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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의 뜰 Oct 04. 2022

나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농부의 아내로 산다는 건]


난 움직이는 동물은 다 무섭다. 눈도 뜨지 못한 갓 태어난 강아지조차 만지지 못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내 손에서 움찔거리는 감각이 그저 무섭고 낯설다. 오십이 넘도록 나는 한 번도 강아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우리 부부에게 처음으로 진돗개 두 마리를 들이게 되었다. 고창 다육 하우스에서 만난 산과 달이다.

검은 목줄이 산, 붉은 목줄이 달이다. 내가 사랑하고 닮고 싶은 산과 달로 이름을 지었다.


 산은 일상에서 지친 마음을 늘 너그럽게 품어주었다. 산을 오르는 동안 숨을 헐떡거리며 한 걸음도 내딛기 힘들 때가 있지만 그 고비를 넘기면 언제나 광활한 풍경을 선물로 준다. 정상에 앉아 고요하게 머물다 보면 격하게 파도치던 마음이 잔잔해졌다. 산처럼 우리 산이도 그런 진돗개가 되었으면 한다.


달은 늘 그 자리에서 고운 빛으로 늘 바라봐주었다. 야근하는 가는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던 골목길, 그 사람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루 종일 기다리던 버스정류장, 언제나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며 웃어주었다.

진돗개 달이는 성격이 활발하고 발랄하다. 조금만 차분해지면 좋겠다.


 가족이란 이런 걸까. 동물이라면 뒷걸음치던 내가 헤어져 있는 동안에도 자꾸 생각나고, 얼마나 컸는지 궁금해지고 보고 싶었다.


 일주일 만에 만나 산과 달이다. 한 달 전 처음 만날 때만 해도 젖먹이들이었는데 부쩍 커버렸다.

남편 옆에 달라붙고 핥아 주고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내가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그럴까. 자신들을 헤치는 줄 오해를 한 걸까. 나를 보며 짖어댔다.

내가 이름도 지어줬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한 생명을 집에 들이는 일은 책임감도 함께 진다는 것이리라. 새벽 5시, 남편은 일어나자마자 산과 달에게 간다. 하루의 시작을 반갑게 맞이하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반려동물과 가족이 된다는 건 이런 것이리라.

밤새 잘 잤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어제보다 얼마큼 컸는지 살펴보고 만져주고 사랑을 주는 것, 내 밥상 차리듯 안전한 먹을거리를 챙겨주고, 주인을 얼굴을 핥아도 그저 이쁘고, 대변과 소변을 본 자리를 깔끔하게 치워주는 것.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산과 달에게 가족이 되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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