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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코티시 Mar 15. 2016

막걸리와 베트남쌀국수

다먹으란 말, 너무 오랜만이었다

오늘도 혼자 저녁밥을 먹었다.


예전에 갔던 쌀국수집을 갔다.

대학가의 허름한 지하, 베트남 쌀국수집.

그땐 키가 작고 마른 여자, 눈이 크고 까무잡잡한 그 여자가 계산을 해줬다.


말이 어눌했다.


나는 혹 베트남인이냐고 물어봤고 그렇다고 했다.


그 집을 다시 찾았다.


여자는 없었다. 남편이 내게 주문을 받고 양지 쌀국수 한그릇을 가져다 줬다.


오동통한 아저씨가 말했다.

"이 국물 몸에 좋은 거야. 다 마셔."


한 대접이었다.

아, 몸에 좋은 게 늘 그러하듯 맛이 없었다.

한 숟갈 떠먹을 때마다,


몸에 좋은 거다 - 하는 생각이 날 사로잡았다.

그러다 이건 사실이 아니지,

아저씨가 몸에 좋은 거라고 말한 거다- 하고 떠먹다가 다시금


베트남여성과 결혼한 중년의 남자가 개업한 대학가 지하 베트남 쌀국수집의 부엌에서 그 부부는 몸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거다- 하고

대접을 들고 마셨다.




왜 맛이 없었냐면, 너무 밍밍했다.

내가 대학생 시절 베트남 친구는

베트남 진짜 쌀국수는 아무런 것도 넣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다. 고기가 없다고 했다.


나는 아내가 주장한 밍밍함과 남편이 주장한 김치가 어우른 한상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내게

"몸에 좋은 거야. 다 마셔." 라고 말해줬고

나는 그 아저씨가 아름다워보였다.


외로울 때 생각지도 않았던 따뜻한 한 마디.

그것처럼 아름다운 게 있을까.



아주 목이 마른데 이것뿐인 사람처럼

뜨거운 국수와 국물을 들이키고

양을 넘는 대접을 게눈 감추듯 하려했다.

뜨겁게 속이 채워졌다.


역부족

그래도 남았다.


아까부터 문밖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까까머리 대학생에게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들어와. 언제까지 서있어. 앉아서 기다려."


이후

포니테일 대학생을 필두로 무리가 들어왔다.

둘러앉아 막걸리에 파전을 시켰다.

(아, 이곳은 원래 막걸리집이었던 것이다.

막걸리집 주인이 베트남 여자를 아내로 얻고

베트남 쌀국수를 메인으로 바꾼 것이렷다.)




훈훈한 뱃속에

목구멍까지 쌀국수를 채워넣고

하트 싸인을 그려두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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