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기장은 만년 1월이다.
매년 새롭게 다진 마음으로, 새로운 다이어리를 꺼낸다.
내 마음은 때때로 부풀어 오른 풍선같이 한껏 부풀어올라 어찌할 줄 모르는 채로 하얀 백지에 부딪힌다.
퍽 하고 터지면 꽃가루처럼 활짝 퍼져나갈 것 만 같던 내 마음은 종이에 미처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그런 마음 조각들을 어린아이가 비눗방울 잡듯 힘내어 잡아보려 하지만 내렸다 사라져 버리는 초겨울의 눈처럼 잠깐 자국만 남겼다가 사라진다.
한 달 남짓 고군분투하던 내 마음은 이내 퇴색되어 흐릿해진다.
다이어리는 각각 새로운 해의 1월 만을 품은 채 언젠가 찾아올 나의 말들을 기다린다.
책 사이에 끼여 어디에 다이어리가 있는지도 기억이 안 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인해 다이어리는 다시 세상 빛을 본다.
극복해 낸 것 같다는 오만을 동반한 주기가 조금 길어진 그 녀석이 돌아오면 왜 그리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그렇게 내 마음을 간파하며 피할 수 없다는 걸 아는 듯 바람처럼 내 몸을 뚫고 지나간다.
새로운 시작에 들뜬 내 마음과 때때로 찾아오는 조금 색이 바래버린 마음이 담긴 채 오늘도 날짜 없는 내 일기장.
시간을 잃어버린 내 일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