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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뭘 잘하는 거야? 점을 찍지 말고 파동으로 나아가기

전문성이 없는 것 같다는 말에서 잘못된 관념 체계 찾기

by 수이

오늘은 최근 나의 불안의 기원에 대해 쓰고 싶다. 바로 '전문성'이다.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한계를 모르고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무슨 전문성이 있긴 한건가? 라는 생각에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페셜리스트가 아니고 제너럴리스트로서... IT 업계로 들어오고 나서는 수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부터 학생 창업까지 실무를 하기보다 주로 리더, 매니저 역할을 주로 했었다. 물론 서비스기획자, PM, PO, BD, 마케터 등의 롤을 다 하긴 했지만, 전문적인 레벨에 도달하도록 치밀하게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어떤 특정 이름을 붙이기가 애매한 느낌이 들었다.


학생 창업한 친구들 다 하는 고민이라고 했다. 특정한 실무적 디깅 없이, 비즈니스 디벨롭으로 돈을 끌어모아서 사람을 모으고, 팀에 필요한 일들은 그냥 다 하고 팀을 리딩하는, 그런 역할을 해왔던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감정이라고. '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 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나만의 무기가 없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 며칠동안 이 고민을 여기저기 털어놓으면서, 부족해보이는 전문성을 단순하게 채우는 것이 아니라 관념 체계를 바꾸게 되었다.



1. 잘하는 것을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정의해보는 건 어때요?


어느 날은 SEO 에이전시를 하는 대표님을 만나서 또 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그 분이 배달의 민족 이동진 님이 하신 말씀을 공유해주셨다. 전문성을 명사로 정의하면 어려운 틀에 갇혀버릴 수가 있다고, 오히려 동사의 형태로 작게 쪼개서 정의해보는 건 어떠냐고.


가령 나를 동사로 묘사해보면 어떨까?

사람의 감정을 잘 다룬다.

팀 내 구성원들의 과정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한다. 팀 내의 감정적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그를 통해 심리적 안전감을 갖추고 불안감은 낮추고 동기를 올리는 것에 관심이 많다.

세계관을 잘 만들어낸다. 세계관을 기반으로 디테일들을 얼라인 해나가는 것을 잘한다.

새로운 연결을 잘한다. 이제까지 시장에 없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다.

깊은 관계를 만들어낸다.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는 것보다, 잘 맞는 사람을 찾아내서 오래 관계를 유지한다.

깊이있는 성찰을 잘하는 편이다. 깊게 침잠할 수 있다. 감정과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다.


이걸 엮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 전문성에 대한 시각을 점이 아니라 선과 면으로 바꿔보세요.


AC2 (애자일 코칭 프로그램) 커뮤니티에서는 내 고민을 보시고 휘동님이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전문가인가 아닌가, 또는 전문성이 있는가 없는가 를 0과 1로 (점 2개처럼) discrete하게 바라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불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문성을 continuous한 스펙트럼으로 보고 (점이 아니라 선), 더 나아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 또한 무한하다고 생각하면 (선이 아니라 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지고, 자신감도 붙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의 오류인데, 어떤 것에 대해 높은 기준을 잡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면 없다고 생각하는 버릇이다. (이게 간극에 대한 본능이라고 한다. 세상을 단순하게 분류하는 것)

불안하면 곧잘 시야가 좁아진다. 전문성에 대한 영역도, 전문성의 정도도, 앞으로 쌓아갈 전문성도 더 넓은 스펙트럼처럼 볼 수 있다.


더 자세하게는 휘동님이 블로그에 써주셨다. (조언봇도 있다.)

https://www.stdy.blog/i-have-no-expertise/



3. 유리한 판의 틈을 찾아서 비집고 들어가세요. 불리한 싸움은 애초에 하지 말고요.


전문성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점이 아닌 선과 면의 스펙트럼으로 정의를 내렸다면. 그에서 더 나아가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을 어떻게 스스로 더 잘 알고 밖에 알릴지가 다음 과제가 된다.

나의 이전 경험을 다 보시고, 전형적인 채용 루트는 나에게 유리한 판이 아닌 것 같다고 조언해주신 분이 계셨다.


나에게 유리한 판이 어디인지 알아야 해요. 유리한 판을 찾고 거기의 틈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거죠.


어떻게든 유리한 판의 틈을 찾고 비집고 가야한다고. 그 분께서는 지난 경험들의 깊이를 글로 쓰고 그를 통한 기회를 얻으라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글로 쓰고, 콘텐츠로 만들고 될 수 있는한 많은 영향력을 얻고 연결이 되라고 해주셨다.


이제까지와 다른 시각으로 성장과 전문성을 보고 있다. 좀 더 갇히지 않고 나만의 방법으로 돌파하고 싶어진다. 영감을 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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