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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프 Oct 16. 2024

세비니모#3 너에게 할말이 있다

2021년 4월 6일


세빈 안녕 ~ 

할말이 있어서 왔어. 대단한 말은 아니구, 그냥 그간의 이야기들!

지난번 글에서 네가 부디 곤히 편안하게 자기를 바랐는데, 글 마무리짓고 얼마 안돼서 네가 깼다. 

그래서 요리저리 조금 돌보았는데, 네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날 너는 열이 40도 가까이 올랐었다. 네 엄마가 혼자서 너를 돌보며 겁이 난것이 너무 공감됐다.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손 발이 차면 몸에 열이 오르는거라고 하던데 정말 네 손발은 차디 찼다 ㅠㅠ 



내가 쪼물쪼물 주물러줬다.. 힝. (다시 생각해도 슬픔ㅠ) 

시원한 이불에 눕혀놔도 이불이 금방 뜨끈해져버리고, 손수건을 따뜻하게 하여 곳곳 닦아주고 싶었는데 공기랑 접촉하는 순간 너무 차가워져버려서 네가 추울까봐 너무 걱정됐다. 



외할머니랑 니모랑 둘이서 새벽 3시까지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너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면서 돌보았는데 정말 너무 슬펐다..ㅠ.ㅠ 너무너무 작고 소중한 우리 꼬물이가 어찌 이렇게 아플 수 있는가! .... 다행히 넌 나아졌고, 난 아침에 출근을 했다. 너는 병원을 다녀왔고 정말로 좋은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았고 다 나을것이라고 하셔서 한시름 놓았다. 



실제로 너는 조금 열이 나는 듯 하더니 며칠 뒤 완전히 개었다 싶게 회복을 했다. 나름 말끔하게! 그리고 왠지 모르게 네가 조금 더 성숙해진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몸에 침투한 좋지 않은 무언가를 이겨낸 것이니 그랬으려나. 



이 모든게 섣부른 이유식 도전때문이었나.. 싶기도 하고, 원인을 알 수 없음에 아쉽다. 네 첫 이유식 만들어주려고 너희 엄마랑 니모랑은 소고기랑 청경채랑 쌀미음을 나름 정성껏 준비했었다. 넌 거의 먹지 않았으나, 그 이후에 고열증상이 찾아온 것이었다.. (괜히 미안쓰)



여하간, 너는 좋아졌다. 



그리고 우리의 이사는 얼마 남지 않아서 마지막날까지 너를 데리고 잤다. 집이 엉망진창인데도 내가 고집부려 너와 너희 엄마가 집에 못가도록 했다 ^__^.. 이사 당일 아침 너는 너희 집에 갔다가 정오쯤 다시 우리의 새로운 집으로 함께 향했다. 



그날은 내가 약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너랑 같이 있었는데, 나는 그날 너에게 한번 더 쏙 빠져버렸다! 너는 너무 귀엽다. 심각허다. 얼마 전 중고차를 뽑은 너... 너를 태우고 새로 이사간 아파트 단지의 한 테라스에서 햇빛을 피해 작은 피크닉을 했다. 여기서 너의 인생샷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우주복에 내복에, 다소 더워보이긴 했지만 내리쬐는 봄햇살 아래 너는 너무너무 빛나고 예뻤단다. 내 카메라에 한가득 담아놨다. 너는 내가 좋은건지 카메라가 좋은건지 - 카메라만 보면 당최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정색을 했다가도 곧잘 웃어줬다. 너무 예뻐서 더 이상의 칭찬이 입이 아프 정도였다. 



수원에서 하남까지 오고, 유모차도 탔다가 - 차 안에서 무한 대기 했다가.. 너도 피로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간에 종종 짜증도 내고, 울기도 했다. 그렇지만 너희 엄마의 과제를 오후 6시까지 제출해야 했기에, 나는 정신없이 그것만 햇다. 



그런 와중에도 너와 하루종일 함께하니 정말이지 좋았다. 

새 집에 들어와서 너는 보행  기에 앉았다. 발끝이 마루에 닿는 듯 마는 듯 하는 너는 후진을 주로 했지만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고, 재밌어했ㅎㅎ 그날도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아직 더 하고싶은 얘기가 많지만, 내가 눈이 감겨서 이만 줄인다. 

오늘의 결론, "너 진짜 귀엽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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