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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규 Jan 20. 2016

떠난다는 말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에 아무도 모르게 떠났으면 합니다.

어릴 적부터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유서를 써본 적도 있고, 출근길에 차에 치여 고통 없이 죽었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잘못하다간 엄청난 고통에 죽지도 못하고 병원신세를 질지도 모르지만요.


누구나 살다 보면 조금씩 그런 생각들을 하니까  새삼스러워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훌쩍 떠나고 싶다는 마음은 유행하는 노래 가사처럼 뜨문뜨문 마음을 들게 합니다. 예전에 아버지와 통화하다가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죽고 싶었던 적은 없었으냐고, 먹고살기 팍팍하고 미래가 없고, 이 막연함에 나쁜 생각 같은 거 해본 적 없으시냐고요.


아버지께서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고, 일을 하고, 그냥 하나하나 놓일 때마다 하나씩 해나갔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아버지보다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곱씹어보니 아버지란 존재는 생각할수록 강한 분이셨구나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저는 요즘 일을 벌리고 있습니다. 만남이 시작되고 대화가 이어지고 헤어짐의 날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글쓰기 모임은.. 20명 가까이 쌓여.. 참가자분들과 어떤 책을 좋아하고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인터뷰하고, 친구들에게 회사의 비전을 소개하며 함께하자 부탁하고, 팟캐스트 친구들을 만나 다음 방송은 무엇을 할지 회의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의 연속입니다. 관계의 연속이고, 대화의 연속이고, 인사의 연속입니다.


저는 내일을, 이번 주를, 다음 주를, 다음 달을, 올해엔 무엇을 할지 이야기하지만, 모든 것을 두고 훌쩍 떠날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합니다. 떠난다는 것이 이제는 오직 죽음만이 야기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멀리 떠나는 여행도 가능하고, 요즘엔 해외도 곧잘 가고, 이민도 그렇게 어려워진 세상이 아니까요. 어릴 적 무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는 생각만으로도... 괜히 많이 서운해지던 날이 있었습니다.


요즘 저는 서운하다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뭔가 떠나는 사람의 애틋함이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괜히 신구선생님이 떠올라 영상도 첨부해봅니다.

(괜히 눈물이 나던 영상이였어요)


https://youtu.be/HzJRE5Sbl3Q



떠나고 싶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보고 싶지만,

보고 싶지 않은.


서운하지만,

서운하지 않은.


그런 계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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