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단편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내내 글썽이던 눈물을 쏟는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무리를 지으며
따라오는 비는 내게서 먼 것 같아
이미 그친 것 같아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바람에 흩어져 버린
허무한 내 소원들은 애타게 사라져 간다
<이소라, ‘바람이 분다’ >
사랑의 끄트머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구나 같은 날 같은 시각 생을 다하진 않을 테니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바로 그 끝은 ‘이별’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그 이별을 누구나 맞이해야 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누군가에겐 떠나는 사람이, 누군가에겐 남는 사람이 된다.
내 마음에 한편을 자리했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은
큰 구멍을 내는 일이라
때론 시리고, 때론 아프고, 또 시리고 아프게 그리운 일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떠나는 사람이라면.
난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떤 생각 속에 머물길 바랄까.
슬픔보다는 기쁨이, 쓸쓸함 보다는 충만함이, 눈물보다는 웃음이 함께하길 바랄 것이다.
함께 했던 기억 중 행복했던 기억들이 그의 인생에 또 다른 힘이 되어주길 바랄 것이다.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늘 우리에겐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주어진 현재에 더욱더 충실하라는 뜻이다.
가을바람이 분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면
바람의 온도가 조금은 높아지겠지.
그때 그 바람의 온도를 기록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