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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속 크레용]

색을 내려놓는 날

by 미미야

한 가지 색의 크레용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무슨 색인지도 모른 채,

만나는 얼굴마다

그 색으로 덧칠을 해댔습니다.


매번 만나는 얼굴빛들이 같아서 이상했지만

손 안의 한 자루 크레용 때문임을

오랫동안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크레용을 유리병에 넣어두고

당신을 만나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빛으로

나는 나의 빛으로

서로를 칠하지 않아도

선명해지는 오늘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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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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