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없는 워킹맘 에세이
똑똑똑, 있나요?
네, (버티고) 있습니다.
강지영 아나운서가 유퀴즈에 나온 걸 봤다. 그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던 터라, 그저 모두가 선망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여성, 단독 뉴스 앵커라는 사회적 성공을 거둔 직업인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녀가 인터뷰 한 임지연 배우 이야기를 하며, 울먹였다.
"전 정말 간절했거든요"
임지연 배우가 인터뷰 중 던진 한마디에, 함께 와르르 무너져 울컥했다는 강지영 아나운서.
그녀도 간절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매일 못한다, 제일 못한다, 네가 제일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 목소리를 스스로 못 들어줄 정도로 자존감은 바닥이었죠."
그녀의 말에 유재석 님이 물었다.
"그때의 자신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뭐라고 해주실까요?"
"버텨! 버티면 돼. 그거밖에 없어. 버티면 기회가 올 거야"
그녀의 대답에 유재석 님이 덧붙였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버텨야 돼요. 남들이 돌을 던지면 맞으면서 버텨야 돼요.
못 버티고 넘어지면, 진짜 거기가 끝이에요."
나도 울컥했다.
그리고 며칠 전 친정엄마와 나눈 톡이 떠올랐다.
어찌 알았는지(엄마들은 정말 천재적 감을 타고난다) 내가 우리 회사의 혁신적 근무제도에 대한 보도 자료를 배포한 날, 엄마에게 아침부터 연락이 왔다.
아이는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회사는 괜찮은지 등의 안부 연락.
나는 마침 기사가 난 링크를 보여주며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아마도 내가 아이를 직접 케어하며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잘됐다는 엄마에게 내가 남긴 메시지.
"그러게. 그냥 버티다 보니 길이 생기네."
처음에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며 내가 원하는 진짜 선택지가 없음에 좌절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지인들에게도 욕심을 접으라고 했다.
아이를 키우고 회사를 다니면서 내 성에 차는 선택을 하는 건 욕심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피해의식이 약간 있었던 것 같다.
아니, 왜! 내가, 왜! 하는 심연의 피해의식.
나와 같은 지금 30~40대 워킹맘들은 여자라서 양보하거나 피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세대다.
여러 분야에서 남성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운 알파걸 세대기도 하다.
그러니 아이를 낳고, 일을 하면서 경험하는 불평등과 부당함이 더 큰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길을 찾아낼 수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우리는 높아지는 학업경쟁, 취업경쟁을 겪어온 세대다.
또한 결혼하고 애 낳기 힘든 시대에 그 힘든걸 다 해내고 있는 존재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길에 책임질 줄 아는 세대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엄마지만, 여전히 목구멍이 포도청인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직장인과 엄마만큼 책임감이 높은 포지션이 또 있을까?
이 두 가지를 겸업(?)하면 책임감은 배가 된다.
현재 이글을 쓰는 2024년 7월. 어렴풋 생각만 하고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파격적 근무형태가 공문으로 하달됐다. 이름하여 ‘4·6·1 육아응원근무제’다.
의무는 아니지만 권고이고, 담당 공무원 확인 결과 곧 도입현황에 대한 조사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 그렇다면 도입은 시간문제이기에, 우리 회사는 기왕 할 거 ‘최초’ 타이틀을 따며 선제적으로 도입하자는 입장이었다.
관련 보도자료를 쓰고, 노사공동선언식 사진을 찍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나는 정말 실감했다.
절실하니까 버틸 수 있고. 버티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버티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좌절하기 보다는,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존재함에 감사하는 게 낫다. 정말 방도가 없는 건 버티는 것조차 포기할 때를 말한다.
버티자, 버티다 보면 기회가 온다.
매일 변함없이 버티기만 하는 것 같은 당신의 오늘이 변화의 씨앗이 된다.
TIPS_4·6·1 육아응원근무제
해당 제도는 아마도 사기업 및 중소기업 등까지 번지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되겠어?’ 싶었던 제도들이 이제는 의무화 되었다.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저출산 시대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대전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므로 미래지향적 방향임은 분명한 제도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주4일 일 6시간 근무 및 주1회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대상은 0~10세 자녀를 가진 근로자다. 0~5세 자녀가 있는 직원은 주4일 출근(2시간 단축.6시간 근무) 및 주1일 재택근무를 하거나 주4일 출근(8시간 근무) 및 주1일 유급휴무 중 근로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6~10세 자녀가 있는 직원은 주4일 출근(1시간 단축. 7시간 근무) 및 주1일 원격근무(7시간 근무)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원격근무란 ‘재택근무’ 또는 스마트워크 센터를 활용한 ‘스마트워크근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