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교과서까지 낭만적이면 반칙 아니야?
내일 있을 과학 구술시험을 공부하던 이안이 외쳤다.
“엄마 그거 알았어? 실험의 방법을 만든 사람이 갈릴레이 갈릴레오라는 거? ”
“엥? 그게 뭐야? 실험의 방법이 있어? 엄마에게 알려줘. 실험의 방법이 뭐야?”
"그럼, 시작할게.
[IL METODO SPERIMENTALE]
한국어로 실험 방법이고요. 과목은 과학입니다. 이건 이탈리아에서 아주 유명한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만들었답니다. 즉, 실험을 하는 방법입니다. 첫 번째 단계는 질문을 머릿속으로 해야 합니다. 어떤 자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머릿속으로 질문을 해야 하죠. 예를 들어서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왜 비가 올 때는 항상 구름이 있을까?
비가 올 때마다 구름이 있는 자연의 현상을 봤어요. 너무 궁금한 겁니다. 자, 이게 첫 단계입니다. 내 머릿속으로 질문을 하는 것. 두 번째 단계는 이것을 누가 이미 답을 찾아냈는지, 아니면 이 질문을 한 사람이 내가 처음인지 찾아봐야 합니다. 만약 누가 이미 한 실험이라면 다른 실험을 해야 합니다. 없다면 내가 하는 거죠. 지금은 없다고 합시다. 세 번째 단계는 실험을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실험을 만들어 봅시다. 구름이 있는 곳으로 갑니다. 구름이 있으면 비가 오는가를 확인하는 거죠. 그런데 구름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비가 안 옵니다. 그러면 여기서 알아낼 수 있는 거죠.
구름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비가 오는 것은 아니구나.
이게 네 번째 단계입니다. 내가 만든 실험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자, 구름이 있으면 비가 오는 것인가?라고 가정하고 구름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 비가 안 왔죠. 이걸로 알 수 있어요. '아, 비는 구름만 있다고 해서 내리는 것은 아니구나.' 그러면 또 세 번째 단계로 갑니다.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실험을 만듭니다. 이번엔 구름이 까만 곳으로 갑니다. 그곳으로 가니 비가 조금씩 왔어요. 여기서 생각하는 거죠. '구름이 까만색이어야만 비가 오는 것인가?'
그런데 다시 해 봐야 해요. 이게 운발일 수 있잖아요.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한 번 맞았다고 해도,
두 번, 세 번, 네 번, 99번이 맞았다고 해도
운 일 수 있으니 계속해 봐야 된다.
100번 정도는,
아무리 맞아도 다시 해 봐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또 질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구름은 어떻게 생성되는 거지?' 여기서 다시 세 번째 단계로 갑니다. 구름이 생성되는 것에 대한 실험을 합니다. 이게 다섯 번째 단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답을 얻었다면 내가 이것을 했다고 세상에 알리는 겁니다. 세계의 과학자들에게 알리는 겁니다. 여기서 알릴 때는 꼭 영어로 해야 해요. 영어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아는 언어니까. 우리가 한국어로 적으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모를 수 있잖아요. 영어로 적어야지만 이탈리아 사람, 한국 사람 모두가 알 수 있죠."
"그런데 선생님이 물어보면 정말 이렇게 발표해? 이런 식으로 길게 말하는 거야? 원래 그래?"
"응, 왜?"
이탈리아는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이 되면 interrogazione(질문)가 수시로 진행된다. 구술시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교과에서 배운 내용 중 랜덤 혹은 미리 몇몇 아이들에게 공지해서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발표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 사항은 교과서의 문장을 그대로 외어서 사용해선 안된다. 자신이 소화해 낸 문장으로 말해야 한다. 이안이 중 1이 되고 과학 과목의 첫 구술시험 내용이라는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실험 방법]을 들으며 솔직한 마음은 '굳이 이걸 공부해서 알아야 하나?' '이걸 꼭 정의할 필요가 있어?' 였다.
이후 무심결에 하늘의 구름을 보았다. 어제 없던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구름이 어떻게 생기는 거지?
검색하면 1초 만에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답을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은 얼마나 셀 수 없는 3단계와 4단계를 반복했을까? 중1 과학, 가장 처음 [실험의 방법]이 담겨있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당연하게 펼쳐지는
세상의 현상들에 의문을 가질 것.
나만의 질문을 만들 것.
끊임없이 시도하고,
끊임없이 질문할 것.
그렇게 스스로 답을 얻을 것.
답을 세상에 보여 줄 것.
모두가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지금 시대 가장 보편적인 언어로.
이 과정을 반복할 것.
이안이 설명하며 선생님이 가장 강조했다고 말한 부분은 반복과 끈기다.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실험이 맞았다고 해도, 두 번을 맞거나, 세 번을 맞거나, 네 번을 맞거나, 99번이 맞았다고 해도 운일 수 있으니 계속해봐야 된다. 100번 정도는 아무리 맞아도 다시 해 봐야 한다."
세상에 의문을 가지고
나만의 방법으로 검증을 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한 번의 성공은 운일 수 있으니
백 번, 천 번을 반복해도 같은 성공을 할 수 있다면
이것을 진짜 나의 실력이라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 나를 보여라.
그 누가 보아도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아이들에게 앞으로 진정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과학 교과서 처음에 담아두었던 것이다.
과학이 이토록 낭만적이라니…
https://youtube.com/shorts/HOvlhXR6Xmc?si=pKUfIjq0dFxxyo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