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움
상대의 호의에 대한 기쁨과 감동
A씨 부부는 갓 6개월이 된 아이를 데리고 유학을 떠났다.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일들에 A씨는 거의 울음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이들을 픽업해주기 위해 옆 도시에서 온 B씨가 없었다면 A씨 가족의 정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B씨는 A씨의 친구의 친구로 A씨와는 이날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밤 늦도록 함께 하며 집 계약부터 식료품 쇼핑까지 많은 도움을 주었다. A씨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고마움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고마움=기쁨+감동고마움은 자신에게 일어난 좋은 일이 다른 사람 때문이라는 점을 느낄 때 경험하는 감정이다. 긍정적 결과에서 비롯된 기쁨과 타인의 도움과 호의에 대한 감동이 결합된 감정이라 할 수 있다. 보상계의 작용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쁨의 반응이 일어나지만 타인의 존재가 개입된 상황이기에 주의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대상에게 향한다.
고마움 도움이 되어 마음이 흐뭇하고 즐겁고 감동적임
생물학적 속성 및 기능
고마움은 기쁨의 일종이기에 기본적으로 기쁠 때의 내수용감각이 일어난다. 또한 고마움에는 타인의 호의에 대한 감동이 수반된다. 따라서 누군가의 도움 또는 호의는 가슴이 뭉클해지거나 눈물이 나는 등 감동에 대한 반응으로 경험되는 경향이 있다.
고마움의 타인의 도움과 호의에 대한 감정이지만 매우 사회적인 기능을 갖는다. 즉, 타인의 도움이나 호의에는 반드시 고마움을 표현(감사)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자신을 도와준 상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으면 결례로 간주된다.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나를 위해 시간과 노력, 물질을 제공한 데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 등을 전달하고,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 어느 정도는 상대의 도움에 상응하는 것을 갚을 필요가 있다.
물론 감사와 보답을 기대하고 누군가를 돕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오랜 사회적 진화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타인을 돕는 편이 공동체, 나아가서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체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감사와 보답은 이러한 이타적 행위를 증대시키기 위한 일종의 강화(reinforcement)가 된다. 도움 행동을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때로는 물질적 보상에, 사회적 인정까지 받을 수 있다면, 이타적 행위를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 사회는 더욱 안정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고마움의 문화적 맥락
타인의 이타적 행동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은 호혜성의 바탕이 된다. 상대의 도움과 호의에는 보답이 뒤따르며 이러한 호혜성을 바탕으로 인간의 문명이 꽃필 수 있었다. 따라서 고마움은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고마움을 지각하는 맥락과 표현에 있어서는 문화차이가 존재한다.
사진출처: 원더풀 마인드개인 간의 관계가 비교적 수평적인 문화에서는 고마움의 표현이 상호적으로 나타나지만, 개인들의 관계가 사회적 지위와 역할로 매개되는 경우 고마움의 표현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에는 자신보다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문화가 있으며, 한국도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거나 도움을 받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또한 종교의 영향도 있다. 고마움은 보통 사람 대 사람으로 경험하는 감정이지만 고마움 중에는 신(神)에 대해 느끼고 표현하는 고마움이 있다.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인간은 신의 뜻대로 살아간다는 믿음을 가진 종교적 바탕에서, 인간은 주어지는 모든 것들에 대해 신께 감사를 표해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종교적 영향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감사라는 경험에 익숙하며 이는 그들의 다른 경험(예를 들면, 행복)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구 문화에서 발달한 긍정심리학이 ‘감사(gratitude)’라는 주제를 가진 이유다. 하지만 모든 일은 세상 만물이 그럴 법한 이유로 엮여 있기 때문이라는 철학을 가진 문화권에서는 자신에게 일어난 좋은 일들을 누군가에게 감사할 필요를 덜 느낄 것이다.
표현/이해의 팁
상대의 도움과 호의에는 고마움을 표현(감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감사가 매번 말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눈빛이나 마주잡는 손, 어쩔 줄 모르는 행동과 감탄사(아유, 이걸 어쩌나 등)로도 드러난다. 또한 고마움은 기대 수준에 따라 경험된다.
작은 고마움은 목례나 인사말 정도로, 큰 고마움은 예의를 갖추고 사례를 하는 등의 행위로 표현될 수 있다. 도움이나 호의를 받았을 당시에는 별다른 말이 없다가도 나중에 선물이나 초대 등으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