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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ative Uxer Jan 25. 2023

팀장 이야기 3편,삐딱하면 안 되나요?

숨길 수 없는 반골기질,  고치는 게 맞는가? 하던대로가 맞는가? 

반골기질 잡채출신이 팀장이 되면


팀장생활의 경험과 느낀 감정을 이야기하는 매거진의 이름인데,

오늘은 앞부분 '반골기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넘어가도 되는 일을 꼭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것도 꼭 먼저 나서서, 남들은 가만있어도.. 
분명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로 가본다. 
그리고 역시나 고생한다.
같은 것을 보고 다르게 말하려고 애쓰고,
그 다른 시선을 만들기 위해 매일같이 새로운 생각을 한다. 
남들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뒤쳐지는, 왠지 스스로가 세상과 타협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쓸데없는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이 성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삐딱하다.


기획자라는 직업을 얻었기에 잘 풀리고 풀려서 그 남과 다르려고 하는 고집이 도움이 된 것이지 

사실 좋은 성격은 아니다. ( Creative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지 )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수성가를 해야 하는 운명임을 알게 되고 또 그렇게 노력하며 하루하루 사는 삶에서,  

아주 힘들게 얻은 것들이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쉬운 것들임을 알게 되었을 때 

'세상에 대한' 혹은 '무언가에 대한' 반항심으로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오 O영 박사님이 말하듯이 사람이 가진 기본 기질이었는지도 역시 모르겠다. 


삐딱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회사생활을 하니, 

자연스럽게(?) 반골 기질도 가지게 되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회생활-회사생활-조직생활이라는 건 

정직하면 손해 보는 일도 부지기수이고, 노력과 보상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일들도 많았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아무리 노력해도 삐딱한 성향을 버리기 어려웠다.


특히 큰 회사일수록 정치 문화가 있고, 마치 과거 계급사회처럼 집단의 힘이 발휘되는데, 

잡채출신이 반골기질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르겠다. 

공채도 특채도 아닌 잡채는 당연히 라인이 없고 사내에서 힘을 받기 어려우니까. 


팀장을 달기 전까지는 이런 성향이 나쁠 것이 없었다.

전형적으로 상부에서는 싫어하지만, 많은 후배들에게는 속시원히 '할 말 하는 선배'

사방이 적이어도 적들에게 비웃어주고 넘어가면 그만인 '쿨한 직원'


그 성향을 누르려고 시도하는 상부의 관리자들은 늘 있었지만,

실력만 있으면 된다는 마인드와 결합해서 했던 언행들은 늘 많은 후배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고,

그렇게 '거칠 것이 없는', '삐딱이 선배'가 하나의 이미지가 되고 있었다.




하지만 팀장을 달고 나서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마주한다 


나의 언행은 상사와 동료팀장들을 통해 나의 팀원들에게 돌아온다.

뒤를 보지 않고 속 시원하게 할 말 하고 살았다가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다 같이 보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참아야 하는 상황을 마주 한다.


회사생활에서 가장 많이 했던 대사는 

'이렇게 하는 게 정답인데, 맞지 않는 다고 하면 난 회사를 그만두어도 미련 없어.'였고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와 오더에는 항명으로 맞서기도 했다.

스스로의 실력을 믿는 나머지, 이 회사가 아니면 일할곳이 없는 것도 아닌데, 

정 안되면 그만두자 라는 생각을 늘 입 밖으로 내고 다녔다. 


그런데, 이 생각과 대사를 내 팀원들이 가장 싫어했다. 

내 평가를 쥐고 있고, 연결되어 있는 팀장이 퇴사한다고 하는 것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거칠 것이 없던 선배의 언행도 이제 팀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또한 나의 상사들 ( 주로 임원들 ) 은 물론 더 싫어한다.

팀장 이상의 직책자들의 숙명은 흔히 말하는 사측이 되어야 하는 것 

상부의 말을 대변해서 직원들을 다뤄야 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 삐딱하게 또는 반골기질을 보이는 팀장을 좋아할 상사는 없을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다 할 수 없고, 반골기질을 버리고 

회사의 방향만을 말해야 하는 게 팀장의 위치. 





이쯤 되면, 새로운 고민이 되어 등장한다. 


직책자가 되었으니 성향을 바꿔야 하는 건가. 

원래의 방식, 원래의 생각대로 할 수는 없는 건가. 


어쭙잖게 중립의 위치를 지키려다 어느 쪽에도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걸 많은 사례를 봐서 알고 있다.

나 또한 그런 팀장들을 많이 보아왔으니 너무 뻔한 결말이다.


해결을 해야 했다. 


나를 팀장에 앉혀둔 그들에게 물었다

'제가 이런 성향인걸 모르지 않으셨을 텐데, 어떻게 하길 원하시나요' 

당연히 대답은 뻔했다. 이제 변할 때가 되었다는 것 


반대로 팀원들에게 물었다. 

'내가 반골기질을 버리고 반항하지 않고 하라는 대로 하는 팀장이 되길 원하나요?'

사실 여기서 많은 직원이 no를 말해주길 원했는데 

답은 의외로 yes가 많았다. 요즘 MZ세대는 생각의 전환이 나보다도 빨라서 삐딱이 팀장보다는 합리적으로 역할을 하는 이른바, 정치적인 팀장을 원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답을 종합해 보면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그 정해진 답을 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원했기에 가야만 했던 길이었고, 해야만 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서비스들은 론칭을 해나갔고, 대외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마치 들어가지 않는 못을 계속 내리 쳤을 때 어느 순간에는 못이 구부러지고 휘어나가듯

이질적인 모습을 마주했다 


좋은 서비스, 좋은 UX는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를 곧이곧대로 수행하는 건 좋은 해결책이 아니며 

팀원과 임원 간의 중간 역할에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 돌이켜보면 오히려 양쪽 모두에게 안 좋은 평가를 듣는 게 서비스에는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내 반골기질을 감추고 모두가 원하는 팀장이 되고자 스타일을 바꾸었지만, 

반대로. 나는 내 장점을 잃어버리고 뻔한 팀장이 되었다. 


한동안 복기하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만, 그 자리가 스스로를 무너트리면 안 된다.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자리가 바로 팀장의 자리이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해석하고 자의식에 반영해야 하는 것이지, 곧이곧대로 따라가선 안된다


숨길 수 없을 만큼 반골기질이 강한 사람임에도 

이 단순하고 뻔한 진리를 겪어보고서 알만큼 '좋은 팀장'이 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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