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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 Feb 17. 2020

잡초 같은 시골 생활

봄이 오면 잡초 걱정이 시작된다.

농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시골집 주변의 잡초 뽑기이다. 밭일을 할 땐 아예 다리 사이에 고무줄로 끼우는 방석을 깔고 앉아서 풀을 매지만 주차장이나 집 주위의 잡초는 오리걸음으로 듬성듬성 나 있는 풀을 뽑게 된다. 무심코 문을 열고 나가면 눈에 먼저 보이는 것이 잡초이기 때문에 수시로 무릎을 굽혀 쪼그리고 앉아 손가락으로 풀을 뽑고 있다. 장마가 지나가고 난 뒤 여름 동안 그 짓을 하다 보면 무릎과 손가락에 통증이 생긴다. 사서 고생도 유분수라고 봄이 오려니 잡초 걱정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풀을 그냥 놔두면 나무처럼 자란다.


제일 풀 뽑기가 고된 곳은 집 앞과 뒤의 주차장이다. 잡초를 막기 위해 부직포 같은 천을 한 장 깔고 그 위에 파쇄석을 덮어서 주차장을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천은 삭아지고 자갈 사이에 흙이 쌓이면서 풀이 자란다. 흙과 비와 햇빛이 있는 곳이라면 풀은 바늘만 한 틈이 있어도 기를 쓰고 자란다. 진입로나 주차장 바닥에는 친환경적이나 비싼 코코넛 매트를 깔기도 하고 디딤석으로 촘촘히 채우기도 하지만 가장자리에서부터 밀고 들어오는 잡초는 피할 길이 없다. 풀이 싫어서 아예 콘크리트로 덮으면 깨지고 미관상 보기가 싫다. 사람 사는 집에 풀이 자라는 꼴은 못 보겠고 주말만 가다 보니 뽑고 돌아서면 또다시 자라난 풀을 보면 '내가 이러려고 시골에 살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잡초도 생존경쟁을 하기 때문에 쑥으로 덮였던 곳이 다음 해에는 다른 잡초에게 자리를 내주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걸 봤다.


 궁리 끝에 시골집을 당분간 세를 내놓을까 별 생각을 다 하게 되었다. 우리 집의 첫째가 미국에서 인턴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둘째와 집을 나가 둘이서 살고 싶어 한다. 지금 서울의 아파트가 좁기도 하지만 첫째의 방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집안에서 긴 머리칼을 휘날리는 두 딸의 뒷바라지가 쉬운 것이 아니라서 나도 딸들의 독립에 찬성이다. 그러니 비싼 서울의 임대료를 생각하면 시골의 집이라도 전세를 놔서 딸들의 독립 자금을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시골집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게 된 배경에 대해 썼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잡초' 때문이다. 아무리 봄이면 화단에 피는 꽃이 예쁘고 나무가 자라는 것이 흐뭇하며 농사 경험이 쌓여 자신 있어도, 주말이면 조용한 시골집에서 좋은 이웃들과 교류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었어도 그걸 누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둘 다 부지런한 편도 아니고 내버려 두는 성격도 안되어 서로 눈치 보다가 주로 내가 먼저 시작하면 남편이 마지못해 나와서 거드는 식이었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몇 년 동안 시골에서 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일이 잦은 이유는 시골의 적막함도 있지만 '사람은 결코 풀을 이길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정도로 한 여름의 잡초는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평생의 꿈이었던 시골 생활이지만 내 집 짓고 삼 년 만에 잡초에게 무릎을 꿇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무릎 때문이기도 하다. 쪼그리고 앉아 일을 하는 시골 생활은 무릎 연골을 붓게 만들고 엄지 손가락의 관절에 무리를 가게 한다. 골병들지 않게 최소한으로 일하자고 남편과 의논을 하지만 시골 생활이 그렇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그뿐인가, 옆 밭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풀은 답이 없다. 사과나무를 친친 감고 올라가는 덩굴을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다. 풀이 우거져 뱀이 나올까 무서워서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염소를 키우면 풀을 다 뜯어먹는다는데 팔자에 없는 염소라도 한 마리 키워야 하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메에에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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