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이란,
그곳 혹은 그것이 가시덤불인 것을 인지하면서도
뛰어들고 마는 것인가.
문득 이런 의문이 내 마음을 지배하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어 진다.
왜 그러는 걸까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그들이 나의 의문에 해답을 찾아줄 리 만무하기에,
자문자답이 될 걸 뻔히 알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묻는다.
해답을 찾고 싶은 나와, 절대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와의 외로운 싸움이다.
또다시 가시덤불에 뛰어든 후, 나는 생각한다.
아, 역시 아니었어ㅡ
가시덤불 속에서 할퀴어지고 다치면서 나아간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음엔 꼭.
하지만 그다음은 없다.
영원히 처음에서 시작해 되돌이표점에 도달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되돌이표점을 향해가는 길을 묵묵히, 성실히도 걷는다. 상처투성이인 몸은 아무것도 방어해주지 않는다. 방어할 수 없다.
그냥 상처받기 위해 태어난 것 마냥 내어줄 뿐.
다시라는 말이 슬쩍 다가와 다음이라는 말의 자리를 대신한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을 가진다.
언젠가 이 견고함 되돌이표 같은 길에서 살짝 어긋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진 않을까 하고.
그런 희망이 이 모든 모순을 인지한 채 오늘도 한걸음을 내딛게 한다.
아 이 얼마나 어리석으면서도 충직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