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에 들어가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회사에서는 가장 조심해야 할게 있다는 것. 그게 누굴까? 그건 바로 동기/동료라는 것이었다. 함께 으쌰으쌰 해가며 일해야 할 동기/동료를 조심해야 하라니? 그 이유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동료는 나를 승진시켜주지는 못해도 내가 승진하지 못하게 방해할 수는 있다는 것이었다. 즉,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동료와 동기들에게 늘 잘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들이 미워할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며 동료 평가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함께 협력해야 할 동료들이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하는 조직이라면..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동료들이 서로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경쟁하는 분위기의 회사들이 적지 않다. 그 회사들은 과연 어떻게 조직문화를 바꿔나가야 할까?
조직문화에 대한 영상을 하나 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Uzd02-IePKQ&t=1s
영상 볼 시간이 없다면 아래 영상 요약을 보자.
마이크로소프트(MS)는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IT 공룡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서서히 침체의 길을 걸었다. 주가가 폭락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했던 이 시기를 흔히 '잃어버린 15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MS는 극적인 부활을 이뤄내며 다시 세계 IT 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조직문화' 혁신에 있다는 것이다.
MS가 겪었던 위기는 단순히 애플과 구글이 주도한 모바일 혁명에 뒤처진 외부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었다. 핵심은 MS 내부의 '일하는 방식', 즉 조직문화에 있었다.
과거 MS의 조직문화는 '경쟁'과 '독점'을 선호했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전 CEO들의 경영 방식에 영향을 받았다. 이로 인해 조직 내부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가혹한 내부 경쟁: 부서와 구성원들은 끊임없이 경쟁하도록 강요받았고, 뒤처지면 해고되는 가혹한 성과주의가 팽배함
협업의 부재: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 등 같은 회사의 프로그램들끼리도 호환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함. 부서들이 협업 대신 경쟁하고 서로를 공격하는 '총질 문화'가 만연했던 것.
결국, 사용자의 편의나 혁신적인 제품 개발보다는 상사에게 비위를 맞추고 다른 부서와 언쟁을 벌이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며, MS는 IT 산업계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10년 전후로 IT 산업 지형은 개방적 협업과 이종 산업 간의 교배가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변했다. 하지만 MS는 여전히 '정복, 승부, 독점'이라는 옛 방식을 고수했다. '연대와 협력'이 새로운 생존 방식이 된 시대에, 내부 경쟁을 조장하는 문화는 더 이상 MS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14년, 엔지니어 출신인 사티아 나델라가 새로운 CEO로 취임했다. 그는 MS의 위기 극복이 기술 개발이나 시장 전략 이전에, 뿌리 깊은 조직문화를 혁신하는 데 달려있음을 통찰했다.
나델라는 자신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나는 CEO의 'C'가 Chief가 아니라 Culture의 약자라고 생각한다. CEO는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큐레이터다."
그는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을 시작했다.
나델라는 협업의 첫 단계는 '공감'이라고 보았다. 내부 총질 문화가 만연했던 과거 경영진의 소통 방식은 매우 시니컬하고 공격적이었다.
나델라는 이를 바꾸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주요 경영진에게 '비폭력 대화'라는 책을 읽고 학습하도록 했다. 이는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평가하는 대신, 연민과 공감에 기반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익히기 위함이었다. 경영진이 먼저 변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소통 방식을 바꾸고자 한 것.
나델라는 회사의 존재 이유를 다시 돌아보고, 시장의 스타트업들과도 개방적으로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처럼 시장을 독점하려 하기보다, 스타트업들의 기술을 인수하여 외부에 무료로 배포하는 등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십 이후, MS는 '총질 문화'에서 벗어나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갖춘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곧바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주가 상승: 2014년을 기점으로 MS의 주가는 놀라운 궤적을 그리며 치솟기 시작했고, '잃어버린 15년'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긍정적 내부 평가: 기업 평가 사이트에서 경영진과 조직문화에 대한 직원들의 평가 점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직원들의 만족도와 몰입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었다.
MS의 사례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조직문화"도 경영자의 명확한 통찰과 적극적인 행동이 있다면 충분히 혁신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결국, MS 부활의 핵심은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 전략 이전에, CEO가 조직문화를 직접 큐레이팅하고 리드한 것에 있었다.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을 원한다면, 리더는 조직문화에 어떤 유산을 남길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이다.
결국 조직문화는 CEO가 직접 나서야 한다. 브랜딩 업계에서도 CEO가 브랜딩에 대해 무지하다면 그를 설득할 것이 아니라 도망치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기업의 조직문화에서 CEO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싶은 대표, CEO라면 그 일을 해줄 사람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두 팔을 걷어 붙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