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기 요정이다. 심할 땐 한 달에 한 번, 괜찮을 땐(?) 계절 바뀔 때 한 번, 지독한 감기에 걸리곤 한다. 그래서 테라플루를 항상 구비해두고 있다. 언제든지 찾아오는 감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10월 초, 그러니까 미국에 있었을 때 하필 지독한 감기가 날 찾아왔다. 그때 이모와 이모부가 나에게 주신 약이 바로 vicks의 dayquil&nyquil이다. 이모는 심한 감기에 걸리실 때 늘 이걸 드신다고 했다.
알고보니 미국의 국민 감기약 같은 애란다. dayquil은 낮에 먹는 약, nyquil은 밤에 먹는 약.
테라플루도 소용이 없던 나는 nyquil을 먹고선 미친듯이 잠에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마트에 갔던 어느 날, (미국은 마트에서 약을 그냥 살 수 있다.) nyquil 시럽을 보게 되었다. 빠르게 검색을 해보니 알약보다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당장 사서 한국으로 데려왔다.
오늘 아침, 일어나니 목은 부었고 몸은 욱신하다.
'왔구나...!'
집에 와 후딱 씻고 시럽 30ml를 마셨다.
진한 청록색의 비주얼, 이 세상 비주얼이 아니다. 생긴 것만큼 엄청나게 쓰다. 알코올이 10%나 들어있다.
꿀꺽 시원하게 삼켰지만 여전히 입 안이 썼다. 쓴 입을 달래려 따땃한 핫초코를 홀짝거린다. 그리고 nyquil이 보내는 잠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삐리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