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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인정욕구는 역설적으로 인정에서 멀어지게 한다.

사업하면서 마주했던 인정욕구에 대해 가감없이 깊숙하게 들어가보기

by 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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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정욕구가 강한 편이다.


현재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정의할 때 이 인정욕구에 대한 문제가 꽤나 상위에 위치하기도 했다. 물론 인정욕구는 모두에게 있다. 그놈의 매슬로우 욕구 단계에도 ‘소속과 사랑의 욕구’ 그리고 ‘존경의 욕구’가 있듯이, 생존이 해결된 후에는 큰 범위에서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모두에게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정 욕구가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발현될 때 참 괴로웠다. 인정 욕구에 대한 문제의 본질을 모른 채로 현상이 쏟아질 때는 창업하고 사업하는 2년 내내였다. 강한 인정욕구는 특정인에게 선택적으로 향하기도 했고, 불특정 다수를 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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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봤을 때 그 당시 나타났던 현상을 떠올려보면 다음과 같다.
눈물 없이는 보기 힘들다.


투자사 대표님이나 심사역님께 간절하게 인정받고 싶었고, 그래서 그들과의 관계에서 극도로 불편감을 느꼈다.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상황에서는 심사역님을 대하는 것을 회피하기도 했다. 그들에게 편하게 나의 상황을 공유해본 적이 없고 도움을 요청해본 적이 없다. (그러면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면 뭐.. 결과적으로 실제로 인정받지 못 했다.


업계의 창업 중인 다른 대표님들을 만날 때도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다.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이는 네트워킹을 하는 것에 있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이어졌다. 역시나 위와 동일하게 편하게 나의 상황을 공유하거나 도움을 요청해본 적이 드물다. 아주 제한적으로 마음을 터놓는 대표님들에게만 솔직해지곤 했다.


내가 흠모하고 존경하는 특정 몇몇에게 인정욕구가 강하게 발현되면, 모든 생각의 축이 나의 내부가 아니라 그들의 시선, 즉 외부로 이동했다. ‘그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이 날 시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종종 또는 자주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렸다.


업계의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자유롭게 자기 표현을 하지 못했다. 인정받고 싶어서 검열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활동하거나 표현하기 전에 턱, 턱, 가로막히는 것들이 있다. 자기검열 때문에 자기 표현이 느려지고, 적어진다. ‘이걸 얘기했을 때 타인이 날 어떻게 볼까?’에 대한 생각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보이고 싶은 모습이 나름으로 정해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를 조금 더 현상이 아닌 통찰의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모두 인정욕구가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발현될 때’라는 전제가 있는 문장들이다.


스스로를 평가할 깨 타인의 인정에 기준을 두게 되는데, 타인마다 나를 다르게 평가하므로 스스로에 대한 평가나 자아상이 들쑥날쑥하다. 즉, 스스로의 인식이 불안정하고 이 때문에 종국에는 자존감과 자기확신이 떨어진다.


관계 속에서 사람을 그대로 보지 못한다.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한다. 있는 그대로에서부터 시작해서 함께 나아가는, 건강한 관계의 초기 건설을 어렵게 만든다.


인정 욕구가 필요 이상으로 발현될 때 1. 실제로 잘하고 싶은 마음과 2. 잘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모두 나타나게 된다.
→ 여기에서 잘하는 것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정말 사악하다. 실제로 잘하는 것에는 절대적인 시간을 투입해야한다. 그런데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고 뭔가를 잘하지 못하는 시기에도 잘해 ‘보이고’ 싶어서 잘못된 선택들을 하게 될 수 있다.


스스로 이루고 싶은 내제적인 목표보다 특정인에게 인정받는 것에 집중하게 한다. 즉 진정으로 집중할 것을 교란시킨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축을 잃은 상태가 된다.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검열하게 하기 때문에 활동력, 실천력, 자기 표현이 느려지거나 감소하면서 총체적으로 둔화된다.
→ 활동력과 자기 표현이 둔화되면, 영향력이 줄고 학습 기회도 줄어들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인정에서 멀어질 확률이 높다.



쓰다보니 그 때가 떠올라서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해냈다! 어쨌든 위에도 말했듯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인데, 이게 너무 강하게 발현될 때…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아직 그에 대한 답을 모르겠다. 흠. 몇 가지 떠오르는 질문이나 생각을 정리하면서 일단은 마무리 해봐야겠다.




남은 질문들


최근에 새로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스스로를 관찰해보면,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다만 또 다시, 강렬하게 잘해내고 싶어하는 업무가 관련되면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든다.

일단은 큰 뼈대에서 깨닫게 되었으니,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편감을 느낄 때 지속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알아차릴 때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까?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까?

타인의 기준에 의존하는 것은 나의 기준을 믿지 못하는 것인가?

내제적인 목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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