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11
입동보신이라는 말을 아시는지. 체력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시작되는 즈음에 보양식으로 몸의 기운을 채운다는 뜻이다. 점심으로 돼지고기 수육을 먹었다. 수육의 고소한 지방과 김이 피어오르는 살코기도 좋았지만, 베스트는 궁채피클이었다.
궁채는 줄기상추라고도 하는데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수육만 먹으면 자칫 느끼해지기 쉽다. 그런데 쌈에 궁채까지 넣어 먹으니 완전한 조화를 이뤘다. 부드러운 고기와 궁책의 산뜻한 향. 자꾸만 손이 갔다. 어떻게 궁채로 피클 담을 생각을 했을까.
궁채 볶음이나 궁채나물 무침이었다면 이처럼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 같다. 궁채 피클은 새콤달콤한 산미가 있다. 기름진 음식과는 찰떡궁합이다. 또한 김치처럼 짜지도 않다. 김장하면서 먹는 수육은 자칫 김치를 과하게 먹을 수 있다. 반면 궁채 피클은 개운하게 똑 떨어지는 맛이다. 식초로 만든 음식이니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수육 한 점에 궁채피클을 곁들여 먹으니 힘이 난다. 속이 따뜻하고 든든해서 그 누구도 부럽지 않다. 빨간 단풍이 예뻐서 잠깐 나무 아래 섰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세상이 더 예뻐 보이나?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다가 주변에 나누어주었다. 항상 멀리서 보는 단풍잎일 텐데도 다들 좋아해 주었다. 가까이서 보는 단풍은 그 맛이 다른 것이다. 입 안에 궁채의 향이 오래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