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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l 06. 2016

오늘은 단 하루밖에 없다

#어제와 내일의 삶에 연연하지 말고 오늘을 살아라

속초 외옹치항 해변


시간의 중첩, 지나가 버린 시간들은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축적됨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지금 이 순간 역시도 머물지 않고 시간들 위에 쌓이며 또 지나가며 동시에 현존한다.


오늘은 어제의 중첩이며, 다가올 미래의 그 무엇이다.

오늘은 단 하루밖에 없으며, 오늘이라는 부르는 것도 사실은 단편의 순간들일뿐, 지금 여기는 과정을 이르는 말일뿐이다.


그래서 헛되고 헛된가?

아니, 소멸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있게 하는 시간이기에 의미가 있다.


제주도 종달리 해안


오랜 시간들의 흔적들이다.

저 순간은 아주 오래된 시간의 축적을 통해 만들어진 순간이고, 사진으로 남은 찰나의 순간은 이미 지나갔지만 지금 내 눈앞에 여전히 현존함으로 죽음이 아니다.


아침 햇살이 찬란하게 빛나던 그 어느 날, 나는 그 바닷가에 서 있었다.

매일매일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던 그곳이 소중해지는 데에는 마음을 먹어도 차마 갈 수 없는 시간을 살아갈 때였다.


일상은 지금 우리의 시간이기에 무덤덤하게 일상이 아닌 다른 특별한 그 무엇을 바라며 일상을 소비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고로 일상에서의 아름다움이 단 하나의 특별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냥저냥 스쳐 보내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


그날을 즐겼다.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그날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다시는 그런 날이 내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고 아쉬워한들 나는 그날의 기억들을 더 많이 추억하고 있었을까?


그저 그날을 즐기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 버릴 것이라는 생각과 찰나의 순간을 기록함으로 또다시 그 순간을 회상하여, 그날을 간직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지나간 날들이지만, 서서히 각인시키고, 그 날은 이미 지나갔지만 다시 부활했다. 


갤러리 'LA HUNE', 내 삶 어느 시간에 저곳에서 전시회를 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미래에 대한 꿈이었지만, 오늘이 있어 꿈꿀 수 있음이니 그곳에서 전시회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오늘 그 꿈을 꾸는 것이 허망한 것은 아닐 터이다. 그 꿈으로 인해 오늘이 더 생기발랄했으며, 유쾌했으므로 오늘을 더 오늘답게 살아갈 수 있었으므로, 그 꿈을 꿀 수 있는 오늘이 아름답다.


스위스, 제네바


지금 나는 여기서 거기를 본다.

그날 나는 거기를 만끽했었는지 기억은 흐릿하다. 아마도 저녁시간이라 쫓기듯 걸었던 것 같다. 그곳에서 하룻밤 머물었더라면 좀 더 천천히 그 날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만으로 그날을 추억하지 않고, 멈춰진 순간으로 추억할 수 있음, 그것이 사진의 매력이다.


오늘도 기록되어지는 순간에, 그 멈춰진 순간은 언젠가는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오늘을 기록할 수 있는 날은 오늘 밖에는 없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단 하루밖에 없는 날, 어제와 내일에 연연하지 말고 오늘을 살아가야 할 이유다.


속초 외옹치항


다시 바다, 단 한 번도 그 바다는 같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바다에 서면 이전의 그 바다라고 생각한다. 바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사람도 그렇다.

늘 그렇게 우리 곁에 언제나 있을 것처럼, 나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시간의 축적이 더는 의미 없어지는 날 즈음이면, 이제 멈춰주었으면 할 즈음이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그 사라짐 역시도 시간이 소멸되거나 소비되지 않는 것처럼 그 어느 삶 어느 구석에 축적되어 되살아날 것이라는 점에서, 영생이다.


대한민국, 옥수동


오늘이 지나간다.

나는 빌딩 숲에 갇혀있다.


오늘을 단 하루밖에 없는 날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살았는지 돌아본다.

사실, 비장하게 살아야만 오늘을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잘 살았다는 것은 지금 여전히 살아있으며, 그래도 한 번쯤 사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면, 멋지게 산 것이 아닌가?


오늘은 단 하루밖에 없다.

너무 비장하지 않게, 유쾌한 마음으로 살아가도 충분히 그 하루는 멋진 날일 터이다. 만일,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면, 나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과 차 한잔 하면서 그동안 정말 고마웠노라고 작별인사를 할 것이다. 그 일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내일의 해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오지 않은 날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자는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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