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ONGYOON_HAN / 2014년 12월 중
멕시코에 대한 선입견은 첫 번째로 위험하다는 것이다. 마약, 불법 이민자, 갱스터 등 여행을 하기 전까지 멕시코에 대한 이미지는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멕시코를 기존의 예상보다 길게 한 달 넘도록 여행했다. 그리고 그 어떠한 여행지보다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위험을 간접적이나마 느낀 곳은 사실 수도 멕시코시티의 뒷골목에서 느낀 심야의 스산함이 전부였다. 그런 위험 지역은 어디에나 있다. 야밤의 이태원과 신림역 뒷길이 스산한 것처럼, 음침하고 어두운 곳에 가는 사람이 문제이지 세계 어디에나 그런 장소는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잘 생각해보면 그런 위험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방법은 바로 위험한 지역에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멕시코가 위험하다'라는 명제는 '내가 멕시코의 위험한 곳에 가면 위험하다'라고 바뀌어야 한다.
내가 진행한 멕시코 여행은 크게 중서부 멕시코와 유카탄 반도 두 지역으로 나뉜다. 우선은 유카탄 반도의 동쪽, 코즈멜(Cozumel) 섬에서의 다이빙이다.
이때 처음으로 상어를 봤다. 멕시코를 대할 때의 선입견처럼 상어를 대할 때의 선입견이 바로 '무서운', '공포의', '식인 동물' 등으로 상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물속에서 직접 상어를 보니, 상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내가 상어를 쫓아 가지 상어는 무서워서 나를 피했다. '수줍은', '부끄러운' 등의 수식어가 상어에게는 더 잘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 유카탄 반도의 동쪽으로 이어지는 툴룸(Tulum), 코즈멜(Cozumel), 플라야 델 카르멘(Playa del Carmen) 등의 여행지는 저렴한 물가와 빼어나게 아름다운 해변으로 인해 장기 여행자들의 천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꽤나 먼 지역이기 때문에, 한국 여행자들은 마주칠 수는 없었지만 세계 각지의 장기 여행자들을 코즈멜 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히피 스타일의 여행자들이 많았다. 자유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자들이 많았고, 나도 그러한 자유를 바로 유타칸 반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아니 타인의 시선에서 이제야 조금 자유로워진 '히피스러운'여행자가 되었다.
코즈멜 섬에서 칸쿤으로 복귀한 뒤, 나의 천군만마 '델타'군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대학 같은 과 1년 후배인 '오동'은 유카탄에서 만나기 두 달 전, 이미 과나후아토에서도 만났었다. 여행을 하면서 동시에 스페인어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멕시코에 거주 중이던 '미겔'은 6개월 이상의 스페인어 열공 덕분에 여행지 어디를 가던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정말로 나의 천군만마가 되어주었다. 아마 이러한 경험 덕분에 남미 여행 중에 한국 여행자들을 조금이나마 나도 도울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연결 지어본다.
10월에 과나후아토에서 만나서 같이 4일 동안 지낼 때, '오동'은 12월경 멕시코에서 영국으로 넘어가는 비행기를 찾다가 칸쿤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나왔다고 하면서 바로 결제를 했다. 이후 '미겔'은 나에게 12월에 시간 되면 칸쿤 와서 같이 여행하자고 흘리듯이 말했고, 그 말은 현실이 되어서 유카탄 반도를 같이 여행할 수 있었다. 사실 유명한 휴양지인 칸쿤(Cancun) 정도만 관심이 있었고, 다른 유카탄 반도의 여행지는 관심이 없었는데, '미겔' 덕분에 카리브 해안과 마야 문명까지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역시 천군만마.
우리는 닛산의 '띠다'라는 차를 렌트했다. 뭔가 모자란 듯한 차 이름처럼, 차는 조수석 문과 트렁크가 뜻대로 열리지 않는 특이한 구조였다. 그러나 '띠다'는 우리에게 큰 자유를 선사했고, 구글맵과 띠다의 조합은 길이 없는 곳까지 우리를 안내하는 정말 '이런 띠다'같은 상황을 만들게 했다. 그러나 잘못 왔다 싶었던 Si'an Kaan 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아름다운 해변을 우리에게 보여줬다. (http://blog.naver.com/parara11/220221745109 - 델타님의 블로그)
대중교통으로 점철되던 나의 여행 속에 렌터카가 있다 보니, '차가 짱이네'라는 말이 연신 터져 나왔다. 1,000km 남짓한 코스를 차로 여행했는데, 흡사 '델마와 루이스'가 된 것처럼 '오동'과 나는 가고 싶은 곳도 마음껏, 달리고 싶은 것도 마음껏, 정말 자유를 만끽하며 유카탄 반도 곳곳을 여행했다.
유카탄 반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 치첸이사를 둘러보면서 '델타'와 나는 재미있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아마 내가 세계 곳곳을 큰 의미 없이 다녔던 기억과, 여행을 좋아하는 나의 어머니가 딱히 잘 알지 못하는 유적지를 탐방하는 패키지여행을 다니시는 것을 보고 평소에도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과연 잘 알지도 못하는 유적지를 다니는 여행이 의미가 있는가'라는 주제로 꽤 오랜 시간 수다를 떨었다. 결론은 좀 다른 방향이지만 '타인의 여행에 왈가왈부하지 말고 너나 잘해라'라고 나왔다. 아마추어다운 난상토론이다. 그리고 결국은 누가 어디를 가던지 그건 개인의 자유이고 그 속에서 느끼는 행복의 크기 또한 자유인 것이다.
여행은 자유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의 큰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일상에서 느낄 수 없던 자유를 느끼려는 것이다. 돈 걱정, 미래 걱정, 과거 걱정, 가족 걱정 등 여행자가 짊어지는 수많은 걱정들을 유카탄 반도에서만큼은 고민하지 않았다. 히피가 되어 다이빙과 해먹에 눕는 시간을 반복하던 코즈멜 섬에서의 자유, '김동현'과 동행하면서 페르펙토한 통역으로 인한 의사소통의 자유, '띠다' 렌터카를 통해서 도시 이름이 마음에 들면 가고 아니면 지나치는 논리조차 자유로운 무한한 자유의 여행.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여행은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