 생각했다.


"차라리 내가 담당자면 내가 당장 준비할 텐데. 나보다 이제도가 간절하고, 또 관련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그리고 마침내, 나는 내뱉었다. 

“어차피 저희부서 소관업무이니 내부 방침은 제가 맡겠습니다.


나는 그간 쌓아온 경험과 정보를 밑천으로 일사천리로 방침결재를 맡았다. 그리고 그간의 노무사 자문 결과 등까지 합해 기존 제도의 문제점도 바로잡았다. 내 오랜 고민이자 숙원사업을 내 스스로 해결한 셈이다.


하지만, 내부방침 결재와 수요조사까지 마쳤건만 3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전까지 새로운 제도에 대한 확정공문이 오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결국 담당 공무원에게 3번 정도 연달아 전화를 해 퇴근시간쯤 공문을 받을 수 있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고,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리고, 뜻이 있는 자에게 길이 있는 것.

내가 담당자니 골치 아픈 고민도 더 많고 업무량도 늘어난 게 맞다. 다만 문제를 바로 잡고, 시행하는 권한이 일차적으로 내게 주어졌으니 멀리서 답답함만 안고 눈치 볼 일은 줄었다.


올 초 읽은 책의 문구가 떠올랐다.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릴 때 가장 필요한 건 뭔가요?"

"의지입니다. 해내겠다는. “


한 우주 공학자를 인터뷰한 기사에 관한 글이었는데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비결은 최첨단 기술이 아닌 사람의 의지였다. 또한 달에 로켓을 가장 잘 쏘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성공이든 실패든 가장 많이 달에 로켓을 쏘는 시도를 해본 기술자다.

내가 워킹맘으로 여러 방법을 써가며 느낀 건, ‘경험을 이기는 지혜는 없다’는 것.

내 의지가 내 말을 씨앗으로 만들었고, 내 경험이 그 씨앗의 발화를 도왔다.


TIPS_육아시간(지방공무원 복무에 관한 예규_행정안전부)

만5세 이하의 자녀를 가진 공무원은 24개월 범위에서 1일 2시간의 육아시간을 받을 수 있음. 육아시간 사용 시 하루 최소 근무시간은 4시간 이상, 최소 근무시간을 충족하지 못한 육아시간은 연가로 처리. 24개월은 월 단위로 지정하되 사용에 대한 신청 및 승인은 일 또는 주 단위로 할 수 있음. 1개월이 30일이 안 되는 월에 사용한 경우에도 1개월 사용으로 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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