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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ii Feb 26. 2016

우이도로의 도피성 여행 part II

설 연휴 서울 본격 탈출작전 2/3

우이도에서 아침을 맞이한 둘째날.

내가 머문 돈목마을에서 상산봉을 찍고 진리마을까지 우이도를 횡단하는 것이 목표.

아침에 일어나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다행히 설 연휴 내내 날씨가 포근해서 하이킹하기에 딱 좋았다.



돈목마을에서 돈목해변으로 나와 쭈욱 걷다보면 물길이 나오는데, 물길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횡단로가 시작된다. 진입하자마자 생각보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15분 남짓 계속된다. 왜 처음부터 힘들지.. 하며 참고 오르다 보니 이정표가 보였다.



섬을 횡단하는 길이라 하여 평지를 상상했지만, 직접 가보니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산행을 하는 느낌이다. 20-25분쯤 갔을까? 옆으로 돌담이 보이면서 사람의 흔적이 느껴져서 둘러보니 저어기 멀리 지붕 비슷한 것도 보였다. '대초리'였다. 예전엔 사람들이 살았는데 위치가 좋지 않아 버려진 마을이라고 한다. 저 멀리 폐가 지붕이 보이니 괜시리 무서워 발걸음을 서둘렀다.



대초리를 지나 좀 더 가니 상산봉을 오를 수 있는 진리고개에 도달했다.

이곳까지는 쉬엄쉬엄 오니 30-4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저 멀리 상산봉이 보이긴 하는데.. 어떤 산길이 기다리고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길을 나섰다. (사실 우이도에 오면서 익스트림한 산행을 예상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이제 정상에 곧 다다르겠지' 생각하기 시작할 때 산은 조금 험해지기 시작했다.


혼자인데다 생각지 못하게 눈앞에 나타난 돌길까지.. 무서웠다 >_<


섬의 산이라. 그리고 361m밖에 안된다니 쉬엄쉬엄 오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오르는 길은 노비스Novice인 나에게 생각보다 험했다. 여기서 발만 살짝 미끄러져도.. 아찔하겠구나.. 여기서 미끄러지면.. 한적한 곳이니 나는 한참 뒤에나 발견되겠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게다가 밧줄에 의지해 올라야 하는 돌길까지 가세해 다리를 덜덜 떨면서 올랐다. 예상치 못한 난이도에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아까워서라도 끝까지는 가자.. 하는 생각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정상이야 ㅠㅠ


그리고 상산봉 정상에 다다랐다. 꼭대기도 험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맘놓고 가방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평지였다. 사방으로 탁 트인 시야와 바다와 섬 풍경이 개운했다. 하. 지금 내 시야 안에서 내가 가장 높은 곳에 서있다는 것, 나쁘지 않았다.


즐겁게 사진을 찍고 숨을 돌린 후.. 그런데.. 그런데 문제는 내려가야 해.. 여행하면서 주로 하산할 때 무릎을 무리하게 써서 다치는 경우가 많았던지라 조마조마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조심 내딛으며 내려왔다. 이제 힘든건 끝났어.. 끝났어.. 하지만 아까 밧줄로 오른 그 돌부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거기만 지나면 맘편하게 내려갈 수 있어.. 나홀로 스스로를 위안하는 독백을 하며 무사히 진리고개로 돌아와 진리마을로 향했다.



상산봉 내려오면서 저 아래 정체불명의 저수지가 보였었는데, 진리고개에서 진리마을로 내려오는 길에 이 곳을 지났다. 뭐하는 곳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당최 알수가 없다. 정보는 더 찾아봐야겠는데... 저수지? 발전시설? ... 아무튼 이 정체불명의 시설을 죽 돌다보니 이상한 고음이 들린다. 소리의 근원을 쫓았더니 초음파 발생기 같은 것이 있다. 엥.. What the heck?



이 의문의 저수지만 지나면 포장된 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진리마을이 가까워졌다는 뜻. 내내 무서웠는데 문명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자 안심이 된다. 지도에는 이 근처가 띠밭너머 해변이라고 한다. 분재전시관 옆으로 난 길이 띠밭너머 해변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그곳으로 걷다보니 길 옆 풀숲에 염소와 강아지가 있는데.. 나의 기척이 들리자 일제히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밭에서 일하는 도민의 개인 듯 한데.. 개가 너무 귀여웠다.


저 아래 보이는게 띠밭너머 해변


오르막길을 따라 언덕에 오르니 저 아래 해변이 보인다. 바로 띠밭너머 해변. 그런데 저 멀리 사람이다! 사람이 보인다! 마음속으로 너무 반가워 자세히 보니 섬의 시설을 정비하시는 분들인 것 같다. 여러 명 중 한 분이 올라오셔서 몇 마디 말을 나눴다. 두시 반 쯤이었는데 이 시간에는 해변에 물이 많이 들어왔고, 아침에 오면 저보다 넓은 모래사장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뜻밖의 익스트림한 산행으로 다리가 후덜거리던 참이었는데 그래. 물도 찼겠다 이 길은 안내려가야겠다고 결정한다.



아.. 드디어 진리마을에 도착했다. 사실 계획은 돈목에서 진리를 찍고 다시 걸어서 돌아가려 했는데, 똑같은 길을 그대로 돌아가려니 지쳤기도 하고 혼자는 너무 무서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때마침 시간도 맞아 진리항(우이 1구)에서 숙소가 있는 돈목항(우이 2구)으로 배를 타고 가기로 한다.


진리항 앞에 매표소가 있는데 매점역할도 한다. 표와(6200원 정도) 물, 배에서 마실 맥주 두 캔을 사들고 배를 기다린다. 시간이 빠듯해 진리마을을 돌아보진 못했지만 돈목마을보다 크다. 느낌도 다르고. 만약 우이도에 다시 오게 된다면 이곳에서 묵어봐야겠다.



하아. 대장정을 마치고 무사히 우이2구 돈목마을에 돌아왔다. 돈목마을 옆에는 도리산이 있는데, 안보긴 아깝고 정상까지 가기엔 체력이 고갈되서 중간까지만 쉬엄쉬엄 걸어가본다. 어느새 날이 저물고 있었지만 사방에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어찌나 좋은지, 길에 앉아 새소리를 감상해본다. 딱따구리까지 가세해서 잠깐동안 환상적인 기분을 만끽했다.


도리산 쪽에서 바라본 돈목마을 초입구


도리산을 살짝 즐기고 숙소에서 잠시 몸을 녹인 뒤 아직 여섯시 남짓인데 하루를 정리하기는 아까워서 마을에서 돈목해변까지 마실을 나갔다. 그 작은 마을에 구석구석 고양이들이 있어서, 들어서는 길마다 고양이들이 쭈그리고 나를 염탐을 하고 있다. 너무 귀여워..


숨은 그림 찾기. 냥이를 찾아보시오.


섬에서 느긋하게 2박 3일을 보내려고 일정을 잡았지만 이 2박 3일이 생각보다 길지는 않았다. 마지막날은 새벽 배편이라서 더욱더.. 결국 우이도에서의 시간은 여행기 쓰랴 다섯끼니 챙겨먹으랴 생각보다 빡빡했다. 마을을 둘러보니 여름에 오면 문을 꽁꽁 닫은 집들도 여행객들로 좀 차고, 슈퍼도 열면 한층 활기찰 것 같다. 조용한 해변에서 멱을 감고 싶을 때 다시 한 번 들르고 싶다.




팁으로 나처럼 우이도를 도보로 가로질러 보고 싶다면

1. 돈목이나 성촌마을에서 묵는다면 ▶ 돈목 ~ 진리마을까지 도보로 횡단 후

배를 타고 돈목마을로 돌아가거나

2. 진리마을에서 묵는다면 ▶ 배를 타고(오후 2:40~3시 사이 출발하는 배편밖에 모르겠다) 돈목마을로 건너간 후 돈목 ~ 진리마을까지 도보로 횡단

3. 아니면 돈목 <> 진리 왕복을 도보로

* 돈목 ~ 상산봉 등반 ~ 진리마을까지 두시간이면 되지만, 정오쯤 길을 나서서 시간이 넉넉치 않았던 탓도 있었고 같은 길을 그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돌아올 때는 배를 이용했다.

* 배를 타고 우이 1구(진리) > 우이 2구(돈목)로는 갈 수 있지만 2구 > 1구로 갈 수는 없다. 그리고 배편은 하루에 한 번 뿐이므로 (1구에서 2:50-3:00경) 시간을 잘 계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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