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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도의 러닝

2025.12.04

by 이준수

뛸까 말까. 이미 어제 하루를 쉰 상태였다. 어제의 밤 공기는 영하 4도였다. '영하'라는 단어에서 기가 팍 꺾였다. 큰일이 날까봐 겁이 났다. 그래서 쉬었다. 보일러로 데운 방에 누워 만화책을 보았다. 하지만 스토리에 푹 몰입하지 못 했다. 뛰는 버릇이 있는 몸이 근질거렸다. 평일의 나는 뛰어봤자 거리는 겨우 3km 내외에 불과하다. 그야 말로 취미로 달리는 초심자. 그렇지만 어딘가 몸이 오늘치 움직임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답답한 느낌이 몸 안쪽에 남아있었다.


오늘 기온은 0도. 뛸까 말까, 뛰기로 했다. 아직 영하는 아니니까. 영하가 아니라는 것은 아마도 뛰기 위한 나의 자기암시에 가까울 것이다. 히트텍에 면 맨투맨을 껴입고, 바람막이를 걸쳤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니 모자를 썼다. 공기가 차가우면 호흡기에 부담이 갈 수 있으므로 KF AD 마스크를 착용했다.


아파트 세 바퀴를 뛰면 3.5km다. 그렇지만 오늘은 0도의 러닝 컨디션을 체크하는 날이므로 두 바퀴만 뛴다. 추울줄 알았지만 첫 반바퀴를 뛸 때부터 마스크가 성가셨다. 마스크는 곧 턱스크가 되었다. 두 바퀴가 아쉬웠다. 세 바퀴도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무리하면 다음날 또 뛰지 못할 것이다. 오늘은 몸을 관찰하며, 다음날 일어날 때 컨디션을 확인하는데 의미가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제법 몸이 튼튼해 졌다는 뜻이겠지. 종아리가 살짝 단단해진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뿌듯하다. 연어사냥을 마친 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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