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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코티시 Feb 22. 2016

월요일의 조퇴

오후 3시, 선배가 집에서 쉬라고 했다

이번주 수요일, 엄청난 보고서를 내야한다.

나는 어떻게 그것을 써야할지 고민이 한창이었는데, 지난 주말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느라 어떤 것도 못했고. 쉼이 고팠다.


쉼이 고팠더.


조퇴를 하고 집에 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조급하다.

효율적으로 쉰 다음, 다시 제대로된 보고서를 써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밀려 걷는 건지 누운 건지 후루룩 말리는 국수처럼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콧물이 계속 떨어쥬.


응당 응석부리기 힘든 나이인 것을 알면서도

아픈 게 서럽고

아침부터 계속 당했던 거절들이 야속하게 느껴져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월요일에 조퇴를 하다니...

정말 슬프다.


오늘은 예쁘게 공들여 화장하면서 ,

아침에 화이팅을 외치고 온 날이었다.


옛날옛적 L사에서 팩트를 사면 아이섀도를 줬는데

아이섀도 4컬러 중 핑크 아이섀도가 제일 예뻤다.


핑크 아이섀도, 핑크 립 제품 등

핑크색을 다크서클에 바르면 커버가 쉽다고 하여

오늘은 이 팁을 적용하여 화장을 했고

결과는 뭐... 좀 부어보이는 것도 같으나

어찌됐든 새로운 팁을 배웠으니 만족하고 나섰다.


나에게 L사의 화장품을 사주신 분은

캐나다 큰고모다. 유방암에 걸려 아프실 때

캐나다에서 많은 화장품을 선물했다고 한다.

M사의 아이섀도 등은 고스란히 내게 왔다.

내가 20대 초반엔 화장품을 무지 좋아했다.


아팠던 고모는 화장을 하지 않았고

삼형제+고모부를 키우느라 바쁘셨다.


집에 있는 좋은 것은 모두 남주고

자신이 사용하는 사치품은

오로지 립글로스와 로션.

한개의 선글라스.

어느날 쇼핑을 나가도 꼭 선물만 사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건강하셔서 정말 다행이다.


어찌됐든 난 아파서 집에 가는 길이다.

머나먼 타국에서

많이 아팠던 큰고모 생각이 난다.


난 집에 가족들이 있는데도

이렇게 힘들고 서러운데

큰고모는 오죽했을까.


캐나다는 멀었고

전화는 비쌌쪄.



내가 대신 응석을 부려본다.

큰고모가 못 부렸던 어리광이 지금은 어디에서

풀려나오고 있을까.


병원 갔다가 약국에 들러 키즈비타쮸 샀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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