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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로마가족 상영회

by 로마 김작가

2024년 5월, (고) 교황 프란치스코는 로마에서 열릴 제1회 세계 어린이날(WMB)과 2025년 희년을 기념하기 위해 영화를 제작하기로 합니다. 교황의 명을 받은 이탈리아 유명 영화감독인 마네티 형제는 로마를 여행 온 소녀를 주인공으로 시나리오를 씁니다. 어느 나라 가족을 주인공으로 해야 할까 고민하다 당시 한국 드라마에 매료된 감독들은 한국 소녀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탈리아 전역에서 주인공의 영혼을 담은 소녀를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고 오디션 끝에 로마 가족의 막내, 이도가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엄마 역할로 저 또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영화의 대사는 모두 한국말이었고 이후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올림픽 경기장에서 첫 선을 보이고, 바티칸에서 교황님을 모시고 공식 첫 시사회를 열었으며 로마 필름 페스티벌 단편 부분 정식 초청작이 되어 레드 카펫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9월 새 교황 레오 14세와 함께 상영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우리 가족의 일을 떠나 한국에서도 이 영화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져만 갔습니다. 올해 한국 방문을 계획하며 이 영화를 선보일 기회를 만들고자, 교구청, 주 한국 이탈리아 문화원을 비롯 여러 단체와 브랜드에 상영회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불발되었습니다. 결과를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1. 한국 상영에 대한 허가를 받는다.

2. 상영할 장소를 대관한다.

3. 관객을 모은다.


이탈리아 영화사에 메일을 보냈고 영화사는 배급사에서 허가를 받아 영화 파일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한국의 친구에게 영화를 상영할 장소 물색을 부탁했습니다. 선택한 공간은 서울, 서울숲에 위치한 100석 규모의 장소였습니다. 대관비는 물론 처음 생각보다 커진 규모의 장소를 감당하는 것이 부담되었지만 분명 우리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장소를 대관하였습니다. 최대 40명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예상을 훌쩍 뛰어 넘어 상영회 신청서를 오픈하고 단 30분 만에 100명이 신청을 하였습니다. 소소하게 생각한 판이 생각지도 못하게 확장이 된 것입니다.


1차 상영회가 너무 빨리 마감되어 아쉬워하는 분들을 위해 전 2차 상영회도 준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2차로 선택한 장소는 무려 서울, 성수의 가장 번화한 거리의 건물이었습니다. 100석 이상의 규모에 1차 상영회 장소보다 대관료가 4배였습니다. 이게 맞나? 너무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닐까? 이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저는 고민이 있을 때면 항상 아들, 이안에게 묻습니다. 아들은 언제나 새로운 관점으로 사고할 수 있는 답을 줍니다. 아들이 말했습니다.


엄마,
할 거면,
멋있는 걸 해.


결정은 했지만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상영회를 함께 준비하고 싶다고 3명의 친구가 먼저 합류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비누 브랜드, 한아조 대표님께서 상영회 관객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싶다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었기에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가톨릭 신자로서 이 기회로 봉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에게 하나하나 손으로 황금빛 색을 칠한 비둘기 비누가 전달되었습니다.


한아조를 시작으로 이집트 리빙 브랜드_맨디사, 수제 그래놀라 브랜드_고마워서 그래, 대구의 참기름, 들기름 브랜드_아리랑 곳간, 영화 매거진_씨네랩에서 관객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해 주었습니다. 관객 중 젤라또 가게를 하는 우리집 젤라또 대표님은 100인분의 젤라토를 준비해 직접 젤라토 냉장고를 실어와 관객들에게 담아주었고, 대전에서 오신 관객분은 성심당에서 100인분의 소보로를 실어와 관객들에게 나줘주었습니다. 친구 가족들이 영화 진행 스텝을 맞아주고 사진작가인 친구가 상영회 전체의 촬영을 담당해 주어 단 한 순도 놓치지 않고 담아주었습니다.


상영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며 우리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이게 왜 되는 거지?”였습니다.


어떻게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지?


다들 우릴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지?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광주리가 끊임없이 채워졌습니다. “LA CASA DI TUTTI : 모두의 집”, 영화 제목처럼 마치 이곳이 우리 모두의 집인 것처럼 모두가 사랑으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상영회를 함께한 그래놀라, 고마워서 그래 대표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상영회를 마친 다음 날 보육원으로 그래놀라를 보내는 주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객에게 꼭 편지를 써서 보내는 대표님은 전날 상영회 이야기를 편지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그 고객분이 전 날, 상영회에서 이 그래놀라를 알게 되었다고 답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2024년 프란치스코 교황을 모시고 첫 영화를 선보이던 날, 딸 이도가 교황께 물었습니다.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나요?



교황이 답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드는 일을 만드세요.

나아가세요.
용기를 내세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 이도는 듣습니다.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이 여름, 우리는 두드렸고 모두에게 열렸습니다.

이 문은 과연 어디까지 닿고, 이어지고, 나아갈까요?


상영회 현장
포스터, 티켓, 스탭티셔츠, 포토존도 준비했다.
후원해준 브랜드들

이후 상영회 기록을 도와주었던 낭만주부의 남편, 문원장님의 말이 유독 마음에 크게 와 닿았습니다.


“정말 놀랐어요. 아내가 가자고 해서 갔지만 그런 행사인 줄 몰랐어요. 이런 건 처음 봤어요. 자신이

나온 영화를 가족들이 준비해서 보여준다니…그걸 개인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리고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모이고, 어떻게 보면 무척 개인적인 일을 축하하는 자리잖아요. 돌잔치 정도나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가…. 전 정말 좋았습니다.“


2번의 상영회를 함께한 이들은 총 236명

그 중 어린이는 83명 가족은 61팀이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상영회가 함께한 모두에게 두드리고 찾아가는 용기가 되길 바라며 우리는 또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